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 크래프트(Daniel Kraft) 스탠퍼드대 의학박사, 하버드대 의대, 인텔리메디신 창업 / 다니엘 크래프트 싱귤래리티대학 의대 학장은 “점(dot)처럼 개별로 존재하는 혁신가들을 하나로 잇는 것, 규제 관계자들이 신기술을 접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게 중요하다”며 “헬스케어 관련 문제를 겪고 있고, 이를 해결하고 싶다면 누구나 혁신가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사진 C영상미디어
다니엘 크래프트(Daniel Kraft)
스탠퍼드대 의학박사, 하버드대 의대, 인텔리메디신 창업 / 다니엘 크래프트 싱귤래리티대학 의대 학장은 “점(dot)처럼 개별로 존재하는 혁신가들을 하나로 잇는 것, 규제 관계자들이 신기술을 접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게 중요하다”며 “헬스케어 관련 문제를 겪고 있고, 이를 해결하고 싶다면 누구나 혁신가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사진 C영상미디어

9월 27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웨이크메드 병원. 물류 운송 업체 UPS는 이날 미국 연방항공청(FAA)의 허가(파트135)를 받아 최초로 ‘드론(무인기) 의료용품 배송’을 완료했다. 파트135는 조종사 수, 드론 대수, 운항 범위 제한이 없는 최고 수준의 허가다. UPS는 미국 전역에 드론으로 화물을 운송하고 야간에도 드론 배송을 할 수 있는 첫 번째 업체가 됐다.

UPS가 아마존을 제칠 수 있었던 건 드론 스타트업 매터넷(Matternet)과 손잡았기 때문이다. 매터넷은 2.3㎏의 화물을 20㎞까지 운송할 수 있는 ‘M2’ 드론과 클라우드 기반 드론 물류 시스템을 갖춘 이 분야 최고 기술 업체로 꼽힌다. 설립 6년 만인 2017년엔 스위스 인구 밀집 지역에서 세계 최초로 드론 물류 허가를 받으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UPS와 매터넷은 최근 미국 대형 약국 체인 CVS와 손잡고 드론 의약품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드론 네트워크를 이용한 물품 배송 혁신’이라는 아이디어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싱귤래리티(Singularity·특이점)대학에서 시작됐다. 매터넷의 창업자인 안드레아스 팹토포울로스가 이 대학의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이 계기였다. 10주간의 프로그램을 거친 아이디어는 창업으로 구체화됐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싹트게 하고 열매를 맺도록 만드는 비결은 무엇일까. 11월 14일 조선비즈가 개최한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2019’ 기조연설 차 방한한 다니엘 크래프트 싱귤래리티대학 의대 학장을 만나 미래를 앞당기는 노하우가 무엇인지 물었다.

크래프트 학장은 하버드대에서 내과·소아과 레지던트를 수료하고 스탠퍼드대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은 ‘의사 선생님’이면서 최소한의 통증으로 골수를 빠르게 채취하는 ‘골수 광부(Marrow Miner)’ 기술을 발명한 ‘발명가’, 개인화한 의약 서비스 스타트업 ‘인텔리메디신’을 창업한 ‘창업가’다. 여러 타이틀을 가진 인물답게 왕성한 호기심과 열정이 인터뷰 내내 엿보였다. 인터뷰 자리에 앉기 전부터 자신이 쓰고 있는 음성 변환 앱을 소개하는가 하면 양쪽 주머니에서 알약이나 3D 프린터로 만든 렌치 등을 쉼 없이 꺼내 보였다.


