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서 화장품 파는 여자’의 저자 고유영(30) 푸라하 대표. 사진 김흥구 객원기자
‘아프리카에서 화장품 파는 여자’의 저자 고유영(30) 푸라하 대표. 사진 김흥구 객원기자

우연이 반복되면 인연이 되고, 인연이 반복되면 운명이 된다. ‘아프리카에서 화장품 파는 여자’의 저자 고유영(30) 푸라하(FURAHA) 대표에게 해당하는 이야기다. 그는 현재 아프리카의 경제 대국 나이지리아에 마스크팩 제품을 수출하고, 현지에서 뷰티 교육을 하고 있다.

고유영 대표의 삶은 우연하게도 ‘아프리카’로 초점이 맞춰졌다. 23세의 고유영 대표는 자주 가던 카페에서 나이지리아인 유학생이었던 남편을 만났다. 3년 뒤 서울대에서 계약직 공무원으로 일하면서는 탄자니아 공무원을 업무차 만났다. 그에게서 킬리만자로산의 만년설이 녹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마침 그녀의 아버지는 어렸을 적부터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즐겨 불렀다.

고유영 대표는 우연을 운명으로 바꿨다. 바로 이듬해 그는 킬리만자로산에 쌓인 눈을 보겠다는 집념 하나로 아프리카행을 택했다. 1월부터 3개월 동안 배낭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그는 한국에 오자마자 아프리카 사업을 계획했다. 곧바로 아프리카 시장을 공략한 뷰티 사업 계획서를 썼고, 그해 9월 정부의 창업 지원 사업에 선정됐다. 그는 이제 한국에 본가를 두고 아프리카를 왕래한 지 어언 3년째를 맞은 사업가다.


아프리카에서 사업을 결심한 계기는.
“킬리만자로 등반 과정에서 가이드가 나에게 스와힐리어로 ‘행복’이라는 뜻의 ‘푸라하’라는 별명을 지어줬다. 아프리카 배낭여행자들이라면 한번씩 듣는다는 유행가 ‘잠보 만보’를 따라불렀는데 내가 기분이 좋아 보였나 보다. 한국에서는 각박하게 살았는데, 행복이라는 말을 꽤 오랜만에 듣는다고 생각했다. 한국에 오자마자 기업명을 푸라하라고 정하고, 아프리카 사업 계획서를 썼다.”

전 세계에서 뷰티 산업이 가장 유망한 지역이 아프리카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5년까지 뷰티 산업의 성장세가 가장 높은 지역이 중동·아프리카 지역(10.2%)이었다. 고유영 대표도 성장 가도를 달리는 아프리카 뷰티 시장에 발을 디뎠다. 하지만 단순히 화장품을 많이 판매하겠다는 목적은 아니었다.

뷰티 사업을 선택한 이유는.
“아프리카 뷰티 시장이 성장세지만 호락호락하지는 않다. 이미 클라란스, 맥, 랑콤 등 명품 화장품 브랜드가 시장을 꽉 잡고 있다. 한국 화장품은 관세를 적용받고 중개업자들에게 수익을 분배하면,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는 경우가 대다수다. 하지만 분명 니즈가 존재하는 틈새시장이 있다. 바로 ‘뷰티 서비스업’이다. 화장품이 아무리 많아도 제대로 활용하는 법을 모르는 현지인들이 많다는 것을 여행 도중 느꼈다.”

여행 도중 어떤 경험을 했나.
“하루는 에티오피아에서 미백을 위해 표백제를 얼굴에 발라 피부가 손상된 여성을 봤다. 부유층 여성이었는데도 피부 관리에 미숙했다. 그 사람에게 피부 회복을 위해 마스크팩이나 페이스오일 이용법을 알려주고, 내 화장품 파우치를 선물로 주고 왔다. 이런 경험들이 여행 기간에 반복됐다. 화장품 가게에 갔는데 직원들이 화장품 사용법을 잘 모르고, 퉁명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친절성과 전문성을 앞세우는 한국 화장품 가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옆에 있던 한 고객은 나이트크림을 풋크림으로 오해했다. 내가 ‘밤과 낮에는 피지분비가 다르다’면서 ‘이 제품은 밤에 바르는 것’이라고 설명해주는데, 직원들과 고객들이 한두 명씩 모여들었다. 흡사 작은 간담회 같았다. 저마다 ‘이 화장품은 어떻게 써?’라면서 내게 질문했다. 그때 번호를 교환한 현지인들과 아직도 연락하고 있다. 이들에게 뷰티 교육에 대한 니즈가 있다고 판단했다.”

