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기 성균관대 사학과, 한국막걸리협회장
박성기
성균관대 사학과, 한국막걸리협회장

“막걸리는 스피드가 생명인 산업화 시대에는 맞지 않는 술이었습니다. ‘빨리 마시고 빨리 취하는 술문화’에는 어울리지 않는 술, 알코올 도수가 낮아 쉽게 취기가 올라오지 않는 술이었습니다. 식당에서도 홀대를 당했습니다. 막걸리에는 원료인 쌀 성분이 고스란히 들어있다 보니 막걸리 마시는 손님들은 안주를 별로 안 먹는다는 겁니다. 식당 매출에 도움이 안 되는 술로 낙인찍힌 거죠.”

경기도 가평의 막걸리 전문 술도가 ‘우리술’은 ‘가평잣막걸리’로 유명하다. 작년에는 청와대 만찬주로 선정돼 이름을 날렸다. 우리술 박성기 대표는 자랑스러운 문화유산 중 하나인 막걸리가 오랫동안 ‘천대’받은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2013년에 한국막걸리협회를 설립하고, 지금도 막걸리수출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을 정도로 막걸리 세계화에 제일 먼저 발 벗고 나선 인물이다.

그런 박 대표에게 당연한 질문을 던졌다. “막걸리가 수출하기 좋은 이유는 무엇인가?” 그는 “과거에 막걸리의 단점으로 지적됐던 사항들이 지금은 반대로 장점으로 둔갑했다”고 답했다. “세계적 흐름을 보더라도, 이제 술은 취하기 위해 마시기보다는 즐기기 위해 마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스키, 소주 같은 알코올 도수가 높은 술보다는 당연히 저도수 술이 각광받습니다. 막걸리(평균 도수는 6도)는 이런 글로벌 술 시장 트렌드에 딱 맞는 술입니다. 막걸리를 마시면 배가 불러 ‘안줏발’이 안 선다고요? 요즘 같은 영양 과잉 시대에 막걸리만큼 착한 술이 없어요. 술 자체가 요기가 되니, 안주를 적게 먹어도 되니까요.”

경기도 가평군 조종면 우리술 본사에서 만난 박 대표는 “베트남을 비롯해 쌀문화권 국가인 동남아 지역에 막걸리 수출이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9월 20일~22일 경기도 가평 자라섬 일대에서 열린 전국막걸리페스티벌에서도 베트남 부스를 따로 둘 정도로 막걸리 업계가 베트남에 공을 들이고 있다.


가평잣막걸리 주입 공정. 사진 우리술
가평잣막걸리 주입 공정. 사진 우리술

베트남으로 막걸리를 수출한다니 의외다.
“베트남은 캄보디아, 네팔 등과 함께 쌀문화권 국가로서, 우리와 유사한 점이 많다. 오래전이지만 이들 국가에는 우리 막걸리 같은 술이 있었다. 쌀과 누룩으로 빚은 술이었다. 다만, 산업화가 안 된 이유 등으로 지금은 거의 명맥이 끊어져 있다. 네팔은 지금도 시골에 가면 우리 막걸리와 원료, 양조법이나 맛이 비슷한 ‘창’이라 부르는 현지 술이 있다. 또 하나 우리에게 다행스러운 것은 과거에 쌀로 빚은 현지 술이 지금은 거의 명맥이 끊어져 우리 막걸리가 진출할 시장이 있다는 점이다. 네팔의 술, 창은 시큼한 맛이 강해 마시기 어려웠다. 집에서 만들다 보니 오랫동안 품질 관리가 전혀 안 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가 만든 고품질 막걸리가 이들 국가에서는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

막걸리 업계는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등 여러 나라의 음식축제에 적극 참가하면서 우리 음식과 막걸리의 동반 진출을 도모하고 있다. 또 한편으론 쌀문화권 국가들의 현지 음식과 우리 막걸리의 마리아주(음식궁합)에도 신경 쓰고 있다. 막걸리가 잘 맞는 현지 음식이 많다면, 현지인들이 우리 막걸리를 훨씬 친숙하게 대할 것이기 때문이다.

