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12시 30분 서울 광화문의 한 커피전문점에 직장인들이 모여 모바일 퀴즈쇼 잼라이브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 박준형 인턴기자
4일 오후 12시 30분 서울 광화문의 한 커피전문점에 직장인들이 모여 모바일 퀴즈쇼 잼라이브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 박준형 인턴기자

“아빠, 그냥 아무거나 찍자. 빨리 1번 까마귀 골라!”

인천시 남동구에 사는 김태수(57)씨는 요즘 모바일 퀴즈쇼 ‘잼라이브’에 푹 빠져있다. 스마트폰 앱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퀴즈쇼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추석이었던 9월 24일 김씨는 딸과 함께 마지막 문제까지 정답을 맞혀 처음으로 우승했다. 참여 인원 13만명 중 우승자는 총 1만8000명. 추석 특집으로 1000만원까지 치솟은 우승 상금을 각 528원씩 나눠 가졌다. 김씨는 “500원 남짓 상금에 불과하지만 딸과 함께 첫 우승을 했다는 것이 큰 의미”라고 말했다.

모바일 퀴즈쇼 열기가 식을 줄 모르고 계속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에 이어 올 초 한국까지 상륙한 모바일 퀴즈쇼 접속자는 회를 거듭하며 늘고 있다. 국내에선 올해 2월 6일 출시된 잼라이브가 가장 인기다. 네이버의 모바일 카메라 앱 ‘스노우’가 만들었다. 론칭 한 달 만에 동시접속자 수가 5만명을 웃돌았고 최근에는 평균 8만명의 접속자 수를 유지하고 있다. 이 밖에도 더퀴즈라이브(평균 3만2000명), 페이큐(평균 1만5000명)도 후발주자로 있다.

모바일 퀴즈쇼는 생방송으로 하루 한두 차례 진행된다. 참여자는 주어진 5초 동안 삼지선다형식 문제 10~12개를 풀거나 찍는다. 문제는 ‘애플, 아마존, 구글이 공통적으로 처음 시작된 곳은? ①차고 ②비닐하우스 ③공장’과 같은 식이다. 모두 맞히면 우승. 적게는 100만원에서 많게는 2000만원에 달하는 상금을 우승자들이 나눠 갖는 구조다. 정해진 시간 안에 퀴즈를 푸는 단순한 게임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를 분석했다.


인기요인 1│부모·자녀가 함께 문제 풀이

김태수씨의 사례처럼 모바일 퀴즈쇼는 가족 단위 참여자들이 많다. 중학생 박준영(15)군은 “주말 저녁에는 아빠와 함께 참여하는데, 대부분 아빠가 고르는 답이 정답”이라며 “가족이 함께 문제를 풀면서 대화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남녀노소 구분 없이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오노 사토시, 오노 요코, 안톤 오노 중 ‘비틀스 멤버 존 레논의 부인’을 고르는 문제가 출제된 적이 있었다. 정답은 ‘오노 요코’. 부모 세대가 쉽게 답을 맞힐 수 있다. 자녀 세대를 겨냥하는 문제도 있다. 편의점과 역세권의 합성어로, 집 근처에 편의점이 있어 언제든 다녀올 수 있음을 뜻하는 ‘편세권’ 등의 신조어를 묻는 식이다. 이처럼 세대별 관심사가 고르게 출제된다. 박성복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가족이 함께 퀴즈를 풀며 소통할 수 있는 데다, 경쟁하는 재미도 있다”고 말했다.

모바일 퀴즈쇼가 연령대별 욕구를 충족한다는 의견도 있다. 심리학자 에릭슨의 ‘심리사회적 발달단계 이론’에 따르면 20~30대들은 타인과 친밀한 사회적 관계를 쌓으려는 ‘친밀감’, 중장년층은 성과를 통해 성취를 느끼는 ‘생산성’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모바일 퀴즈쇼는 이런 세대별 욕구에 응답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인기요인 2│앱 다운 받으면 즉시 참여