의대 학장으로서 소개할 만한 싱귤래리티대 혁신 기술은 무엇인가.
“드론은 백신 등 의약품의 운송을 기하급수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기술이다. 최근 비슷한 콘셉트를 가진 회사가 속속 등장하는 것만 봐도 매터넷의 아이디어는 빨랐고, 옳았다고 볼 수 있다. 8년 전만 해도 이런 아이디어는 소설에나 나올 법했고, 미친 것처럼 보였지만 말이다. 기하급수적 기술의 또 다른 예는 3D 프린팅과 AR(증강현실)·VR(가상현실), 유전자 교정(gene editing) 등이 있다. 활용 범위나 성장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VR 기술은 게임뿐 아니라 통증 치료 등 의료용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혁신을 원한다면 현재의 기술만 보지 말고 2년에서 5년 내 도래할 기술을 봐야 한다.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실제로 싱귤래리티대학 출신 스타트업인 ‘메이드인스페이스(Made in Space)’는 현재 우주에서 활용할 수 있는 3D 프린팅 기술을 개발 중이다. 이종(異種) 장기 이식 등 유전자 교정 기술을 연구하는 바이오 스타트업 ‘이제네시스(eGenesis)’는 최근 1억달러(약 1167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는데, 대형 제약회사인 바이엘이 투자에 참여했다.

무엇이 이 혁신을 가능하게 했나.
“협업과 데이터다. 싱귤래리티대학에는 ‘기하급수적 의학(exponential medicine)’ 프로그램이 있다. 4일간 40개국에서 모인 800여 명의 연구자가 정보와 데이터, 의견을 공유하는 자리다. 다양한 지식과 기술을 학습하고 서로 배우면서 사고방식과 문화를 바꾸고 융합하는 연습을 한다. 즉, 혁신을 촉진하려면 데이터를 공유하고 활용해야 한다. 예컨대 많은 의료 전문가들이 인공지능(AI)이나 3D 프린팅, 블록체인, 나노테크 등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이미 세상에는 저가 유전자 검사나 IoMT(의료 데이터 관련 사물 인터넷) 기술 등이 발달해있다. 융합 과정을 통해 이처럼 다른 분야를 계속 배우고 거기에서 영감을 얻어야 한다. 혁파(disrupt)하지 않으면 혁파당하게 되는 것이다.”

그는 융합, 데이터 활용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개인화한 알약’을 예로 들었다. 미래엔 시계 등 웨어러블(몸에 걸치는) 기기로 수집한 실시간 데이터를 바탕으로 AI가 개인의 상태에 가장 적합한 약과 분량을 결정하고, 3D 프린터로 맞춤 제조해 복용하는 시대가 올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화한 알약은 그가 창업한 인텔리메디신의 사업 모델이다.

미래 의학의 모습을 예측한다면.
“미래 의학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밀화, 개인화할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폴리필(polypill·복합알약)’이다. 심혈관계에 작용하는 2개 이상의 약제를 조합해 하나의 알약으로 만든 것이다. AI가 핏비트 같은 개인용 헬스기기에서 모은 건강 정보를 토대로 맞춤형 약제를 제조하는 것이다. 똑똑한 약이다.”

개인 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도 크다.
“미래 의학은 데이터 기반 맞춤형을 추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데이터 공유가 필수다. 구글맵에서 실시간 교통량을 확인하는 것과 같다. 개인 정보 유출을 우려해 자신의 교통·위치 정보를 공유하지 않으면 구글맵 서비스는 쓸모없어진다. 의료 정보와 데이터를 공유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의료정보보호법(HIPAA) 때문에 정보를 공유하지 못해 환자가 사망하는 일도 있다. 개인 정보 보호는 물론 중요하지만, 블록체인 기술 등을 활용해 안전하게 공유하면 이로 인해 더 큰 혜택을 볼 수 있다. 모두가 ‘정보 기증자(donor)’가 되도록 독려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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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귤래리티대학 2008년 세계적 미래학자이자 혁신 기업가인 피터 디아만디스와 레이 커즈와일이 구글, 미 항공우주국(NASA)의 지원을 받아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 설립했다. 일반 대학처럼 4년제 과정을 거쳐 학위를 주는 게 아니라 10주 동안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이를 바탕으로 창업에 이르도록 돕는다. 싱귤래리티대학은 기존 상식을 넘어선 ‘기하급수적 사고방식(exponential mindset)’을 강조한다. 인류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인공지능(AI), 로보틱스, 생명공학 등 기하급수적 영향력을 가진 기술을 사용해 획기적으로 사업을 전개해야 한다는 논리다.

박원익 조선비즈 기자, 송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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