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노트9의 시판 전 공개 행사에 참여한 한 고객이 갤럭시노트9을 사용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지난 8월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노트9의 시판 전 공개 행사에 참여한 한 고객이 갤럭시노트9을 사용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삼성은 다소 불안정(volatile)하죠. 저희가 운용하는 자금 중 삼성전자의 주식은 모두 팔았습니다.”

영국계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컬럼비아 스레드니들 인베스트먼트(Columbia Threadneedle Investments)의 펀드매니저 데이브 더딩(Dave Dudding)은 지난달 말 블룸버그에 이 회사가 보유했던 삼성전자 주식을 모두 매각했다고 했다. 컬럼비아 스레드니들 인베스트먼트는 전 세계 투자처에서 4850억달러(약 548조4000억원)를 운용하고 있다.

이 회사의 예측대로 삼성전자는 지난 14일 주가가 4만원 이하로 떨어지면서 2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하락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미 많은 증권사들이 목표 주가를 낮춰잡은 전망 보고서를 발표했다. 올해 4분기 영업이익이 3분기보다 20%가량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53조원가량의 영업이익을 냈는데 이 중 35조원(65%)이 반도체 부문에서 나왔다. 반도체에서 나오는 이익이 절반을 넘는 수준인 셈이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를 판매해 나오는 이익은 전체 반도체 이익의 80% 이상이어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축소되면 삼성전자의 이익도 같이 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급격한 성장세가 꺾이자 삼성전자가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불안심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국내 기업 중 가장 많은 돈을 벌어온 삼성전자는 정말 위기에 처한 것일까? 전문가들은 삼성이 지금까지 공을 들여온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스(AP·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 전용 CPU) 부문 등 미래 산업을 이끌 반도체 경쟁력을 봤을 때 앞으로도 삼성이 상당 기간 흔들림 없는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


1│급성장한 메모리 반도체 여전히 건재

금융시장에서 삼성전자의 미래를 불안해하는 주된 이유는 삼성전자의 주요 수익원 중 하나인 메모리 반도체(정보 저장 기능을 하는 반도체) 시장이 내년부터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지난달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메모리반도체 시장이 올해 1651억달러(약 185조원)에서 내년 1645억달러(184조원)로 0.3% 마이너스 성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세계 1위 메모리 반도체 업체다. 하지만 지난해와 올해 2년간 2배 가까운 성장을 보인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내년에 0.3% 축소된다는 것은 엄청나게 커진 시장 규모로 봤을 때 큰 충격은 아니라는 분석도 많다. 2016년 13조6000억원이던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지난해에는 35조2000억원까지 급증했다. 올해는 아직 4분기 실적이 집계되지 않았지만 50조원가량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지난해 61.5%, 올해 33.2%라는 폭발적인 성장률을 기록한 덕분이다.

박영준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명예교수는 “내년에는 초호황이었던 지난 2년보다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다소 줄어들 것이지만 메모리반도체의 많은 정보 저장 기능을 필요로 하는 클라우드 시스템을 이용하는 회사들이 늘고 있기 때문에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도 꾸준히 있을 것”이라며 “삼성전자가 이 분야에서 절대적인 우위에 있기 때문에 과도하게 비관적인 전망을 할 이유는 없다”고 했다.


2│차세대 AP전쟁 준비 끝낸 삼성

전문가들이 앞으로도 삼성의 반도체 부문이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보는 또 다른 이유는 AP 시장에서 삼성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AP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에 장착돼 애플리케이션(앱)의 구동과 그래픽 처리 등을 담당하는 시스템 반도체를 말한다. PC나 노트북에는 보통 중앙처리장치(CPU)와 별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통신칩 등이 들어가지만 모바일기기에는 이런 기능을 모두 합쳐놓은 AP가 장착된다.

AP는 정보의 저장 기능이 있는 메모리 반도체와는 달리 정보를 갖고 논리·연산·제어 등의 기능을 수행하는 시스템 반도체의 한 종류다. 현재 AP를 설계(디자인)할 수 있는 곳은 애플, 퀄컴 등이 있고 설계도면을 받아 제조할 수 있는 곳(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은 대만의 TSMC, 미국의 글로벌파운드리 등이 있다. 하지만 삼성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설계부터 제조까지 모든 공정을 수행할 수 있다.

삼성은 이런 경쟁력을 바탕으로 빠른 속도로 AP 시장에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세계 스마트폰용 AP 시장 규모는 45억달러(약 5조800억원)로 1년 전보다 2%가량 증가했다. 주요 AP기업의 시장점유율로 보면 퀄컴이 45%로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애플이 17%, 삼성전자가 14%다. 하지만 애플은 1년 전인 2017년 1분기보다 점유율이 1%포인트 하락했지만 삼성전자는 같은 기간 점유율이 4%포인트나 상승했다.

삼성이 AP사업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AP가 스마트폰 뿐 아니라 다양한 소형 모바일 IT기기를 제어하고 통제하는 데 두루 사용될 수 있어 향후 성장잠재력이 엄청난 분야기 때문이다. 한태희 성균관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AP는 로봇청소기나 차량용 내비게이션 등 엄청나게 많은 기기에 들어가 활용될 수 있다”며 “특히 5세대 무선통신(5G)으로 무선통신의 속도가 급격히 빨라지고 자율주행차가 개발되면 AP의 활용범위는 점점 더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물건과 물건을 무선인터넷으로 연결해서 통제하는 시스템) 기술이 발달할수록 활용범위가 더욱 확장될 수 있는 사업 분야인 셈이다.


3│파운드리 시장 경쟁력 강화

전문가들이 메모리 반도체의 위축에도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성장이 계속될 것으로 판단하는 또 다른 근거는 삼성전자가 ‘파운드리’로 불리는 반도체 수탁생산 부문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파운드리는 반도체 설계도면을 받아 이를 고객사의 요청에 맞게 제작하는 작업이다.

이 분야는 삼성이 계속해왔던 사업이지만 대만의 TSMC(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mpany)가 세계 시장(623억달러·약 70조2000억원)의 50.4%를 점유하고 있어 미국 글로벌파운드리(9.9%), 대만 UMC(8.1%), 삼성전자(6.7%)를 압도하고 있다. TSMC는 지난해 3431억대만달러(약 12조4060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6년 연속 사상 최대 이익을 실현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TSMC의 독주를 견제하고 올해 안에 파운드리 매출 100억달러를 달성해 점유율 세계 2위에 오르고 2021년까지 수탁 고객사를 현재의 2배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짜고 이 계획 아래서 움직이고 있다.

사업 확장을 위해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생산라인이 있는 미국 텍사스 오스틴 반도체 공장에 2억9100만달러(약 3250억원)의 추가 투자를 할 계획이다. 오스틴 공장은 삼성전자의 미국 내 파운드리 거점으로 퀄컴 등 고객사의 반도체를 주로 생산하고 있다. 현재까지 삼성전자가 오스틴 공장에 투입한 자금만도 170억달러(약 19조2100억원)에 달한다. 황철성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는 “삼성은 최첨단 메모리 반도체 설계능력을 갖췄고 시스템 반도체 생산능력까지 갖고 있기 때문에 파운드리 능력만 더 강화하면 반도체 전반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려가며 세계 시장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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