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유튜브 광고수익으로 약 2200만달러(250억원)를 번 키즈 유튜버 ‘라이언’.
지난해 유튜브 광고수익으로 약 2200만달러(250억원)를 번 키즈 유튜버 ‘라이언’.

매년 말 ‘포브스’가 발표하는 글로벌 유튜브 스타 순위에서 지난해 최다 수익 1위를 차지한 유튜버는 미국의 7세 남자아이 ‘라이언’이다. 주로 자신이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모습을 찍은 라이언 영상의 누적 조회 수는 260억 뷰, 지난해 광고 수익은 약 2200만달러(250억원)에 이른다. 라이언은 자신의 이름을 딴 장난감 ‘라이언 월드’를 출시해 미국 월마트 2500개 지점에서 판매도 시작했다. 게임, 음악, 뷰티 등 다양한 유튜브 채널이 있지만 부가상품 시장을 창출하는 면에서는 키즈 콘텐츠의 파워가 압도적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최근 몇 년간 한국 경제는 유례없는 불황에 시달렸다. 산업 전반의 부진과 얼어붙은 소비 시장, 세계 최저 수준인 출산율 등은 현재의 경기 불황이 앞으로도 오랫동안 계속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낳았다.

2018년은 경기 상황에 영향을 많이 받는 콘텐츠 산업도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쓴 한 해였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도 불황을 모르는 시장이 있다. 바로 ‘키즈 시장’이다. 2000년대 들어 지속 성장하고 있는 키즈 산업은 2002년 약 8조원에서 2014년 34조원으로 네 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 키즈 산업 규모는 4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키즈 산업 중에서도 최근 기업들이 가장 주목하는 분야는 키즈 콘텐츠 시장이다. 디지털 기기 사용에 친숙한 ‘디지털 네이티브’ 부모가 늘면서 아이들이 스마트 기기로 자연스럽게 콘텐츠를 접하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키즈 콘텐츠 주요 소비자인 영유아를 키우는 30~40대 부모는 20대부터 스마트폰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이들 부모 세대는 내 아이를 위한 소비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 특성이 있어 콘텐츠 유료 구매 전환율이 높다.

콘텐츠에 대한 아이들의 선호도가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콘텐츠 관련 파생상품 구매로 이어진다. 온라인 공간에서 콘텐츠가 빠르게 유통될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기업은 이러한 키즈 콘텐츠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성공하는 키즈 콘텐츠엔 어떤 비결이 숨어있을까. 두 가지 관점에서 살펴봤다.


1│유튜브·넷플릭스로 전 세계 키즈 공략

올해 초 미디어 업계를 놀라게 한 것은 스마트스터디의 ‘아기 상어(Baby Shark)’ 노래가 미국 빌보드 싱글 차트 32위에 올랐다는 뉴스였다. 과거 가수 BTS(방탄소년단)나 싸이가 빌보드 차트에 오른 적이 있는 만큼 ‘빌보드 진입’이 별일 아닌 것처럼 여겨질지 모른다. 그러나 콘텐츠 업계 종사자들은 “키즈 콘텐츠가 빌보드 차트에 오르는 것은 미국에서도 흔치 않은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또 ‘뽀로로’ 이후 나온 대표적인 키즈 캐릭터가 없었던 상황에서 ‘아기 상어’의 선전은 콘텐츠 업계에 희소식이었다.

스마트스터디는 ‘핑크퐁’이라는 브랜드로 더 유명한 콘텐츠 기업이다. ‘아기 상어’ 노래도 핑크퐁에서 나왔다. 스마트스터디는 영유아 대상 키즈 콘텐츠를 주력으로 생산한다. 2010년 설립 이후 약 125개의 모바일 앱(App)과 2200편 이상의 동영상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핑크퐁 유튜브 채널의 누적 조회 수는 약 27억 뷰, 구독자는 300만 명이다.

