2016년 은퇴한 코비 브라이언트(맨 오른쪽)는 스포츠 미디어, 정보통신(IT), 식음료 등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2016년 은퇴한 코비 브라이언트(맨 오른쪽)는 스포츠 미디어, 정보통신(IT), 식음료 등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미국 프로농구(NBA)의 ‘킹’ 르브론 제임스(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는 고급 헤드폰으로 유명한 ‘비츠’의 초기 투자자다. 그는 비츠의 창업자이자 유명 음반 프로듀서인 닥터 드레가 2014년 회사를 애플에 매각할 당시 3000만달러(약 330억원) 이상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제임스에게 붙은 또 하나의 별명이 ‘코트 위의 투자자’다. 이 시기를 전후로 제임스는 스포츠 미디어 플랫폼 ‘언인터럽티드’, 패스트푸드 체인 ‘블레이즈 피자’ 등 다양한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스포츠 스타 선수들이 스타트업에 투자하거나, 직접 벤처캐피털을 설립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과거 자산관리사를 고용, 안전자산을 선호하며 저금리 금융상품 또는 부동산에 투자했다면, 이제는 직접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는 모습이다.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는 대표적인 스포츠 스타는 2016년 은퇴한 코비 브라이언트다. 그는 벤처캐피털 ‘브라이언트 스티벨’을 설립, 스포츠 미디어는 물론 정보통신(IT), 식음료 등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브라이언트는 LA레이커스에서 20시즌 동안 선수로 뛰면서 팀을 다섯 번 우승시켰고, 개인 통산 득점 순위 3위(3만3643점)에 오른 NBA 최고 스타 중 한명이다.

브라이언트는 은퇴한 후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과거(선수로 뛸 때)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팀의 승리’였지만, 지금은 다른 사람들이 성공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훨씬 더 많은 기업이 지속하길 바라고 그 기업들이 만들어낸 희망이 다음 세대로 이어지길 원한다”고 말했다.

스포츠 스타가 투자자로서 지닌 강점은 무엇일까. 첫 번째 풍부한 자금이다. 스포츠 스타는 선수 생활을 하며 어마어마한 돈을 벌어들인다. 벤처캐피털을 설립하거나 스타트업에 투자할 수 있는 충분한 자산을 보유하게 되는 것이다. 현재 제임스의 연봉은 3328만달러(약 372억원)다. 

브라이언트 역시 최고 전성기 시절인 2013-2014시즌 연봉이 3045만달러(약 340억원)에 달했다. 브라이언트의 경우, 2016년 1억달러(약 1100억원) 규모의 벤처캐피털 펀드를 조성했다고 밝혔는데, 그 자금을 외부 조달 없이 순수 자비로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번째는 스타로서 지닌 인기 즉, 뛰어난 홍보 효과다. 스포츠 스타가 경기장에서 보여주는 화려한 플레이는 물론 그들의 일상생활은 세계 팬들의 관심거리가 되기에 충분하다. 은퇴한 선수라고 해도 여전히 인기가 많다. 

특히 페이스북·트위터 등 소셜미디어(SNS)가 발달하면서 수천만명에 달하는 팔로어를 지닌 스포츠 스타가 자신의 SNS 계정에 올린 다양한 메시지와 사진, 영상은 세계 팬들에게 노출된다. 이런 스포츠 스타가 투자한 스타트업 역시 엄청난 홍보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기업들이 스포츠 스타를 광고 모델로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연예인보다 더 유명한 전 축구 선수 데이비드 베컴의 페이스북은 현재 5260만명이 팔로우하고 있다. 

베컴은 6월 13일 “이탈리아 밀라노에 오는 것은 항상 즐겁다. 이번에는 튜더(Tudor) 워치와 함께 왔다”라는 메시지와 튜더 워치 행사에서 찍은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렸다. 5만7896명이 ‘좋아요’를 누를 만큼 인기가 많았다. 현재 베컴은 고급시계 브랜드 롤렉스의 서브 브랜드인 튜더의 홍보 대사로 활동하고 있는데, 2009년에는 이탈리아 프로축구팀 AC밀란에서 선수로 뛰기도 했다.

제임스의 페이스북 팔로어 수도 2280만명에 달한다. 그가 올리는 일상생활과 스포츠 관련 다양한 메시지, 사진은 세계 스포츠 팬들의 주요 관심 대상이 되고 있다.

미국 SNS 분석업체 오픈도스는 지난 2015년 스포츠 스타 SNS의 경제적 가치를 분석, 제임스 등 스포츠 스타가 자신의 SNS 계정에 글을 하나 올리면 3000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동시에 읽고, 이는 TV 광고보다 5배 정도 높은 가치를 지닌다고 밝혔다.


뛰어난 투자 전문가와 협력

세 번째는 투자 전문가와의 협력이다. 브라이언트, 제임스 등이 선수로서 뛰어난 능력을 지녔다는 것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투자 분야에서 전문가는 아니다. 때문에 그들은 투자 전문가를 파트너로 둔다. 브라이언트는 사업가 겸 투자자인 제프 스티벨과 벤처캐피털 ‘브라이언트 스티벨’을 설립했다. 스티벨은 스타트업 창업은 물론 기업 경영과 매각 등 다양한 투자 경험을 지닌 인물이다. WSJ은 “스티벨이 지닌 기업 경영, 투자 노하우와 코비 브라이언트가 농구 선수로 활동했을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마케팅, 브랜드화, 스토리텔링 등의 능력이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고 보도했다.

 

미국 프로야구(MLB) 뉴욕 양키스의 간판 스타였던 데릭 지터는 ‘더 플레이어스 트리뷴’이라는 스포츠 미디어 스타트업을 직접 설립했고, 980만달러(약 108억원)의 자금을 유치했다. 사진 더 플레이어스 트리뷴 홈페이지
미국 프로야구(MLB) 뉴욕 양키스의 간판 스타였던 데릭 지터는 ‘더 플레이어스 트리뷴’이라는 스포츠 미디어 스타트업을 직접 설립했고, 980만달러(약 108억원)의 자금을 유치했다. 사진 더 플레이어스 트리뷴 홈페이지

미국 프로미식축구(NFL)의 전설적인 쿼터백 조 몬태나 역시 마이크 밀러, 마이클 마 등 창업과 매각 경험이 있는 파트너들과 투자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밀러는 IBM에, 마는 구글에 각각 자신이 창업한 회사를 매각했다. 몬태나는 이들과 함께 이미지 검색·공유 SNS ‘핀터레스트’, 클라우드 기반의 파일 저장 서비스 업체 ‘드롭박스’에 투자했다.

네 번째는 자신이 잘 알고, 좋아하는 분야에 투자한다는 것이다. 스포츠 스타가 가장 잘 아는 분야는 단연 스포츠일 것이다. 특히 그들은 스포츠 미디어 사업에 관심을 보인다. 

미국 프로야구(MLB) 뉴욕 양키스의 간판 스타였던 데릭 지터는 ‘더 플레이어스 트리뷴’이라는 스포츠 미디어 스타트업을 직접 설립했고, NEA 벤처캐피털로부터 980만달러(약 108억원)의 자금을 유치했다. 더 플레이어스 트리뷴에는 야구·축구·농구 등 다양한 스포츠 관련 글과 사진, 영상들이 올라와 있다. 특히 세계적인 선수들이 직접 쓴 글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제임스 역시 스포츠 스타의 화려한 플레이는 물론 사생활 등 다양한 동영상을 볼 수 있는 스포츠 미디어 ‘언인터럽티드’를 론칭했고, 1580만달러(약 174억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끌어모았다.

박용선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