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티투어버스 2층에서 바라본 ‘서울세계불꽃축제’ 모습(왼쪽). ‘서울세계불꽃축제’를 관람하고 오후 9시 청계광장 정류장에 도착한 시티투어버스. 사진 김두원 인턴기자
서울시티투어버스 2층에서 바라본 ‘서울세계불꽃축제’ 모습(왼쪽). ‘서울세계불꽃축제’를 관람하고 오후 9시 청계광장 정류장에 도착한 시티투어버스. 사진 김두원 인턴기자

“세계 최고의 실력을 갖춘 한국 팀의 불꽃 공연이 시작됩니다”

10월 5일 오후 8시 20분 서울 강변북로를 지나고 있던 ‘서울시티투어버스’에 안내 멘트가 나오자 승객들이 일제히 우측을 봤다. 여의도 63빌딩을 배경으로 꽃, 하트 등 다양한 모양의 불꽃들이 하늘로 쏘아 올려지고 있었다. 버스에 타고 있던 모든 승객의 시선이 하늘의 불꽃을 쫓았고 동시에 감탄사를 연발했다.

최근 버스를 타고 서울을 관광하는 ‘서울시티투어버스’ 이용객이 늘고 있다. 서울시 관광산업과에 따르면 2017년 18만9045명이었던 서울시티투어버스 이용객은 2018년 19만4293명으로 늘었다. 특히 2019년 1~8월의 이용객은 14만278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6.9% 증가했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지속적인 이용객 감소로 위기에 처했던 서울시티투어버스가 다양한 관광상품을 내놓으며 반등에 성공한 것이다. 버스 관광과 식사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버스토랑’, 여름을 맞아 납량특집으로 코스를 구성한 ‘썸머 호러나이트’ 등 새롭게 개발한 상품이 승객을 유인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서울시티투어버스 측은 10월 5일 저녁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열린 ‘서울세계불꽃축제’에 맞춰 시티투어버스를 운영했다. 2층 버스나 트롤리버스(전차 모양의 버스)를 타고 여의도 일대를 돌며 불꽃놀이를 감상하는 상품이었다. ‘이코노미조선’도 이날 시티투어버스에 탑승해봤다. 이용 요금은 1만5000원으로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10월 5일 오전 11시 ‘이코노미조선’은 시티투어버스를 예약하기 위해 서울 코리아나호텔 앞에 있는 서울시티투어버스 광화문 매표소를 찾았다. 10명 이상의 외국인 관광객이 표를 사기 위해 줄을 서 있었다. 매표소 뒤편 ‘도심·고궁·남산 코스’ 투어를 위해 출발 대기 중인 버스는 이미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관광객으로 자리가 꽉 차 있어, 서울시티투어버스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시티투어버스 출발 시각인 오후 7시가 되어 버스 기사 안내에 따라 2층 버스에 올랐다. 오전에 본 ‘도심·고궁·남산 코스’ 버스에는 외국인 관광객이 대부분이었던 반면, 시티투어버스에는 연인·가족 단위의 한국인 승객이 많이 보였다. 자리에 앉자 좌석 앞에 부착된 오디오 가이드 기기가 눈에 띄었다.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오디오 가이드는 영어·중국어·일본어 등 12개 국어로 서울에 대한 설명을 제공한다. 개인 이어폰을 기기에 연결하고 원하는 언어를 선택하면 된다. 광화문 매표소에서 출발한 버스가 서울시청을 지나갈 때쯤 서울의 인구 변화와 역사를 소개하는 한국어 설명이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이때 몇몇 외국인 승객은 오디오 가이드를 이용해 설명을 듣기도 했다.

오후 8시쯤 버스가 마포대교를 건너자 승객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버스 왼쪽으로 스웨덴 팀이 쏘아 올린 불꽃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불빛 가득한 63빌딩의 야경과 화려한 불꽃이 한데 어우러졌다. 버스가 서강대교를 건너 강변북로에 들어섰을 때는 스웨덴 팀에 이어 한국 팀이 쏘아 올린 첫 불꽃이 하늘에서 터졌다.