막걸리와 잘 어울리는 해외 현지 음식을 꼽는다면.
“막걸리도 음식 중 하나이기 때문에 막걸리 세계화는 당연히 우리 음식과 같이 진행돼야 한다고 여겼다. 그런데 동남아 지역으로 여러 번 출장을 다녀 보니, 베트남 같은 쌀문화권 국가에는 쌀로 만든 음식이 많기 때문에 현지 음식과 우리 막걸리가 잘 어울린다는 것을 알게 됐다. 가령, 이번 자라섬 페스티벌에서 선보인 ‘짜조’라는 베트남 음식은 라이스 페이퍼로 만두를 만든 뒤 이를 튀긴 것인데, 막걸리와 음식궁합이 잘 맞았다. 오는 11월에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한국-베트남 음식문화축제에도 막걸리와 잘 어울리는 현지 음식을 많이 소개할 생각이다.”

막걸리가 좋은 수출 품목이라는 것이 놀랍다. 이유를 설명한다면.
“세계적으로 저도수 술을 선호하는 트렌드와도 막걸리는 맞아떨어진다. 술 자체를 취하기 위해서 마시는 게 아니라 즐기기 위해서 마시는 풍조가 완연하다. 가족끼리 마시는 술, 혼자 마시는 술에 어울리는 술은 막걸리처럼 도수 낮은 술이다. 또 과거에는 막걸리의 단점으로 지적됐던 것들이 이제는 막걸리의 장점으로 둔갑하는 사례를 많이 볼 수 있는 점도 막걸리 세계화에 고무적이다. 과거에 막걸리가 식당에서 천대받았던 이유가 막걸리 마시는 사람은 안주를 별로 안 먹기 때문이었다. 막걸리는 원료인 곡물 전체를 마시는 거의 유일한 술이다. 곡물 전체를 먹다 보니 금세 배가 불러 안주를 덜 먹을 수밖에 없다. 또, 도수가 낮다 보니 잘 취하지도 않는 술이다. 그런데 이제는 역전이 됐다. 이제는 누구나 비만, 성인병 등을 염두에 두고 안주를 적게 먹으려 한다. 지금 같은 영양 과잉 시대에는 막걸리만큼 좋은 술이 없다. 막걸리는 식사를 적당히 끊어주는 역할을 한다.”

막걸리 전문 술도가 우리술은 가평 특산물인 잣 외에 원재료인 쌀을 경기 김포, 가평 등지에서 계약재배를 통해 수매해오고 있다. 2010년 경기미 계약재배 100t으로 시작해 올해는 계약재배 물량을 320t으로 10년 전보다 3배가량 늘렸다. 계약재배가 10년간 지속되면서 매년 재배면적과 수급량이 늘어나, 농가와 기업 간의 성공적인 상생협력 모델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특히 막걸리 가공 전용 쌀 개발에도 노력을 기울여, 쌀알이 굵고 흡수성이 좋은 보람찬벼 등을 막걸리 원료로 쓰고 있다.

올해 신제품을 소개해달라.
“프리미엄 막걸리인 ‘조종막걸리'를 이르면 연말 즈음에 내놓을 계획이다. 우리술 양조장의 원래 이름이 지역명(가평군 조종면)을 딴 조종양조장이었다. 1928년에 설립됐다. 그래서 신제품 이름을 조종막걸리로 정했다. 신제품은 보디감이 강한 묵직한 술이 될 것이다. 우리 회사 주력 제품인 잣막걸리가 그동안은 부재료인 잣에 가려 주원료인 보람찬벼 특유의 특성을 제대로 못 살렸다. 새로 나올 조종막걸리는 양조 전용 쌀의 개성이 온전히 드러날 것이다. 알코올 도수가 8~9도 정도다. 인공감미료를 전혀 넣지 않아, 쌀 자체의 풍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박순욱 조선비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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