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우아한 형제들의 서빙 로봇 ‘딜리’와 배달 로봇 ‘딜리 타워’, 베어 로보틱스의 ‘페니’, 에일리언 로봇의 ‘카페맨’. 사진 우아한 형제들, 베어 로보틱스, 팁스타운
왼쪽부터 우아한 형제들의 서빙 로봇 ‘딜리’와 배달 로봇 ‘딜리 타워’, 베어 로보틱스의 ‘페니’, 에일리언 로봇의 ‘카페맨’. 사진 우아한 형제들, 베어 로보틱스, 팁스타운

11월 18일 저녁 경기 성남시 백현동에 있는 가정식 전문점 ‘찬장’. 자리를 잡은 테이블 위에는 주문용 태블릿PC가 놓여 있었다. 원하는 메뉴를 선택하고 주문 버튼을 눌렀다. 잠시 후 4단 선반에 바퀴가 달린 형태의 서빙 로봇 ‘딜리’가 주문한 음식을 테이블까지 날랐다. 음식이 놓인 쟁반을 테이블로 옮긴 뒤 딜리 상부에 부착된 화면에 뜬 완료 버튼을 누르자 주방 앞으로 되돌아간 딜리. 이동 중 사람과 맞닥뜨리면 피해갔다. 11월 초부터 딜리를 도입한 이 가게의 직원은 “아직 딜리가 서빙하면서 실수를 한 적은 없다”며 “보통 한 테이블당 5~6번을 가야 하는데 딜리 덕에 1~2번이라도 횟수를 줄일 수 있어 편해졌다”고 했다.

11월 19일 점심시간, 서울 성수동에 있는 말차 전문점 ‘슈퍼말차’는 고즈넉한 분위기의 유리와 석재 인테리어가 돋보이지만,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검은색 로봇 팔이었다. 직원이 물과 말차를 넣은 다기를 제작대 위에 올려놓자 차선(말차를 섞을 때 쓰는 도구)이 부착된 로봇 팔이 분주히 움직였다. 말차를 충분히 풀어준 뒤 세 번, 차선을 물에 헹군 뒤에 세 번 ‘탁탁’ 물기를 털어주는 움직임을 보자 다도 체험에서 봤던 선생님의 손동작이 떠올랐다. 로봇 팔이 물과 말차를 섞을 동안 직원은 우유를 준비하거나 커피 음료를 제조했다. 완성된 말차는 뭉친 가루 덩어리 하나 없이 달콤했다.

‘로봇 알바’가 식당과 카페 등 일상 속을 파고들고 있다. ‘우아한 형제들’은 11월 18일부터 딜리 렌털 홈페이지를 열었다. 렌털 비용은 2년 계약 기준 월 90만원으로 로봇 대여부터 정기 관리, 영업배상책임 보험 등이 포함된 금액이다. 최저임금 기준으로 아르바이트생 0.5명을 고용하는 비용과 비슷하다. 우아한 형제들은 딜리에 이어 배달 로봇 ‘딜리 타워’ 상용화도 준비 중이다. 배달 앱 ‘배달의 민족’을 통해 음식을 주문할 때, 배달원이 건물 1층에 대기하고 있는 딜리 타워에 음식을 넣으면 딜리 타워가 주문한 사람이 있는 층까지 배달하는 방식이다. 우아한 형제들은 직접 로봇을 제조하지 않고 국내외 로봇 제조 및 시스템 기업을 통해 로봇을 공급받고 있다. 고객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 로봇 기획과 컨설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2017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한 한국계 로봇 기술 스타트업 ‘베어 로보틱스’ 역시 서빙 로봇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베어 로보틱스는 자사 서빙 로봇 ‘페니’를 기반으로 한 서빙 로봇 ‘딜리 플레이트’를 피자헛 목동점에서 시범 운영했다. 현재 지중해 레스토랑 ‘빌라드샤롯’ 잠실점, 서울 역삼동 강남N타워 내 라운지엑스 카페 등 2곳에서 페니의 새 모델을 경험할 수 있다. 현재까지 전 세계 레스토랑 4000여 곳에서 페니를 시연한 베어 로보틱스는 현재 몇몇 글로벌 외식 업체와 페니 공급을 논의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페니 공급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음료 만드는 로봇 팔은 진화 中

