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6월 입주한 ‘고덕파라곤’과 한창 공사 중인 ‘고덕제일풍경채센트럴’ ‘고덕신안인스빌시그니처’ 단지. 사진 이지은 기자
올해 6월 입주한 ‘고덕파라곤’과 한창 공사 중인 ‘고덕제일풍경채센트럴’ ‘고덕신안인스빌시그니처’ 단지. 사진 이지은 기자

“고덕신도시 부동산 시장이 누렸던 ‘삼성 효과’는 이미 끝물입니다. 삼성 하나만 보고 몰렸던 투자자들도 프리미엄 챙길 만큼 챙겼다고 보고 싹 빠진 상태예요. 올해 분양한 아파트들은 ‘미분양 폭탄’ 맞고 있잖아요.”(고덕신도시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

8월 14일 만난 경기 평택 고덕신도시 공인중개사들은 ‘지금 고덕신도시 분위기는 2년 전과는 딴판’이라고 입을 모았다. 2017년 고덕신도시에 분양했던 ‘고덕제일풍경채센트럴(84 대 1)’ ‘고덕파라곤(49 대 1)’ ‘고덕 자연앤자이(28 대 1)’는 당시 경기도에서 각각 청약경쟁률 1~3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인기가 뜨거웠지만, 올해 분양하는 아파트들은 줄줄이 미달 나고 있다.

부지 남쪽에 국내 최대 규모의 삼성전자 산업단지를 품고 있는 고덕신도시는 지난 6월 ‘고덕파라곤’을 필두로 입주를 시작했다. 고덕신도시는 삼성이 들어선다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던 지역이다. 최근 몇 년간 경기도가 과잉 공급으로 미분양 몸살을 앓고 있지만, 고덕신도시만큼은 전망이 밝을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막상 고덕신도시 입주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후 수요자들이 외면하기 시작했다. 올해 5월 ‘고덕파라곤 2차’, 7월 ‘고덕리슈빌파크뷰’가 전부 미분양됐고, 2년 전 분양해 수천만원 웃돈이 붙었던 아파트 분양·입주권 가격 상승 폭도 감소세로 접어든 상태다. 고덕신도시 주택 시장이 갑자기 외면받게 된 이유에 대해 알아봤다.


이유 1│전매제한 3년 규제

전문가들과 지역 공인중개사들은 최근 고덕신도시 분양 시장이 침체된 첫 번째 원인으로 투자 수요 급감을 꼽고 있다. 지난해 12월 국토부가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시행한 이후 공공택지인 고덕신도시에 분양하는 아파트 전매제한 기간이 기존 6개월~1년에서 3년으로 늘어났다. 앞으로는 고덕신도시 아파트를 분양받더라도 분양권에 프리미엄을 얹어 곧바로 되파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졌다. 아무리 삼성이 들어선다고 해도 일단 불확실한 상황에서 3년간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으면서 투자자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투자 수요가 빠져 나가자, 고덕신도시 분양 성적은 바닥 수준이 됐다. 7월에 분양한 ‘고덕리슈빌파크뷰’는 728가구를 모집하는 데 136명만 청약해 80% 이상이 미분양됐다. 지난 5월 ‘고덕파라곤 2차’의 평균 청약경쟁률은 1.21 대 1이었지만, 미계약 물량이 쏟아져 나와 현재 선착순 분양을 하고 있다. 2년 전 같은 브랜드인 ‘고덕파라곤 1차’의 평균경쟁률이 49 대 1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분양 참패라는 평이 나온다.


이유 2│고평가된 분양가

앞으로 고덕신도시에 분양하는 아파트들은 평택 실수요를 겨냥해야 하는데, 실수요자들이 고덕신도시 단지들을 매력적으로 보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2년 전 1단계 사업지에 분양해 ‘대장주’로 꼽히는 아파트들보다 지하철역에서 멀고 도심 접근성이 떨어지는 등 입지 경쟁력이 덜한데도, 분양가는 훨씬 비싸졌기 때문이다.

올해 고덕신도시에 분양한 84㎡ 분양가를 보면 ‘고덕리슈빌파크뷰’가 4억2900만~4억3400만원, ‘고덕파라곤 2차’가 4억2400만원이다(1~5층 제외). 2017년 분양했던 아파트 4곳의 평균분양가(3억8209만원)보다 4100만원 이상 비싸다. 이렇다 보니 고덕신도시 입주자 커뮤니티에는 “새 아파트 분양가와 기존 4개 단지 분양·입주권에 웃돈을 얹어서 사는 금액이 비슷하다”며 “같은 가격이면 1단계 아파트 분양·입주권을 매입하지, 굳이 신규 분양받을 이유가 없다”라는 글들이 올라온다.


이유 3│평택시도 공급 과잉

평택에 새 아파트 분양이 이어지고 있는 것도 악재다. 소사벌지구·지제세교지구·동삭지구·모산영신지구 등 주변 택지지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개발되면서 공급 과잉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이렇다 보니 평택은 경기도에서 미분양 1위 지역에 올랐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경기도에서 미분양된 7835가구 중 평택에 약 30% 수준인 2066가구가 몰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지난 6월 말 기준).

공급 과잉의 영향으로 1단계 부지에 공급했던 아파트들의 분양·입주권 가격 상승세도 주춤해졌다. 지난해 전매제한이 풀린 후 매달 최고가를 경신하던 분양·입주권 매매가가 올해 들어 점점 하락하는 추세다. 월별 최고가를 보면 ‘고덕제일풍경채센트럴’ 84㎡가 지난 4월 4억4490만원에서 7월 4억1960만원으로 2500만원 정도 떨어졌다. ‘고덕자연앤자이’ 84㎡는 1620만원(6월 4억2597만원→7월 4억977만원), ‘고덕신안인스빌시그니처’ 84㎡는 2246만원(12월 4억3586만원→8월 4억1340만원)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공급 과잉과 단기간에 가격이 급등했던 평택 주택시장이 다소 침체됐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반면, 초기 분양가와 비교해 3000만~5000만원 정도는 기본으로 오른 상태가 유지되고 있어 확실한 가격 하락세는 아니라고 본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앞으로 고덕신도시에 분양하는 단지들은 줄줄이 미분양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며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삼성전자라는 대규모 일자리가 있기 때문에 다른 수도권 신도시들과는 달리 베드타운이 아닌 자생력을 갖춘 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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