광화문에서 일하는 정오진(34)씨는 최근 식당에서 점심을 먹다가 깜짝 놀랐다. 함께 간 동료들이 밥을 먹다 말고 다들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잼라이브를 하는 것이었다. ‘구경만 하지 말고 같이 하자’는 동료 제안에 장씨는 그자리에서 앱을 다운받아 퀴즈쇼에 참여했다. 장씨는 “소외되는 느낌이 들어 시작했는데, 재밌어서 시간되는 대로 참여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접근성이 좋아진 것도 퀴즈쇼 열풍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한다. 퀴즈라는 포맷이 신선하지는 않지만 누구나 앱만 다운받으면 즉시 참여할 수 있다. 실제로 방송국에서 진행하는 퀴즈 프로그램은 참여 인원 제한 탓에 예선 등 각종 심사를 거치는 데다, 방송 출연 자체에 대한 부담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다.문자 메시지로 시청자의 참여를 유도하기도 하지만 시청자가 ‘보조자’ 역할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점이 모바일 퀴즈쇼와 구별된다.


인기요인 3│작지만 확실한 보상

직장인 연지선(33)씨는 6월 10일 잼라이브 퀴즈쇼에서 우승했다. 이날 참여자 13만5000명 중 우승자는 521명. 상금 300만원은 연씨를 포함한 우승자들이 5758원씩 나눠가졌다. 그는 몇 차례 퀴즈쇼 우승으로 모은 5만원 정도를 즉시 출금해 남편과의 야식에썼다. 연씨는 “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 확실한 행복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모바일 퀴즈쇼의 상금 규모는 크지 않다. 회당 내걸린 상금 규모가 평균 200만~300만원 수준인 데다, 상금을 나눠 가지는 우승 인원도 적게는 몇십명에서 많게는 수천명을 넘어간다. 이들이 상금을 나눠 가지면 1인당 가져가는 돈은 몇백원에 불과한 경우도 많다. 스노우의 모회사 네이버 관계자에 따르면 평일 기준 한 사람당 2000~4000원 정도의 상금을 가져간다. 1인당 우승 상금이 가장 많았던 때는 비씨카드 후원으로 총상금액이 2000만원에 달했던 9월 16일이다. 이날 43명이 37만2000원씩 챙겨갔다.

전문가들은 ‘가심비(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을 추구하는 성향)’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등 최근 사회적 트렌드가 모바일 퀴즈쇼 열풍을 부채질했다고 말한다. 보상이 적어도 확실한 데다, 단계를 밟아 올라가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박성복 교수는 “성취감을 통해 건전한 경쟁 심리를 부추긴 점도 인기 요인”이라고 말했다.


기업체와 콜라보도 활발

최근 접속자가 증가하면서 광고 효과를 노리는 기업들과의 협업 방송도 활발하다. 이런 특별 방송은 기업들의 협찬으로 상금이 평소의 배가 되거나 고가의 경품이 제공돼 접속자가 크게 는다. 실제로 5월 20일 잼라이브 코카콜라 특별방송 당시 상금 1000만원을 노린 21만명이 접속했다. 일 평균 접속자 수 8만명과 비교하면 흥행에 성공한 셈이다. 지난달 20일 더퀴즈라이브가 서바이벌 방식으로 진행한 특별방송에선 2만4000명 중 최후 1인이 살아남아 르노 자동차 ‘클리오’를 받아갔다.


plus point

뇌섹남·뇌섹녀 이어 ‘사피오섹슈얼’이 요즘 대세

‘알쓸신잡3(tvN)’ ‘뜻밖의 Q(MBC)’ ‘쌤의 전쟁(KBS)’… 최근 방송가는 ‘먹방’ 만큼 ‘지식예능’이 뜨는 모습이다. 퀴즈쇼를 비롯해 지식토크, 강연, 실험과 같이 예능에 퀴즈나 인문학 등 지적 요소를 접목한 각종 방송들이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열풍의 근원에 ‘사피오섹슈얼(sapiosexual)’이 있다고 말한다. 상대방의 지성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과 이에 대한 열망을 뜻한다. 사람들이 ‘뇌섹남’ ‘뇌섹녀’에 열광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뉴욕타임스(NYT)도 지난해 6월 “지적인 아름다움이 성적 매력으로 여겨지는 사피오섹슈얼리티가 새로운 취향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지적 욕구도 인간의 대표적 욕구 중 하나”라면서 “지난해부터 떠오른 개념으로 교육 현장이나 책에서 이뤄지던 지식 욕구 해소가 방송가의 트렌드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하지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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