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1일 서울 신촌에 오픈한 ‘폴더 하이라이트’ 매장. 사진 정미하 기자
9월 11일 서울 신촌에 오픈한 ‘폴더 하이라이트’ 매장. 사진 정미하 기자

9월 23일 오후 8시, 운동화를 즐겨 신는 30대 직장인 임지연씨는 퇴근길에 회사 근처에 있는 서울 중구 명동의 신발 편집매장에 들렀다. 김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롯데백화점 본점에 입점한 나이키, 아디다스 등 브랜드 매장을 둘러보고 운동화를 샀지만, 요즘은 주로 편집매장에서 신발을 구매한다. 백화점보다 늦은 밤 10시까지 영업하는 데다 여러 브랜드 운동화를 한곳에서 비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주변에서 추천받은 스니커즈인 나이키 ‘제이크루’와 반스 ‘올드스쿨’을 신어본 다음 제이크루 한 켤레를 샀다.

한 매장에서 다양한 브랜드의 신발을 모아 놓고 판매하는 편집매장이 성장세다. 업계에 따르면 2009년 6100억원이었던 시장 규모가 10년 만인 올해 1조원을 넘어서고 2023년에는 2조원 규모가 될 전망이다. 국내 신발 시장이 2012년 6조원을 돌파한 이후 2013년 6조8679억원, 2014년 6조6002억원, 2015년 6조8803억원, 2016년 6조4191억원, 2017년 6조5794억원 등 한 자릿수 성장하거나 마이너스 성장하는 등 수년간 정체된 것과 대조적이다.

이 중에서도 이랜드그룹 신발 편집매장 ‘폴더(Folder)’의 행보가 눈에 띈다. 사업을 시작한 2012년 70억원이었던 매출은 2018년 1300억원으로, 6년 만에 18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매출은 1년 전보다 13% 증가하며 업계에서 가장 많이 늘었다. 그 덕분에 시장 순위가 4위에서 3위로 올라섰다.

신발 편집매장은 명동에만 ABC마트(2018년 매출 기준 1위) 3곳, 레스모아(2위) 2곳, 폴더(3위) 2곳이 있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후발 주자지만 최근 들어 두각을 보이는 폴더의 성장 비결을 살펴봤다.


‘폴더 온리’ 제품. 폴더 매장에서만 파는 한정판 신발이다. 사진 정미하 기자
‘폴더 온리’ 제품. 폴더 매장에서만 파는 한정판 신발이다. 사진 정미하 기자

포인트 1│
‘폴더 한정판’ 기획·제안부터 판매까지

폴더는 기존 신발 편집매장에는 없는 제품을 판매하는 차별화 전략을 쓴다. 폴더 매장에서만 살 수 있는 ‘폴더 한정판’ 제품으로 소비자를 유혹하는 것이다. 신발 편집매장이 보통 나이키·아디다스·휠라·뉴발란스·리복 등 대형 스포츠 브랜드 50여 개의 제품을 취급하고 가격마저 비슷해진 상황에서, 한정판은 상품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실제로 폴더 명동2호점에는 ‘폴더 온리(Only)’ 마크가 붙은 신발이 곳곳에 전시돼 있었다. 폴더는 론칭 초기 반스와 협업을 시작으로 휠라·아디다스 등과 폴더 온리 제품을 선보였다. 예를 들어, 흰색 바탕에 노랑·파랑·빨강 띠가 들어간 반스 ‘블랙볼’ 운동화는 폴더 매장에서만 살 수 있다.

폴더는 고객 취향을 파악해 디자인, 색상 등을 신발 회사에 제안한다. 스파오(SPAO), 케이스위스(K·SWISS) 등 의류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쌓은 제품 기획 노하우를 폴더 운영에 사용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트렌드에 민감한 소비자가 있는 주요 상권을 찾아 어떤 신발을 신고 있는지 현장 조사를 진행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주로 올라오는 신발 색상을 조사해 기획에 반영하기도 한다.

