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 해리슨 구글 부사장이 ‘GDC 2019’ 행사에서 직접 스타디아를 시연하고 있다. 사진 유튜브
필 해리슨 구글 부사장이 ‘GDC 2019’ 행사에서 직접 스타디아를 시연하고 있다. 사진 유튜브

넷플릭스는 ‘스트리밍’과 ‘구독’ 모델을 결합해 미디어 산업의 강자가 됐다. 스트리밍이란 인터넷에서 하나의 데이터를 통으로 전송하는 대신 작게 조각낸 데이터를 연속적으로 전송해 실시간으로 재생하는 기술이다. 스트리밍 기술이 상용화되기 전 사람들은 영상물을 보기 위해 영상 파일을 통으로 다운로드해 시청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게임도 똑같았다. 하나의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 사용자들은 게임 설치 파일을 다운로드하고, 한 대의 기기에 설치한 뒤 플레이했다. 모바일이든 PC든 또 다른 기기에서 그 게임을 하려면 다운로드 및 설치를 다시 해야 했다. 그런데 구글·애플·삼성 등 세계적 대기업들이 새로운 형태의 게임 서비스를 출시하겠다고 나섰다. 구글은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를 내세웠다. 반면 애플은 넷플릭스처럼 ‘구독’ 모델을 적용해 ‘세계 최초 게임 구독 서비스’를 만들겠다고 했다. 본격 ‘게임판 넷플릭스’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애플 아케이드는 아이폰, 아이패드, 맥, 애플티비를 오가며 100여 종 이상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애플의 구독형 게임 서비스다. 사진 애플
애플 아케이드는 아이폰, 아이패드, 맥, 애플티비를 오가며 100여 종 이상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애플의 구독형 게임 서비스다. 사진 애플

구글은 클라우드 게임 내세워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는 게임을 기기에 설치하지 않고 플레이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원격조종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게임이 실제로 플레이되는 공간인 ‘클라우드 서버’와 사용자 눈앞의 기기, 두 개가 따로 있는 구조다. 사용자는 서버에서 구동되는 게임의 순간순간 ‘화면과 소리’만을 기기로 전송받는다. 게임의 결과물만 받아 보기 때문에 그저 게임의 ‘플레이 영상’을 시청하는 것과 같다. 실질적 조종은 게임 서버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사용자의 기기에 직접 게임을 설치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클라우드 게임이 상용화하면 사용자 기기의 사양은 중요하지 않게 된다. 이론적으로 기기가 게임 화면과 소리를 스트리밍할 수 있을 정도만 되면 고사양의 게임을 기기 호환 문제 없이 맘껏 할 수 있게 된다.

클라우드 게임의 기술 자체는 2000년대 초반부터 있었다. 그러나 충분히 빠른 인터넷 환경과 기술적 기반이 다져지지 않아 상용화에 무리가 있다는 것이 업계의 전반적인 인식이었다. 이를테면 슈팅게임의 경우, 지연성이 높은 환경에서는 총알이 늦게 나가 캐릭터가 죽기 쉽다. 그런데 이제 5G 기술의 등장으로 본격적인 5G망 구축과 함께 네트워크 대역폭의 개선이 기대되고 있다. 클라우드 게임의 상용화를 도울 초고속·초저지연·초연결의 기술이 실현된 것이다.

이런 배경을 바탕으로 구글은 올해 3월 19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글로벌 게임 개발자 콘퍼런스 ‘GDC 2019’에서 스트리밍 게임 플랫폼 ‘스타디아’를 공개했다. 구글은 이날 스타디아의 성능을 증명하기 위해 ‘어쌔신크리드 오디세이’라는 고사양 게임을 직접 무대에서 스트리밍해 보였다. 필 해리슨 구글 부사장은 “우리가 찾을 수 있는 가장 안 좋은 모델의 컴퓨터를 가져왔다”고 하며 게임을 구동했다.

저사양의 컴퓨터가 끊김없이 매끄러운 고화질의 게임 화면을 보이자 장내는 조용해졌다. PC로 게임을 조작하던 개발자가 갑자기 옆에 있던 태블릿PC로 옮겨가 다시 게임에 접속했다. 거의 동시에 PC 화면과 똑같은 화면이 태블릿PC에도 보이자 사람들은 환호하며 박수를 보냈다.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구현이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애플은 구독형 모델 제시

이에 질세라 애플은 3월 25일 ‘애플 아케이드’를 공개했다. 애플이 내세운 전략은 ‘구독형 모델’이다. 월정액제를 도입해, 매달 구독료를 내면 애플 아케이드에서만 단독 서비스되는 100여 종 이상의 프리미엄 게임을 제한 없이 플레이할 수 있다.

애플 제품끼리의 강력한 호환성을 바탕으로 아이폰과 아이패드, 맥, 애플티비를 오가며 게임할 수 있다. 가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애플은 보도자료를 통해 “광고를 게재하거나 아이템 등의 추가 구매를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며 완전한 구독 경제 모델 추구 계획을 밝혔다.

애플 아케이드는 스타디아와 같은 클라우드 게임 플랫폼이 아니다. ‘멀티 디바이스’ 전략이 아닌 ‘멀티 게임 서비스’ 전략을 채택했다고 보면 된다. 여전히 게임을 다운로드해 플레이해야 하기 때문에 엄밀히 말해 혁신적이지는 않다. 다만 넷플릭스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를 통해 사용자 유입을 노리듯이 애플 아케이드도 세계적인 개발자들의 오리지널 게임을 단독 서비스해 고객 유입을 꾀한 것이다. ‘파이널판타지’를 개발한 사카구치 히로노부, ‘심즈 시리즈’를 개발한 윌 라이트 등의 거물이 참여했다.

삼성도 경쟁에 뛰어들었다. 4월 29일 삼성전자가 스트리밍 게임 서비스로 추측되는 ‘플레이갤럭시 링크’의 상표권을 미국 특허청과 유럽 지식재산권 사무소에 출원했음이 외신을 통해 알려졌다. 애플 아케이드와 비슷하게 일정한 요금을 내면 자사 기기에서 다양한 게임을 무제한으로 플레이할 수 있는 서비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각각 플레이스테이션과 엑스박스라는 게임 콘솔을 판매하며 오랜 경쟁 관계에 있던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가 5월 16일 차세대 클라우드 서비스 공동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구글이 스타디아를 멋지게 구현해내자 두 회사가 위기감을 느껴 협력하게 됐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한 게임 업계 관계자는 “두 경쟁사가 협력해서라도 구글 스타디아를 뛰어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며 “이는 다시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가 그만큼 미래에 놓칠 수 없는 중요한 산업이 될 것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게임 업계에는 결국 애플과 삼성도 클라우드 서비스를 채택할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최진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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