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무소는 베트남에서 대표적으로 한국 기업으로 위장해 영업하는 중국 기업이다. 간판에 ‘무궁생활’이라는 한글 이름을 노출하고 매장 개점식에 한복을 입은 여성들을 배치해 한국산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했다. 사진 무무소 홈페이지
무무소는 베트남에서 대표적으로 한국 기업으로 위장해 영업하는 중국 기업이다. 간판에 ‘무궁생활’이라는 한글 이름을 노출하고 매장 개점식에 한복을 입은 여성들을 배치해 한국산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했다. 사진 무무소 홈페이지

외국인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베트남 남부 휴양지 다낭의 번화가 빈컴 플라자에는 ‘무무소(MUMUSO)’라는 한국 생활용품 잡화점이 있다. 간판에 ‘무궁생활’이라는 한글이 함께 적혀 있어 한국 브랜드로 여겨진다. 연둣빛 톤으로 환하고 깨끗하게 정돈된 매장 내부에는 다이소처럼 주방용품, 목욕용품 등 각종 생활용품부터 화장품, 소형 전자제품까지 온갖 상품이 빽빽하게 진열돼 있다. 화장품 코너에서 ‘알로에 스무스 로션’이라고 한글로 적힌 화장수를 집어들었다. 가격은 4만3000베트남동, 원화로 약 2100원 수준이다. 옆에 진열된 세안용 물티슈 상단에 한글로 적힌 ‘추출식 화장솜’이라는 제품명이 눈에 띈다. 이 물티슈는 6만5000베트남동, 3200원 수준이다. 

현지에서 만난 리조트 직원 투안씨는 “한국산 제품이라면 기본적으로 품질 관리가 될 것으로 믿고 구매하는 편”이라며 “가격대도 합리적인 것 같아 종종 찾는다”고 말했다. 이렇듯 무무소는 ‘품질 좋은 한국산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파는 잡화점’으로 알려져 현지에서 인기가 높다.

그런데 이 업체는 한국 브랜드는커녕 국내 자본이 조금도 투입되지 않은 순수 중국 회사다. 매장 간판에 한국 도메인을 연상시키는 ‘.KR’이라는 글씨가 작게 들어가 있는 것은 물론 각종 상품명이 대부분 한글로 적혀있지만 정작 본사는 중국 상하이 민항구(閔行區)에 있고 창업자도 샤춘레이(夏春雷), 중국인이다. 제품 원산지는 대부분 중국이다. 그런데도 홈페이지 첫면에는 ‘무무소는 패션에 집중하는 한국 브랜드(Korean brand)’라고 홍보하고 있다.

베트남을 중심으로 필리핀, 태국 등 동남아시아 곳곳에서 한국브랜드로 위장한 중국 브랜드가 활개를 치고 있다. 무무소뿐 아니라 일라휘, 미니굿, 요요소 등 브랜드도 다양하다. 코트라(KOTRA) 호찌민 무역관이 파악한 업체만 해도 베트남에서 10개가 넘는다. 

문제는 이들이 대부분 한국 브랜드임을 적극적으로 내세운다는 점이다. 간판부터 제품 설명까지도 곳곳에서 한글을 사용해 현지 소비자들이 한국산으로 오해할 만한 소지가 다분하다. 무무소는 자사 페이스북 페이지에 “무무소는 한국 트렌드와 문화에 영감을 받아 개발된 브랜드”라고 써 놓았다. 한국 특허청에서 발급받은 상표등록증까지 올려 놓고 있다. 무무소와 비슷한 계열의 잡화 브랜드 일라휘도 간판 옆에 작게 ‘KOREA’라는 단어를 붙여 ‘한국 기업’임을 강조하고 있다. 한복을 입은 여성을 앞세운 홈페이지에는 ‘일라휘는 한국에서 패션과 레저 분야에서 유명한 브랜드’라는 소개글까지 올라와 있다. 