고유영 대표는 우선 나이지리아를 타깃 국가로 선정했다. ‘아프리카의 거인’이라는 별명답게 인구 규모가 커서 잠재고객이 많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나이지리아는 인구가 2억96만 명으로 아프리카에서 첫 번째,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인구가 많다.

비즈니스 모델을 설명해달라.
“뷰티 서비스업 수출에 중점을 두고 있다. 부대 사업으로는 화장품 판매도 병행 중이다. 자체 제작 상품 마스크팩을 출시했고, 올해 정식으로 수출에 돌입해 5개월 동안 3만 장을 팔았다. 남들은 사업이 더딘 것 아니냐고 묻지만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만큼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 판매 수익과 코트라 지원금을 기반으로 현지 대학과 뷰티 스쿨에서 뷰티 교육도 하고 있다. 올해 말까지는 ‘코리아 뷰티 드럭 스토어’를 개점할 계획이다. 이곳에서 직접 뷰티 서비스 교육을 시킨 현지인 직원들을 고용하고, 마스크팩을 비롯해 한국 화장품을 판매할 예정이다.”

사업을 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현지 중개업자들의 신뢰를 받는 일이다. 이미 이들은 중국, 인도 등에서 건너온 유통업자들에게 빈번이 뒤통수를 맞았다. 유통업자들이 제품의 인지도가 높아지면 계약을 끊고 더 저렴한 가격에 직접 시장에 진출해버린 것이다. 나도 아프리카에 연고가 없다 보니 중개업자들의 의심을 많이 받았다. 자체 제작 상품을 만들어 투자 의지를 보이니 서서히 중개업자들의 신뢰를 받아 대형 유통망을 뚫을 수 있었다.”

고유영 대표는 2017년 12월 나이지리아인 남편 마비스(31)와 결혼했다. 2012년 한국외대에 중국어 특강을 들으러 갔다가 인근 카페에서 종종 마주친 인연이었다. 그는 당시 한국외대에서 어학당 수업을 듣고 있었고, 고유영 대표에게 한눈에 반해 커피를 같이 마시자고 3개월 동안 대시했다. 고유영 대표가 아프리카 사업의 유통망을 뚫는 데도 정신적 지주인 마비스의 도움이 있었다.

현지 도매시장을 일일이 돌아다니면서 유통망을 뚫었다고 들었다.
“나이지리아에는 한국의 동대문이라 불리는 ‘페스탁(Festac)’이라는 뷰티 도매시장이 있는데, 외국인이 많지 않아 치안이 좋지 않다. 남편과 4일간에 걸쳐 300~400명의 도매상들을 만나면서 제품을 보여주고, 명함을 나눠줬다. 한 도매상이 내 명함을 이용해 다른 도매상들에게 화장품 선수금을 받겠다고 사기를 친 적도 있었다. 다행히 마비스의 지인이 이를 알아차리고 마비스에게 연락해서 손실을 피했다.”

앞으로의 사업 계획은.
“10년 동안 이 사업을 지속하는 것이 목표다. 2021년쯤에는 MBC 뷰티 아카데미 같은 뷰티 서비스 스쿨을 현지에 만들고 싶다. 대학생 때 학벌을 보지 않는 영국 화장품 브랜드 러쉬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아프리카 여성들이 교육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학벌과 관계없이 일할 기회를 주고 싶다. 아프리카는 뷰티 제품은 판매량이 느는데 아직까지 피부 마사지라든지, 화장품 큐레이션, 화장 서비스 등을 하는 사람은 없는 시장이다.”

아프리카 사업 진출을 추천하는가.
“추천한다. 이곳은 1차 산업에서 4차 산업으로 한 번에 도약했기 때문에, 2·3차 산업이 부족하다. 한국에는 있고, 아프리카에는 없는 2·3차 산업군이 유망업종이다. 예컨대 이곳에는 렉카 서비스가 없어서 차가 고장나면 속수무책이 된다. 특별한 걸 찾지 말고 일상생활 속에서 부족한 점을 공략하라. 일주일만 아프리카에서 살아보면 사업 아이템이 떠오를 것이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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