물론 경쟁사 일부도 폴더처럼 한정판 제품을 판매한다. 폴더 관계자는 “신발 회사가 이미 만들어 둔 제품 중에서 한정판을 골라 판매하는 경우가 많지만, 폴더는 상품 기획 단계부터 참여하는 것이 차이점”이라며 “폴더는 한정판을 구색 맞추기 식으로 갖춰 놓는 데 그치지 않고 폴더만의 제품을 공급하는 데 주력한다”고 강조했다.


포인트 2│
모방 심리 자극 ‘폴더 크루’의 활약

폴더 매장 판매사원인 남진우씨는 사복을 입고 고객을 응대한다. 9월 24일에는 미국 신발 브랜드 ‘호카오네오네(Hokaoneone)’의 어글리슈즈 ‘토르 하이’에 맞춰 체크무늬 통바지에 멜빵을 하고 일했다. 남씨는 2017년 4월부터 폴더에서 일하면서 줄곧 그날 신은 신발에 맞춰 의상을 코디하는 데 신경 쓰고 있다.

전국 40개 폴더 매장에서 일하는 판매사원의 복장은 자유롭다. 검은색 힙합 바지에 회색 후드티와 아디다스 운동화, 베이지색 통바지에 빅사이즈 티셔츠를 입고 흰색 컨버스 운동화를 신는 등, 판매사원의 옷차림은 다양하다. 규칙은 하나, 자신이 일하는 매장에서 판매하는 신발을 신어야 한다는 것. 신발에 맞춰 코디하는 것이 이들의 업무 중 하나다.

‘폴더 크루(Foldercrew)’라고 불리는 판매사원은 전국에 약 350명. 이들은 폴더에서 판매하는 제품을 홍보하는 일종의 ‘모델’ 역할을 한다. 매장을 찾은 소비자를 대상으로 패셔너블한 모습을 선보여 구매를 유도하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다. 폴더 크루는 SNS에 사진을 올리며 신제품이나 폴더 온리 제품을 홍보하는 역할도 한다. 인스타그램 ‘폴더 크루’ 계정에는 부산 광복점, 청주점, 대구 동성로점 등 전국에서 일하는 폴더 크루가 올린 게시물이 1100개 이상 올라와 있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폴더 크루가 착용한 신발을 찾는 고객이 많아져 해당 상품의 판매율이 증가하고 있다”며 “소비자 호응이 좋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신발 회사에서 협찬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plus point

10·20대에 집중한 ‘폴더 하이라이트’

이랜드그룹은 9월 11일 서울 신촌에 ‘폴더 하이라이트’ 첫 매장을 열었다. 폴더 하이라이트는 기존 폴더와 다르게 신발은 물론 의류와 잡화도 판다. 패션 브랜드에서 판매하던 기존 제품을 선택해 판매하는 것을 넘어 소비자가 접하기 힘들었던 디자이너 브랜드를 선보이거나, 디자이너와 협업해 새로운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목표다. 폴더 하이라이트 신촌점에는 글로벌 스트리트 의류 브랜드인 ‘립앤딥’ ‘오베이’ 등이 입점해 있다.

이랜드그룹은 폴더 하이라이트의 주요 고객을 10·20대로 잡았다. 이들은 패션 트렌드에 민감하고 새로운 제품과 디자인을 빨리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10·20대를 타깃으로 한 만큼 젊은층 유동인구가 많은 신촌을 오픈 장소로 택했다. 서울 신촌 상권은 서울 강남과 홍대보다 북적이지 않는다. 하지만 폴더는 신촌이 2012년 폴더 첫 매장이 세워진 공간이라는 상징성을 택했다. 여기에다 신촌에서 폴더 하이라이트 매장이 성공을 거두면 강남, 홍대 등지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다고 봤다. 이랜드그룹은 신촌을 시작으로 2021년까지 서울 홍대·명동, 대구 동성로 등에 폴더 하이라이트 매장 20곳을 열 예정이다.

기존 폴더 매장은 전 연령층을 아우르는 매장으로 변화시킬 예정이다. 패션 트렌드에는 비교적 민감하지 않지만, 합리적인 가격이나 접근성을 고려하는 가족 단위 소비 계층이 주요 공략 대상이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투트랙 전략을 바탕으로 2020년에는 매장을 70개로 늘리고 2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정미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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