식음료(F&B) 로봇 기술 스타트업 ‘에일리언 로봇’은 드립 커피를 만드는 바리스타 로봇 ‘카페맨’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현재 서울 역삼동 강남N타워와 팁스타운 등에서 카페맨이 분쇄된 원두를 담은 컵을 들어 드리퍼에 붓고, 주전자를 들어 물을 따르고, 완성된 드립 커피 잔을 옮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직원이 할 것은 드리퍼와 커피잔을 세팅하는 일뿐이다. 바리스타가 드립 커피 1잔을 만들 때 10분 이상이 걸리지만, 카페맨이 3잔을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8분에 불과하다. 바리스타가 원하는 작동 방식을 소프트웨어에 입력하면 카페맨은 그대로 따른다. 이 때문에 카페맨을 설치한 매장마다 특유의 맛을 살릴 수도 있다. 커피가 아닌 다른 음료도 만들 수 있다. 에일리언 로봇은 차(茶) 스타트업 ‘힛더티’와 협업해 말차 전문점 ‘슈퍼말차’ 성수점에 말차를 만들어 주는 카페맨을 설치했다.

‘커피 만드는 로봇 팔’의 시초는 커피 프랜차이즈 ‘달콤커피’가 2018년에 선보인 로봇 카페 ‘비트’다. 최근 등장한 바리스타 로봇은 제조 공간에서 직원과 함께 일하는 형태다. 하지만 비트는 밀폐된 공간에서 커피를 만드는, 로봇 팔과 자판기가 결합한 과도기적 형태다. 현재 전국에서 운영 중인 비트는 모두 50여 개로 월평균 10만 잔의 커피가 비트를 통해 만들어진다. 비트는 약 6.6㎡(2평)의 공간을 차지하며 무인 시스템으로 24시간 운영할 수 있다. 별도의 인테리어가 필요하지 않아 비용 절감 효과가 크다. 서울 롯데월드몰 내에 있는 비트 잠실점은 주말에 평균 500잔의 커피를 판다. 달콤커피는 비트에 빅데이터와 영상인식 기술을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고객 패턴을 파악해 자주 마시는 음료를 추천하거나, 연령별·지역별·성별 고객의 음료 취향 및 상권 분석을 통해 다양한 산업과 연계된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식음료 분야를 시작으로 물류·가사용 서비스 로봇 시장은 급속히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로봇연맹에 따르면 글로벌 로봇 시장은 2017년 298억달러에서 2021년 550억달러로 연평균 16.5%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서비스 로봇 시장은 이 기간에 86억달러에서 202억달러로 연평균 24% 성장해, 제조 로봇 시장 성장률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plus point

[Interview] 이선우 에일리언 로봇 대표
“로봇 엔지니어들이여 깨어나라”

11월 25일부터 서울과 부산에서 국내외 스타트업 간 교류를 위한 행사 ‘컴업 2019’가 열린다. 이번 행사의 첫 번째 세션 주제는 ‘푸드테크’다. 이 자리에 우아한 형제들, 베어 로보틱스 등 푸드테크 기업 관계자와 함께 에일리언 로봇의 이선우 대표가 연사로 초대됐다. 공학 박사인 이 대표는 대학 시절 로봇 동아리를 직접 만들 정도로 로봇을 좋아했다. 이 대표는 동아리에서 농구·당구 로봇 등을 재미로 만든 경험이 바리스타 로봇 ‘카페맨’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구현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고 했다. 11월 19일 서울 역삼동 팁스타운에서 이선우 대표를 만났다.


카페맨 개발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기술적인 부분보다 함께 일하는 엔지니어들을 사업화라는 방향으로 이끌어가고 설득하는 일이 가장 어려웠다. 미국의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세계 최고의 로봇 기술을 보여주더라도 돈을 못 번다. 기술적 문제에 매몰되면 사업적인 방향으로 생각하기 쉽지 않다. 사업만 했던 사람은 로봇 기술을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래서 로봇을 잘 아는 엔지니어들이 깨어나야 한다.”

카페맨이 바리스타 장인의 손맛을 따라갈 수 있을까.
“로봇이 장인을 이길 순 없지만 아르바이트생보다 나을 수 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는 커피는 보통 최저임금을 받는 아르바이트생이 만드는 커피다. 아무리 교육을 잘 받은 아르바이트생이라고 해도 하루 8시간씩 100잔 이상의 커피를 만들면 지쳐서 대충 만들 수밖에 없지 않나. 로봇은 교육을 받을 필요도 없다. 전문가의 레시피를 소프트웨어에 입력하면 카페맨은 그대로 반복한다.”

에일리언 로봇의 다음 스텝은 무엇인가.
“조금 더 대중적인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에 사람이 사용하는 방식으로 에스프레소 머신을 사용해 아메리카노와 카페라테를 만드는 로봇을 공개할 예정이다. 휴먼인터페이스를 그대로 활용하면서 호환이 되는 로봇이라는 점에서 현재 카페맨의 연장선상에 있다.”

임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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