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 15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0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 피치앳팰리스 코리아 1.0 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이놈들연구소(Innomdle Lab)의 최현철 대표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 오종찬 조선일보 기자
2019년 5월 15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0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 피치앳팰리스 코리아 1.0 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이놈들연구소(Innomdle Lab)의 최현철 대표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 오종찬 조선일보 기자

“스마트워치로 통화하면 주변 사람에게 대화 내용이 노출됩니다. 이놈들연구소(Innomdle Lab)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손끝 통신(fingertip communication)’을 고안했죠. 스마트 시곗줄을 손목에 차고 손가락을 귀에 대면 소리가 들립니다. 손가락 끝이 스피커가 되는 셈입니다.”

5월 15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0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 현장. 최현철 이놈들연구소 대표가 발표를 마치자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 ‘신체 전도 기술(body conduction tech)’을 탑재한 스마트 시곗줄 ‘시그널’로 세계 각국에서 모인 수백 명의 청중을 사로잡은 것이다.

시곗줄에 탑재된 구동장치로 소리의 진동을 증폭하고 이 진동을 손목에서 손끝까지 전달하는 게 이 회사의 핵심 기술이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이어폰 등 별도의 기기 없이 손가락만 귀에 대고 통화할 수 있다. 최 대표는 “진동이 몸을 타고 흐를 때 사람마다 고유 신호를 만들어 내기 때문에 지문이나 홍채처럼 신원 확인용으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사물인터넷(IoT), 헬스케어 분야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했다.

ALC 둘째 날 마지막 순서였던 스타트업 경연 대회는 ‘피치앳팰리스 코리아(Pitch@Palace Korea) 1.0’ 대회로 진행됐다. 영국 앤드루 왕자가 설립한 공익재단 피치앳팰리스와 조선일보가 공동으로 이 대회를 주최했다. 2014년 설립된 피치앳팰리스는 지금까지 60여 국가에서 120여 차례 스타트업 경연 대회를 열었는데, 한국에서 대회를 개최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참여한 202개 스타트업 중 치열한 경쟁을 뚫고 본선 무대에 오른 업체는 단 14개. 14명의 발표자 모두 영어로 사업모델을 설명했고, 250여 명의 심사위원단은 이들의 열정적인 발표를 경청했다. 에너지, 드론, 바이오, 블록체인, 헬스케어 등 4차 산업혁명 주요 분야를 망라하는 발표였다.


2019년 5월 15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0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 피치앳팰리스 코리아 1.0 대회에서 영국 앤드루 왕자(스타트업 후원재단 Pitch@Palace 설립자)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오종찬 조선일보 기자
2019년 5월 15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0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 피치앳팰리스 코리아 1.0 대회에서 영국 앤드루 왕자(스타트업 후원재단 Pitch@Palace 설립자)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오종찬 조선일보 기자

3분의 발표 제한 시간을 넘길 경우 조선시대 왕궁 수문장 의상을 입은 진행 요원이 나발을 불고 징을 쳤다. 해외에서 참석한 심사위원들은 한국 전통 의상에 관심을 보였고, 알람 시계처럼 갑작스럽게 울리는 나발과 징 소리에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피치앳팰리스 영국 행사에선 왕실 근위병이 대형 나팔을 불어 발표 종료 시간을 알린다.

대회의 백미는 앤드루 왕자를 비롯한 심사위원단이 스마트폰으로 실시한 현장 투표였다. 통상 스타트업 경연 대회에선 심사 결과를 집계하는 데 적잖은 시간이 걸리는데, 피치앳팰리스 코리아 1.0은 달랐다. 발표 종료 직후 심사위원들이 일제히 스마트폰앱을 실행해 투자하고 싶다고 생각한 스타트업 3곳에 투표했고, 즉각 결과가 발표됐다.

삼성전자 사내 벤처 육성프로그램인 ‘C-랩(Lab)’ 1호 스타트업 출신으로 노련한 발표를 선보인 이놈들연구소가 이날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 2위는 블록체인 기반 해외 송금 서비스를 선보인 모인(Moin), 3위는 물병 크기의 휴대용 수력발전기를 개발한 이노마드(Enomad)가 차지했다. 세 업체는 올해 말 영국 세인트제임스 궁전에서 열리는 피치앳팰리스 글로벌 결선 참가 자격을 획득했다.