핑크퐁의 ‘아기 상어’가 빌보드 차트에 오르는 등 세계적으로 흥행할 수 있었던 비결은 ‘콘텐츠의 현지화’다. 처음부터 글로벌 진출을 목표로 만들어진 핑크퐁 콘텐츠는 ‘유튜브’라는 최적의 채널을 만나 세계로 퍼져나갔다. 정연빈 핑크퐁 미국 법인장은 “다른 채널에 비해 유튜브의 사용자 도달 범위가 매우 넓다”며 “단시간에 매출과 브랜드 홍보 효과를 올릴 수 있는 최적의 채널”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튜브가 성장하면서 글로벌 비즈니스 기회가 크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핑크퐁은 사업 초반부터 전 세계 어린이가 즐길 수 있는 다국어 콘텐츠를 만들었다. 영문 콘텐츠는 영어권 국가뿐 아니라 싱가포르, 홍콩, 대만, 인도네시아 등 영어교육 수요가 많은 국가에서 소비되는 비율도 높다. 현재 핑크퐁은 언어별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데, 영어 채널이 가장 인기가 많다. 스마트스터디는 이에 맞춰 영어 버전의 콘텐츠를 만들고 그다음에 한국어, 일본어, 중국어, 스페인어 버전을 제작한다. 철저히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데 최적화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그동안 유튜브가 우위를 점해오던 키즈 콘텐츠 유통 판도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 사업자뿐 아니라 카카오 등 국내 정보기술(IT) 기업도 키즈 시장에 진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전 세계 190개국, 1억 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글로벌 콘텐츠 유통 플랫폼 사업의 강자다. 넷플릭스는 2017년 키즈 콘텐츠 프로그램 시청률이 미국 내 13%, 미국 외 글로벌 지역에서 61% 증가했다고 분석하면서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해 키즈 콘텐츠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2017년 자회사 ‘블루핀’을 통해 키즈 콘텐츠 플랫폼 ‘카카오 키즈’ 서비스를 리뉴얼했다. ‘카카오 키즈’는 2만여 개의 콘텐츠를 제공한다. 또 중국어 버전 서비스를 중국 로컬 안드로이드 앱 마켓인 360, 바이두, 큐큐(QQ)에도 선보이고 있다.


2│키즈 사로잡기 위해 AI·AR 기술 도입

유튜브에서 시작된 키즈 콘텐츠의 인기는 2017년 들어 타 플랫폼으로 급속히 확장되고 있다. 특히 KT·LG유플러스·SK브로드밴드 등 인터넷TV(IPTV) 서비스 3사는 인공지능(AI), 증강현실(AR) 등 첨단기술을 접목한 키즈 콘텐츠를 대거 선보이며 키즈 공략에 열을 올리고 있다.

IPTV 3사 중 가장 크게 웃고 있는 곳은 LG유플러스다. LG유플러스가 2017년 선보인 유아 콘텐츠 서비스 플랫폼 ‘U+tv 아이들나라(누적 가입자 120만 명)’가 인기를 끌면서 지난해 상반기 IPTV 순증 가입자 점유율 1위(36.4%)를 기록했다. 이 플랫폼을 통해 육아 전문가, 아동 심리 상담사 같은 전문가들의 추천 콘텐츠와 인기 캐릭터 시리즈, 유튜브 채널 콘텐츠를 제공한다.

LG유플러스는 훈풍을 이어 가기 위해 업그레이드 버전의 아이들나라 2.0을 선보였다. 여기에는 아이가 직접 TV 콘텐츠를 만드는 AR 놀이 플랫폼 ‘생생 체험 학습’, AI 언어 학습 ‘파파고 외국어 놀이’ 등이 추가됐다. 생생 체험 학습은 물고기 그리기 등 8가지 AR 콘텐츠를 제공한다. 예컨대 아이가 직접 그린 그림을 기기로 찍으면 그림이 TV 속에서 입체적으로 표현되고 움직이기도 한다. ‘파파고 외국어 놀이’는 네이버 인공지능 서비스 ‘파파고’를 기반으로 한 외국어 교육 콘텐츠다. 리모컨으로 TV 속 캐릭터에 전화를 걸어 영어·중국어·일본어와 관련된 질문을 하면 캐릭터가 대답해주는 방식이다.

KT가 지난해 5월 선보인 ‘키즈랜드(누적 가입자 320만 명)’는 양방향 놀이 학습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키즈랜드의 ‘TV 쏙 모션인식 AR’은 미취학 아동을 둔 가정에서 많이 이용한다. 스마트폰 앞에 있는 객체의 동작을 실시간으로 인식하는 기술을 적용했다.

SK브로드밴드는 3~7세 대상 아이의 얼굴, 목소리, 그림을 담아 나만의 TV 동화책을 만드는 ‘살아 있는 동화’ 서비스를 제공한다. 살아 있는 동화는 3차원(3D) 안면 인식 기술과 실시간 표정 자동 생성 기술 등이 적용돼 동화 속 캐릭터의 얼굴 위치를 빠르고 정교하게 추적해 3D로 분석된 아이의 얼굴에 덧씌우는 것이 가능하다. 특히 20가지 이상의 다양한 표정을 동화 속 이야기 상황에 따라 실시간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아이들이 자신의 얼굴을 스마트폰 전용 애플리케이션으로 찍어 TV로 보내면 동화 속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얼굴 표정이 변해 몰입감을 높인다.

넷플릭스는 아이들이 직접 콘텐츠의 스토리를 선택하는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선보여 차별화를 꾀했다.

김치호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장은 “성장 가능성을 보고 키즈 콘텐츠 시장에 뛰어드는 기업이 늘면서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며 “무엇보다 콘텐츠의 질을 높이고 아이들의 흥미를 이끌어내는 수단으로 첨단기술을 활용하면 승부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