해당 업체들은 엉터리 한글을 남발하며 제품을 홍보하고 있다. 일라휘가 판매하는 남성용 왁스 뚜껑에는 ‘자연윤기·스타일을 있음’이라는 이해할 수 없는 어설픈 한국어가 적혀있다. 또 필리핀에서 성업 중인 잡화점 요요소의 홈페이지 제품군 소개를 보면 가방류를 ‘정품 가방’, 문구류를 ‘문체예품’ 등으로 표시하는 식이다. 아르코바라는 잡화 브랜드도 ‘한국 라이프 스타일 컨셉 스토어’라는 정체 불명의 글귀가 적힌 봉투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co.kr’ 도메인을 쓰는 아르코바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본사 주소는 ‘서울시 도봉구 쌍문동 2402’다. 실제 해당 주소는 쌍문근린공원 한복판이다. 


한국 기업·국가 이미지에 흠집 낼 수도

법적으로도 교묘하게 허점을 파고들었다. 실제로 무무소의 경우 한국에 ‘무궁화라이프 주식회사’라는 이름으로 2014년 법인 설립 등기를 완료했고, 2015년 상표 출원까지 마쳤다. 정부 관계자는 “이를 통해 상하이 본사와 한국 법인이 위탁관계 계약을 맺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한국 법인이 중국 법인에 위탁해서 제품을 만드는 방식을 통해 한국 브랜드로 위장한다는 것이다. 오성환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실제 영업 활동이 없어도 법인 등기를 하거나 상표 등록을 해놓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무무소의 경우) 법적으로는 문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라휘가 판매하는 유아용 로션에는 ‘식72’라는 어설픈 한글이름이 적혀 있다. 사진 일라휘 페이스북
일라휘가 판매하는 유아용 로션에는 ‘식72’라는 어설픈 한글이름이 적혀 있다. 사진 일라휘 페이스북

이처럼 중국계 업체들이 한국 브랜드로 위장하는 이유는 한류 확산의 영향이 크다. 한국 드라마를 비롯해 음악, 영화, 화장품 등이 인기를 누리면서 한국산에 긍정적 이미지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드라마, 영화, 음악, 소비재 등을 모두 포함한 한류 수출 규모는 82억1000만달러로 전년보다 6.9% 증가했다.

이를 토대로 베트남 현지에서 짝퉁 브랜드들은 공격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무무소와 일라휘, 미니굿 등 한국 브랜드로 위장한 중국 브랜드들은 2016년 하반기 베트남 시장에 진출한 지 약 2년 만에 100개 가까운 매장을 열었다. 윤보나 코트라 호찌민 무역관 담당자는 “이들 업체들은 베트남에서 이미지가 상대적으로 좋은 한국과 일본 국가 이미지를 활용해 브랜드력을 키우면서 현지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해당 업체들은 동남아를 넘어 터키, 멕시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한류가 유행하는 세계 각지로도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 무무소는 6월 한달 동안에만 터키에 14번째 매장을 열었고, UAE에는 7번째 매장, 멕시코에는 10번째 매장을 열었다. 비교적 한류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캐나다와 호주, 뉴질랜드 등지로도 매장을 확대하고 있다.

무무소 매장 오픈 첫날 한복을 입은 여성들이 접객하고 있다. 사진 무무소 페이스북
무무소 매장 오픈 첫날 한복을 입은 여성들이 접객하고 있다. 사진 무무소 페이스북

전문가들은 동남아 사회 저변에 깔린 반(反)중, 반일 감정을 비껴가면서 한류를 타고 형성된 한국 제품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악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 때문에 저품질의 중국산 짝퉁 제품으로 한국 기업과 국가 이미지가 나빠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짝퉁 기업들에 대한 단속은 국내법을 적용할 수 없다는 점이 한계다. 한국에서 영업활동을 하고 있지 않은 탓에 ‘부정경쟁방지법’을 적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최근 정부가 코트라와 함께 해당국 현지 단속 요청을 진행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완벽하게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한 실정이다. 일일이 현지 법 적용 여부를 검토한 후에야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베트남의 경우 코트라와 특허청이 함께 현지 시장관리국, 지식재산국과 협력하고 있다.

특허청 관계자는 “한국 기업인 척 행세한다는 점이 한국 기업 제품을 모방하는 것보다 더 큰 문제라고 본다”면서 “올 초부터 문제점을 파악해 중국과 UAE, 베트남을 중심으로 현지 정부에 요청해 대응하고 있는데, 단속 대상국을 점차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소비자 오인·혼동을 유발한다는 측면에서 새로운 지재권 침해 유형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경고장을 보내는 등 하나하나 대응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송현 기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PDF 다운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