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만 부산대 행정학과, 서울대 행정대학원 석사, 공정위 하도급개선과장, 청와대 행정관
이경만
부산대 행정학과, 서울대 행정대학원 석사, 공정위 하도급개선과장, 청와대 행정관

“해외에 진출할 만한 국내 중견·중소기업과 아시아 중견기업을 연결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촉진하기 위해 ‘아시아비즈니스동맹(ABA·Asia Business Alliance)’을 발족했습니다.”

지난해 12월 서울에서 출범식을 가진 ABA는 아시아 16개국의 현지 우량기업과 국내 중견·중소기업을 수출이나 합작 파트너로 연결하는 일을 담당한다.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업무다. 16개국에는 인도네시아, 베트남, 인도, 말레이시아 등이 포함돼 있으며 중국과 일본은 제외됐다.

ABA 출범의 산파 역할을 한 이경만 ABA 의장은 중앙 부처 국장을 지낸 공무원 출신이다. 행정고시 38회로, 청와대 행정관을 거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한민국 정책센터 경쟁 본부장으로 근무했다. 이경만 의장은 “2014년부터 2년간 OECD 한국 본부장으로 일하면서 2000여 명의 아시아 공무원 연수 업무를 맡았다”며 “이들 아시아 공무원들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한국 중견·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적극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한국에서 OECD 연수를 받은 아시아 공무원 중에는 나위르 메시 인도네시아 공정거래위원장, 제로니모 엘 시 필리핀 법무부 차관 등 장·차관 같은 해당 국가 최고위 공무원으로 승진한 경우가 적지 않다. 이 의장이 지금도 연락을 주고받는 아시아 지역 고위 공무원은 100명이 넘는다.

ABA의 주요 사업은 온라인 검색 서비스와 오프라인 비즈니스 매칭 서비스다. 제조업 기준 연간 매출액 100억원, 건설 300억원, 서비스 50억원 이상인 기업을 대상으로 해외 진출 정보를 제공하고, 관련 기업들을 사업으로 연결해준다. 해외 기업들은 각국 정부나 상공회의소 등을 통해 우량 기업만 추천받는다.

ABA는 작년 말 한국에서 출범식을 가진데 이어 숨가쁘게 해외를 다니며 현지에서 행사를 열고 있다. 지난 2월 인도네시아에서 ‘인도네시아 ABA 창립총회’를 가졌고, 4월 25~26일에는 베트남에서 ABA 행사를 열 예정이다. 올해 안에 인도, 말레이시아, 태국, 미얀마 등에서도 행사를 열 계획이다. 이 의장은 2015년 20년 공직 생활을 마감한 후 공정거래연구소를 창업해 ABA 출범을 준비해왔다.


지난해 12월 19일 서울에서 열린 ABA 출범식. 사진 ABA
지난해 12월 19일 서울에서 열린 ABA 출범식. 사진 ABA

ABA를 조직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한국 기업이 아시아 시장에 진출할 때, 검증되고 좋은 현지 기업을 만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해외 시장에 진출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좋은 거래 파트너를 만나는 것이다. OECD 한국센터에서 배출한 아시아 각국의 공무원들이 지금 장관, 차관 등 고위직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이들을 활용해서 아시아 각국의 좋은 기업을 선별하고, 한국 기업과 매칭시켜주면 훨씬 안정적으로 빠르게 아시아 시장에 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문단에는 어떤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나.
“이희범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장(전 산업자원부 장관), 중소기업청장을 지낸 한정화 한양대 교수와 주영섭 고려대 석좌교수,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조준희(전 기업은행장) 송산엘리베이터 회장 등이 자문을 하고 있다.”

ABA가 공을 들이고 있는 인도네시아, 베트남 경제를 어떻게 평가하나.
“인도네시아, 베트남은 우선 인구 규모와 인구 구성비에서 굉장히 매력적인 나라다. 인도네시아 인구는 2억7000만 명으로 세계 4위다. 베트남 인구는 9000만 명이 넘는다. 특히 20~30대 비율이 50%를 넘기 때문에 성장 잠재력이 큰 나라다. 그런데 이들 나라에 필요한 것은 일본이나 독일의 첨단 기술이 아니다. 오히려 한국의 중간 제품이나 적정 기술을 더 필요로 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한국 중소기업이 가진 기술이 인도네시아, 베트남 현지에서 먹힐 소지가 크다. 현재 동남아 시장에서 일본의 지배력이 무척 큰 상황이다. 그래서 지금이 동남아가 일본의 절대적인 영향력에서 벗어나야 할 시점이라고 판단한다. 지금이 한국의 기술과 자금을 도입해 자체적인 성장 전략을 구사해야 할 시기이고, 한국의 중견·중소기업들이 이 틈바구니를 파고들 기회다.”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둔 국내 기업이 맞닥뜨리는 어려운 점이 있다면.
“두려움이다. 우선 믿을 만한 거래 파트너를 찾지 못하고, 종종 사기를 당했다는 소문이 두려움을 증폭시킨다. 거래처를 찾더라도 성과를 내기까지 10년이 걸리고, 큰 소득 없이 비용만 축내는 경향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탐색 비용이 너무 크고, 탐색 기간이 너무 길다는 점이 문제다. ABA는 이 부분을 대폭 줄여보려고 한다.”

ABA 출범 이후 눈에 띄는 성과가 있었나.
“있었다. 지난해 12월 19일 출범식을 가진 후 베트남에서 온 BCG그룹이 한국의 효성오앤비를 만나서 유기농비료 제조 기술을 수입해 합작사인 비나 효성오앤비(Vina Hyosung OnB)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서 베트남의 유기농비료 시장을 선점할 수 있게 됐다. 또 2월 20일 ABA 인도네시아 출범 후에는 음식 포장지를 생산하는 태방파텍이 인도네시아의 글로벌 푸드(Global Foods)라는 회사를 통해 인도네시아 군납용 음식 포장지를 수출하기로 했다.”

ABA에 참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ABA에 참여하고 싶은 중견·중소기업은 ABA 홈페이지(www.aba.ceo)에서 가입 신청을 하면 된다. 다만 정회원은 제조업의 경우 매출액 100억원 이상, 서비스업의 경우에는 50억원 이상이 되어야 가능하다. VIP 회원은 매출액 1000억원이 기준이다. VIP 회원은 한국에서 20개 회사, 아시아 각국에서 5개 사 정도를 선발해서 매년 17개국 비즈서밋을 통해 아시아 기업의 상생과 번영을 도모할 생각이다. 회원들에겐 해당 국가 기업 정보와 오프라인 비즈니스 매칭 서비스를 제공한다.”

박순욱 조선비즈 선임기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PDF 다운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