결과 발표를 위해 무대에 오른 앤드루 왕자는 “지난 3~4년간 본 아이디어 중 최고였다”며 한국 스타트업을 치켜세웠다. 그는 대회 시작에 앞서 피치앳팰리스 설립 취지를 설명하며 “피치앳팰리스를 통해 한국 스타트업의 지평을 넓히고 글로벌 무대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1~3위 외에도 대회에는 번뜩이는 아이디어들이 등장했다. 헬스케어용 스마트 벨트를 개발한 웰트, 척추교정솔루션을 선보인 블루스파인테크놀로지, 초고속 박테리아 검출 솔루션을 선보인 더웨이브톡, 초경량 고성능 드론을 선보인 조이드론 등이 많은 관심을 받았다. 장재희 토룩 최고마케팅책임자(CMO)가 갓난아기 크기의 가정용 인공지능 로봇 ‘리쿠’를 안고 무대에 등장했을 땐 심사위원들 대부분이 스마트폰을 들어 사진을 찍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이번 피치앳팰리스 코리아 1.0 대회 심사위원단에는 최종구 금융위원장,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 김홍일 디캠프 센터장, 이경숙 아산나눔재단 이사장,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이한주·김유진 스파크랩 대표 파트너 등이 포함됐다.


plus point

영국 앤드루 왕자는 누구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차남… 800여 개 스타트업 후원

앤드루 왕자가 한국 스타트업의 발표를 경청하고 있다. 사진 오종찬 조선일보 기자
앤드루 왕자가 한국 스타트업의 발표를 경청하고 있다. 사진 오종찬 조선일보 기자

앤드루 왕자는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둘째 아들로 왕위 계승 서열 7위다. 1982년 포클랜드 전쟁에 해군 조종사로 참전한 일화가 유명하다.

2014년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 후원을 위한 공익 재단 ‘피치앳팰리스’를 설립했다. 스타트업을 후원해 후진을 양성하고 다음 세대가 더 나은 내일을 만들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조선일보 제10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 축사에서 그는 “어느덧 환갑을 코앞에 둔 나이가 됐다”며 “다음 세대가 우리 세대보다 더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영국 교육 자선 단체 회장, 영국 무역투자청 특별대표 등으로 활동하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두루 쌓은 앤드루 왕자는 영국에서 ‘스타트업 대사’로도 불린다. 피치앳팰리스 설립 후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열정적으로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모습에서 이런 별명이 붙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각국 정상을 비롯해 빌 게이츠 등 주요 기업인들과도 친분이 있다.

피치앳팰리스 영국 행사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직접 참석해 영국 왕실의 전폭적인 지지를 표현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세계 62개국에서 120여 차례 행사를 열었고 800여 개 스타트업을 후원했다. 피치앳팰리스에 따르면 이 재단을 통해 일자리 3669개가 만들어졌고, 2만900건 이상의 유의미한 네트워킹이 발생했다. 관련 경제 활동 규모는 9억파운드(약 1조3500억원)에 이른다.

스타트업을 돕겠다는 앤드루 왕자의 열정은 현장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피치앳팰리스 코리아(Pitch@Palace Korea) 1.0’ 대회 심사와 시상, 행사 직후 열린 스타트업 창업자들과의 애프터 파티까지 모든 일정을 열정적으로 소화했다. 본선에 오른 14개 한국 스타트업이 발표와 질의 응답을 펼칠 때엔 안경을 꺼내 쓰고 60분가량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는 대회 인사말을 통해 “스타트업의 성공을 위해선 투자 유치도 중요하지만 멘토, 협력사, 고객과의 연결(connection)이 더 중요하다. 이 자리에 모인 여러분이 스타트업을 돕기 위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연결의 힘을 강조하기도 했다. 본인이 직접 한국 스타트업 관계자에게 이전 피치앳팰리스에서 선발된 업체를 소개하며 협력도 제안했다. 방한 기간에 어머니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20년 전 다녀간 경북 안동 하회마을을 방문해 화제가 됐다.

박원익 조선비즈 정보과학부 ICT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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