축제가 절정에 이르자 강변북로 위는 축제를 보기 위해 정차한 차들로 얽혀 있었다. 정차한 차 안의 일부 사람들은 다른 차가 시야를 가리자 자동차 선루프를 통해 지붕 위로 올라가 사진을 찍기도 했다. 어수선했던 버스 밖 상황과 달리 시티투어버스는 쾌적했다. 2층 구조이기 때문에 다른 차보다 훨씬 높은 시야에서 불꽃축제를 감상할 수 있었다.

한국 팀의 불꽃은 약 40분간 하트, 꽃, 태극문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밤 하늘을 화려하게 수놓았다. 8시 30분 불꽃축제 관람이 끝난 후 강변북로에서 출발한 버스는 남산과 세빛섬 등 서울의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장소를 추가로 들렀다. 이후 오후 9시 청계광장에 도착하면서 투어는 끝났다.

이날 시티투어버스에 탑승한 직장인 황모(24)씨는 “밖에서 불꽃축제를 보려면 ‘명당’을 잡기 위해 낮부터 일찍 나와 대기해야 하는데 시티투어버스를 이용하면 그런 시간 낭비가 없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초등학생 자녀 둘과 함께 버스에 탑승한 주부 김모(41)씨는 “밖에서 축제를 보려면 추운 날씨도 걱정이고 인파가 많아 아이들 관리도 어려운데 버스 안에서 따뜻하게 불꽃축제를 볼 수 있어 쾌적했다”고 말했다.


트롤리버스 타고 세빛섬에서 식사도

트롤리버스를 타고 서울의 명소 세빛섬에서 식사를 즐길 수도 있다. 버스(bus)와 레스토랑(restaurant)을 합친 ‘버스토랑’은 서울시티투어버스가 올해 6월부터 개시한 관광 상품이다. 경복궁, 인사동 등을 포함한 서울 도심 관광과 함께 점심(버스토랑 데이팩) 또는 저녁 식사(버스토랑 나이트팩)를 제공한다. 버스토랑 데이팩의 이용 요금은 어른 4만5000원, 어린이 4만원이며, 나이트팩의 경우 어른 3만6000원, 어린이 3만1000원이다.

식사 메뉴는 성인에게 장어구이 정식 또는 갈빗살 정식을, 어린이에게는 함박스테이크 또는 돈가스 정식을 제공한다. 데이팩의 경우 오전 10시에 출발해 오후 4시까지 운영하며 나이트팩은 오후 7시에 출발해 오후 9시 30분까지 운영된다. 나이트팩은 버스 투어 시간이 짧은 대신 서울 야경을 보며 식사하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경복궁 지나면서 태권도 공연 감상

서울의 명소에서 펼쳐지는 공연을 버스에서 감상하는 관광 상품도 있다. 서울시티투어버스는 9월 25일부터 11월 16일까지 ‘공연시티투어버스’를 운영한다. 공연시티투어버스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도심·고궁·남산 코스’를 따라 일주일에 총 6회 운영한다(수요일·목요일 13시 05분, 15시 35분 / 토요일 12시 55분, 15시 25분). 공연 장소는 DDP, 대학로, 경복궁 등을 포함하여 6개 지점이다. 각 지점에서 비보잉, 상모돌리기, 마술, 마임, 태권도, 전통악기 연주 등 총 6개의 공연이 펼쳐진다. 또한 각 지점의 공연에 대한 설명과 탑승객 참여를 유도하는 공연 가이드가 있어 재미를 더한다.

이 밖에 서울시티투어버스는 기본 관광 상품으로 도심·고궁·남산 코스(A코스), 강남·강북 파노라마(B코스), 어라운드 강남(C코스), 야경(D코스) 투어를 제공한다. 여기에 전문 가이드가 동행하는 ‘서울 스페셜 패키지’, 서울 도심과 DMZ를 묶어 여행하는 ‘DMZ 투어’ 등 다양한 관광 상품이 있어 이용객의 선택 폭이 넓다.

주용태 서울시 관광체육국장은 “단순히 버스에서 명소를 바라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관광객들이 직접 체험하고 참여해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시도하고 있다”며 “앞으로 다가올 핼러윈, 크리스마스 등에 맞춰 서울시티투어버스에 적합한 관광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추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