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31일 광주시와 현대차가 ‘광주형 일자리’ 협상안을 최종 타결했다. 광주시가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한 지 10개월, 윤장현 전 광주시장이 처음 이야기를 꺼낸 지 5년 만이다. 이날 투자 협약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혁신적 포용 국가로 가는 중요한 역사적 전환점”이라며 광주형 일자리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벌써 군산·구미·대구 등이 제2의 광주형 일자리로 거론되고 있다.

산업공학·경영정보시스템(MIS) 전문가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는 2월 17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이병태 TV’에서 광주형 일자리의 문제점을 아홉 가지로 정리했다.


문제점 1│세계 7위 생산국의 ‘자동차 공기업’

광주시와 현대차, 지역 민간단체가 함께 설립하게 될 ‘광주형 일자리’인 광주 공장의 최대 주주는 광주시다. 자본금의 21%(590억원) 수준인데, 이 경우 광주 공장은 정부출자기관이 된다. 일종의 공기업인 셈이다.

한국자동차협회에 따르면 2018년 한국 자동차 생산량은 402만9000대였다. 중국, 미국, 일본, 독일, 인도, 멕시코에 이어 세계 7위다. 작년보다 한 계단 내려가긴 했지만 여전히 상위권이다. 민간이 충분히 잘해 나가고 있는 분야에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입한다는 것이 문제다.

해외에서 공기업이 나서서 자동차를 생산한 전례가 몇 있긴 하다. 통일 전 동독이나 북한의 평화자동차 같은 경우다. 대우그룹이 우즈베키스탄 현지에서 합작법인을 만든 적도 있는데, 이는 현지에 자동차 공장을 세울 만한 민간 자본이 없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공기업이 나서야 할 분야는 따로 있다. △가스·석유처럼 국민을 위해 수요나 가격 통제가 필요한 분야 △도로·철도같이 사업성이 적은 사회 인프라 사업 분야 △안보 분야 등이다. 자동차는 아니다.


문제점 2│10만대 생산 물량 어떻게 소화?

광주 공장 생산량 목표치는 연 7만~10만대 수준이다. 그런데 지난해 기준 한국의 경차급 차종 판매량은 12만7429대다. 10만대로 친다면, 광주 공장에서 생산할 물량이 현재 경차 전체 판매량의 80%에 달한다. 기존 시장수요보다 80%나 많은 물량을 당장 어떻게 소화할 것인가도 문제다.

한국 시장에서는 경차 인기가 하락세다. 자동차산업협회·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내수 자동차 시장에서 경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13.2%에서 지난해 7%까지 떨어졌다. 카니발라이제이션(한 기업의 신제품이 기존 주력제품의 시장을 잠식하는 현상) 우려에다, 경차 수요 감소 우려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문제점 3│낮은 가격 경쟁력

광주 공장의 첫 번째 경쟁 상대는 바로 현대차가 인도에 세운 현대 첸나이 공장이 될 것이다. 공식 생산 능력은 65만대인데, 실제 생산량은 생산 능력의 110% 이상인 74만대에 달한다. 기아차도 최근 인도 다른 지역에 첫 완성차 공장을 짓고 시험 가동에 들어갔다. 이로써 현대·기아차는 현지에 연 100만대 생산 체제를 갖추게 됐다.

문제는 여기에서 발생한다. 연간 생산 100만대 대 10만대. 규모의 경제를 적용하면 두 공장 생산 단가 차이가 크다. 인건비 문제도 있다. 인도 노동자들의 연봉은 현대차 직원 초임(4800만원)의 16% 수준에 불과하다. 광주 공장 노동자 연봉이 현대차보다 낮다고 해도 인도 노동자의 4배가 훌쩍 넘는다. 이처럼 두 공장의 생산 단가 차이는 광주 공장이 넘기 힘든 벽이 될 것이다. 광주형 일자리가 다른 기업들의 참여를 촉진할 만큼 획기적인 전기가 될 수 없다고 보는 이유다.


문제점 4│부족한 자본 유치 넘어야 할 산

‘광주형 일자리’ 사업비 7000억원 중 자본금은 28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 자본금 중 21%는 광주시가, 19%는 현대차가 출자해 지분을 나눠 가진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나머지 60%에 해당하는 1680억원을 어떻게 모집할지에 대한 대책이 없다. 일단 광주시는 일부인 168억원을 시민들로부터 조달하겠다는 입장이다. 남은 1512억원은 과연 누구의 호주머니에서 나올까. 수익성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회사에 자본금을 넣을 투자자가 과연 있을까.

또 사업비에서 자본금을 제외한 나머지 4200억원은 차입 형식으로 조달하게 될 예정이다. 이 돈은 결국 산업은행이나 중소기업은행 같은 국책 은행들이 떠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무책임한 공적 자금 투자가 예상되는 부분이다.

