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주주총회 시즌이 시작되면서 어떤 이슈들이 등장할지 재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 조선일보 DB
3월 주주총회 시즌이 시작되면서 어떤 이슈들이 등장할지 재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 조선일보 DB

3월 정기주주총회(이하 주총) 시즌이 개막되면서 어떤 이슈들이 등장할지 재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동안 소극적인 주주권 행사로 ‘주총 거수기’로 불렸던 국민연금은 지난해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 의결권행사 지침)를 도입한 후 올해 주총에서 본격적인 주주권 행사에 나서겠다고 공언했다. 여기에다 엘리엇 등 행동주의 펀드가 주주제안을 통해 적극적으로 참여할 의사를 밝히고 있어 관련 기업의 주총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수퍼 주총일 피한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오는 20일 주총을 개최한다. 주총이 몰리는 금요일을 피해 수요일에 개최하는 것이 지난해와 달라진 점이다. 지난 2년간 삼성전자는 3월 마지막 주의 전주 금요일에 주총을 열어왔다. 통상적으로 매년 3월 마지막 주 목·금요일과 그 전주 금요일에 주총이 몰려 이 시기를 ‘수퍼 주총기간’이라 부른다. 주총일이 몰려있으면 여러 기업에 투자한 주주들은 주총 참가가 사실상 원천봉쇄된다. 이 때문에 상장사들이 같은 날 주총을 열어 주주들의 참석을 제한하고 관심을 분산시킨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삼성전자가 주총이 집중된 날을 피한 것은 지난해 5월 주식을 액면분할한 이후 열리는 첫 주총이니만큼 늘어난 소액주주의 주주권을 보장하려는 차원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송민경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선임연구위원은 “수퍼 주총일을 피해 주총을 개최하는 것도 주주와의 소통을 강화하려는 방안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며 “최근엔 대다수 상장사들이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주총 개최와 운영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주총에서 삼성전자는 김한조 하나금융 나눔재단 이사장과 안규리 서울대 의대 교수를 새 사외이사로 추천한다. 당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다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주총 안건에서 제외됐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이 그룹 지주사인 SK(주)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나는 것이 이슈다. 최 회장은 SK(주)의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고 있는데 의장직은 3월 임기가 만료된다. SK는 지난해부터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지배구조 도입을 위해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하고 있는데, 최 회장도 예외가 아니라는 강한 의지를 보인 것이다. 이미 지난 5일 열린 SK(주) 이사회에서 최 회장은 대표이사직은 유지하되 이사회 의장직은 내려놓기로 결정했다. 이사회 의장에는 새 사외이사로 선임되는 염재호 전 고려대 총장이 유력하다.

LG그룹에서는 이미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구본준 부회장이 이사에서 물러난다. 지난해 6월 구광모 회장 취임과 함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구 부회장은 15일 열리는 LG전자 주총에서 공식적으로 이사진에서 빠지게 되고 권영수 (주)LG 부회장이 이사로 새로 선임된다.

가장 주목받는 곳은 행동주의 펀드 등의 주주제안으로 인해 표 대결이 예고되는 기업들이다. 특히 총수가 배임과 횡령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효성 등은 더 긴장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지난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이후 배당뿐만 아니라 경영진 일가 사익 편취행위, 횡령·배임 등도 중대 사안으로 판단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행동주의 펀드와 치열한 표 대결 예고

재계의 관심이 가장 많이 쏠린 곳은 현대자동차그룹이다. 현대차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는 22일 각각 주총을 열고 정의선 수석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이후 각각 이사회를 통해 정 수석부회장의 신규 대표이사 선임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총수 일가의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정 수석부회장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글로벌 헤지펀드 엘리엇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에 총 7조7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배당과 각각 3명과 2명의 사외이사 선임 등을 요구하고 있어 실제 주총에서 어떻게 결론이 날지 주목된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이사회가 엘리엇의 배당 요구 및 사외이사 선임 주주제안을 반대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주총에서 표 대결이 불가피하다. 엘리엇의 보유 지분(현대차 지분 3%, 현대모비스 지분 2.6%)이 현대차 쪽에 비해 불리하지만 50%에 육박하는 외국인 주주들의 지지를 받을 가능성도 있어 주총 결과를 단언하기 힘들다.

한진그룹의 주총 역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한진그룹은 지난해 11월 경영권 참여를 공식화한 사모펀드 KCGI(일명 강성부 펀드)와 그룹 지주회사 격인 한진칼 주총 의안상정을 두고 소송을 벌이고 있다. KCGI가 2월 22일 한진칼을 상대로 주총 의안 상정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고, 1심 재판부가 지난 5일 일부 인용 결정을 했다. 이에 대해 한진칼이 즉시 항고한 상태다. 주총 일정, 의안 상정 등은 재판 결과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이들 기업의 주총에서 표 대결이 이뤄질 경우, 국민연금도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에서는 각각 8.7%와 9.5%의 지분율로 2대 주주, 한진칼에서는 2대 주주인 KCGI(10.81%)에 이은 3대 주주이기 때문이다. 오너를 중심으로 한 특수관계인 지분이 상대적으로 더 많기는 하지만 소액주주와 외국인 지분을 모두 합하면 상당히 위협적인 수준이 될 수 있다.

15일로 예정된 효성 주총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효성의 지분 10.03%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올해도 효성의 이사 선임에 반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주총에서도 조현준 회장, 조현상 사장, 최중경 사외이사 등 이사 3명 선임에 반대 의견을 냈지만 의견을 관철하지는 못했다.

재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가능성이 커지면서 기업들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국민연금이 적극적인 의견을 내놓으면 기업으로선 부담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plus point

주주 참여 확대 위해 전자투표 도입 증가

올해 주총에서는 주주들의 주총 참여 확대와 주주 의결권 행사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전자투표를 실시하는 곳이 늘었다. 포스코, 한화그룹사, 신세계그룹사(신세계, 신세계인터내셔날, 이마트, 신세계I&C, 신세계푸드, 신세계건설), 현대글로비스, 팬오션 등이 주총에 전자투표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전자투표제는 회사가 한국예탁결제원 전자투표시스템에 주주명부 등을 등록하면 주주가 주총에 직접 참석하지 않고 온라인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제도다. 주총 10일 전부터 주총 전날까지 전자투표시스템에서 공인인증서로 본인인증을 한 뒤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용 가능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이며, 마지막 날만 오후 5시까지다.

전자투표는 아직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국회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 전자투표를 이용한 주주 수는 전체 대상자의 0.5%에 그쳤다. 전자투표로 의결권을 행사한 비율도 주식 수 기준으로 3.76%(기관투자자 포함)에 불과했다. 2017년(2.2%)보다는 소폭 상승했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으로 의결정족수에는 한참 못 미친다.

지난 2017년 말 폐지한 섀도 보팅(shadow voting)의 영향이 어떻게 나타날지도 주목된다. 섀도 보팅은 주총에 불참한 주주를 참석한 주주의 찬반 비율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한 것으로 보는 제도다. 일부 기업이 이 제도를 악용해 쉽게 정족수를 확보한다는 지적에 따라 지난해 폐지됐다.

폐지 첫해였던 지난해 정족수 미달로 주총이 열리지 못하거나 주요 안건이 처리되지 못하는 등 주총 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실제 몇몇 회사에서 현실화되기도 했다. 올해도 지난해처럼 주총 대란이 발생할지 주목된다. 벌써부터 지난해보다 더 많은 상장사가 정족수 미달 사태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장시형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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