현대차 생산 기지임에도 현대차가 광주 공장 경영권이 없다는 부분도 문제다. 광주 공장이 ‘주인 없는 회사’로 운영될 가능성이 크다.


문제점 5│품질 관리하기 어려워

현대·기아차는 세계 각지에 있는 생산 라인을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예컨대 인도 생산 라인에서 문제가 생기면 그 부분에 카메라를 대고 촬영해 위성으로 본사에 보고하고, 본사에서는 실시간으로 영상을 통해 문제를 파악해 지시를 내리는 식이다. 빠르고 일관된 품질 관리 체계다. 하지만 현대차 광주 공장에는 이 품질 관리 체계를 적용할 수 없게 된다. 원청 업체인 현대차의 임직원이 하청 업체인 광주 공장 직원에게 품질 관리 지시를 내리는 것은 하도급법 위반이다. 만약 현대차가 자사 차량 품질 관리 과정에 참여할 수 없게 된다면 해당 제품에 대한 소비자 신뢰 저하 등 많은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문제점 6│세금으로 충당하는 임금 격차

현대차 노동자와 비교해 1300만원 낮은 광주 공장의 부족분은 광주시가 직접 나서서 보상한다는 계획이다. 주택 지원, 자녀 교육 지원 등 간접 지원 방식이다. 그런데 이 돈의 출처가 국민 세금이라는 것이 문제다. 국민 세금으로 민간 기업 하청 회사 직원들의 급여를 제공한다는 것 자체가 형평성에 어긋난다. 광주 공장처럼 정부 보조 방식이 일반화된다면, 자사 직원들의 급여를 100% 부담하려는 기업은 없을 것이다.


문제점 7│스스로 말 바꾸는 현 정부 행태

지난해 12월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에서 하청 회사 직원 김용균씨 사망 사건이 일어난 이후 정부는 ‘위험의 외주화’를 배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던 정부가 이번에는 외주 회사를 만들어 하청을 맡기고 있다. 나는 되고 남은 안 되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줄임말)’의 극치다.

대기업의 하청 단가 후려치기를 비난하던 정부가 이번 사안에 있어서만큼은 임금 격차를 용인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의 원칙’을 스스로 깨버린 사례다.

또 일자리 상생 모델로 현대차를 선정한 것도 문제다. 왜 현대차에만 기존 노동자보다 낮은 수준의 임금으로도 같은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일까. 대기업 중심 정책을 비난해온 현 정부의 지난 발언을 뒤집는 결정이다.


문제점 8│‘사회적 대타협’ 이름 붙인 생색내기

정부는 이번 합의를 ‘사회적 대타협’으로 홍보한다. 그런데 이 사업에 돈을 대야 하는 사람이 국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잘못됐다. 국민은 이번 합의에 참여한 적이 없다.

합의안에 들어있는 ‘35만대 누적 생산 시점까지 임금·단체 협약을 유보한다’는 조항도 문제다. 노동계의 반발에 예외 조항을 추가한 덕분에 극적으로 타결되긴 했지만, 아직 공장 노동자조차 채용되지 않은 상황이다. 정치인과 시민단체는 일자리 만들었다고 좋아하고, 현대차도 530억원 규모 사회 공헌 활동을 한 것으로 만족할 것이다. 그런데 이 상황의 주요 주체, 즉 국민, 노동자가 빠진 대타협으로 해석된다.


문제점 9│정부의 수상쩍은 현대차 지원

최근 현대차에는 몇 가지 호재가 있었다. 1월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수소 경제 로드맵을 발표하고 현대차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했다. 또 지난 4년간 표류하던 현대차의 삼성동 신사옥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개발 사업은 지난해 말 정부가 조기 착공 지원을 공식화하면서 사업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서울시도 관련 사업을 오는 7월 착공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 모든 호재가 우연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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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형 일자리 2014년 윤장현 전 광주시장이 지자체장 선거 공약으로 들고나오면서 시작됐다.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몇 차례 언론에서 거론되기만 하다가 작년 3월 이후 화제에 올랐다. 광주시가 한국노총 광주본부·시민단체와 함께 ‘사민정 공동 결의(원안)’를 발표한 뒤, 현대차가 5월 투자 의향을 밝히면서 협상이 급물살을 탄 것이다. 그 사이 한국노총이 불참을 선언하는 등 협상이 난항을 겪었으나, 1월 31일 노사정이 협상안을 최종 타결했다. 실제로는 반값이 아니라 기존과 비슷하다는 분석이 있으나, 명목상으로는 기존 자동차 생산직 임금의 절반 수준인 공장을 광주에 만들어 지역 경제를 살리자는 취지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 이정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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