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카페 ‘적당’의 양갱, 과자점 ‘태극당’의 모나카, ‘올모스트홈 카페’의 강정. 사진 정미하 기자, 태극당, 인스타그램 캡처
왼쪽부터 카페 ‘적당’의 양갱, 과자점 ‘태극당’의 모나카, ‘올모스트홈 카페’의 강정. 사진 정미하 기자, 태극당, 인스타그램 캡처

서울 녹번동에 사는 30대 직장인 백지현씨는 주말마다 양갱(羊羹) 전문점을 찾아 돌아다닌다. 두 달 전 친구가 선물해준 수제 양갱을 먹어본 뒤 생긴 습관이다. 백씨는 일주일에 세 번 이상 커피 전문점에서 케이크를 먹는 이른바 ‘디저트 마니아’. 백씨는 녹차 맛 양갱을 커피와 함께 즐긴 이후부터 양갱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백씨는 “새로운 달콤한 맛을 느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테리어까지 신경 쓴 곳이 많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릴 사진을 찍기에도 좋다”고 말했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좋아하는 간식으로 여겨지던 ‘옛날 간식’ 양갱, 모나카 등이 뉴트로(new+retro·새로운 복고) 열풍을 타고 20~30대의 디저트로 떠올랐다.

대표적인 뉴트로 간식으로 불리는 양갱은 팥으로 만든 한국 전통 디저트다. 양갱은 팥을 삶아 체에 거른 뒤 설탕과 밀가루, 전분 등을 섞어 틀에 넣고 쪄서 만든다. 팥죽, 찐빵에 쓰이는 팥을 주원료로 한다는 이유로 지금까지 양갱은 할머니, 할아버지의 간식으로 여겨졌다. 여기다 양갱 하면 떠오르는 과자 업체 해태가 만든 ‘연양갱’은 74년 전인 1945년에 출시됐다. ‘양갱=할머니 간식’이라는 이미지가 만들어진 원인 중 하나다.

하지만 20~30대의 입맛에 맞춰 새로운 맛을 더한 양갱을 선보이는 전문점이 늘고, 뉴트로 바람이 불면서 일부러 양갱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양갱이 인기를 끌면서 모나카, 강정 등 한국 전통 간식도 덩달아 젊은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실제로 인스타그램에는 ‘양갱’ 태그를 단 게시물이 6만7000개 이상 올라와 있다. ‘강정’과 ‘모나카‘ 태그를 단 게시물도 각각 3만2000개, 2만2000개 이상이다.


뉴트로 디저트 강자 ‘양갱’

양갱은 대표적인 뉴트로 디저트로 꼽힌다. 팥뿐만 아니라 초콜릿, 피스타치오, 라즈베리, 밀크티 등 20~30대가 선호하는 재료를 이용해 새로운 양갱을 선보인 것이 인기 비결 중 하나다.

서울 연희동에 있는 수제 양갱 전문점 ‘금옥당’은 16가지의 양갱을 판매한다. 전통적인 팥양갱, 통팥양갱 외에 쌍화차, 흑임자, 대추, 견과, 밤, 크랜베리 피스타치오, 교토우지, 제주녹차, 카카오녹차, 밀크티, 밤양갱을 만든다. 같이 판매하고 있는 커피, 쌍화차, 녹차와 함께 양갱을 베어 물면 은은한 단맛이 입안에 퍼지는 것이 특징이다. 서울 망원동에 있는 ‘언아이콘’ 역시 수제 양갱 전문점이다. 설탕 비중을 줄이고 앙금과 기타 부재료를 많이 넣어 양갱을 만든다. 팥, 흑임자, 호박, 멜론 등 4가지 맛의 양갱을 만들어 커피와 함께 판매한다.

‘양갱은 직육면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관심을 끌고 있는 곳도 있다. 서울 한남동에 있는 ‘오리앙떼’와 서울 다동의 ‘적당’은 정육면체 모양의 양갱을 판매한다. 서울 이태원동의 ‘리플라이 커피’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한입 크기로 동그랗게 만든 양갱을 판매 중이다.

‘적당’을 찾은 직장인 김모(34)씨는 “케이크, 마카롱보다 달지 않고 의외로 커피랑 잘 어울리는 데다 SNS에 사진을 올리고 싶은 비주얼”이라고 말했다.


팥과 아이스크림 함께 즐기는 ‘모나카’

서울 장충동에 있는 ‘태극당’은 ‘모나카 전국 맛집’으로 통한다. 1946년 양갱, 사탕, 전병 등 과자를 주로 판매하던 태극당이 모나카로 유명해진 것 역시 뉴트로 열풍 덕이다. 인기를 반영하듯 11월 26일 오후 태극당 매장에 앉아있던 손님 40% 이상이 모나카를 먹고 있었다.

모나카는 찹쌀이나 밀가루로 만든 얇게 구운 과자 껍질 사이에 팥, 아이스크림 등을 채워 넣은 간식이다. 달콤한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어 보통 후식으로 많이 쓰인다. 빙그레가 만든 아이스크림 ‘붕어싸만코’가 대중적인 모나카라고 할 수 있다.

양갱 전문점 대부분은 전통 간식으로 분류되는 모나카까지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 양갱을 전문으로 하는 카페 적당, 카페 오리앙떼는 양갱에 들어가는 팥을 활용해 모나카도 디저트로 선보였다. 서울 이문동에 있는 카페 ‘모서리’는 아메리카노와 함께 인절미 모나카를 판매한다.


中 한나라 때 만들었다는 ‘강정’의 부활

케이크, 마카롱에 길들었던 입맛이 한국 디저트로 옮겨오면서 강정을 재해석하는 곳도 있다. 서울 소격동의 ‘올모스트홈 카페’는 한옥을 개조한 분위기에 맞춰 쌀강정, 수수엿강정을 디저트로 선보였다. 이외에도 요즘 인기를 얻고 있는 양갱과 약과, 경단 등 한국 고유의 간식을 차와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김선용 태극당 브랜드전략팀 과장은 “디저트 시장은 유행에 민감하고 빠르게 변화한다”며 “게다가 사람들은 색다른 맛을 찾는 경향이 있어 양갱, 모나카 등 옛날 먹거리가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plus point

[Interview] 김태형 카페 ‘적당’ 대표
“양갱은 한국 대표 디저트, 면세점 입점 목표”

김태형 카페 ‘적당’ 대표. 사진 적당
김태형 카페 ‘적당’ 대표. 사진 적당

김태형 카페 ‘적당’ 대표는 2013년 방송된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 ‘마스터셰프 코리아 2(이하 마셰코 2)’에서 준우승했다. 전문적으로 요리를 배운 적이 없었던 그의 본래 직업은 가수와 배우. 그는 일본에서 가수로, 한국에서는 배우로 활동했다. 하지만 그는 현재 마셰코 2 출연 당시 별명이었던 ‘절대미각’을 살려 서울 다동에서 팥을 주재료로 한 카페 ‘적당’을 운영하고 있다.


요리를 전문적으로 배운 적이 없는데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출연한 계기는.
“가수 데뷔 시기가 늦춰지면서 마셰코 2에 참가 신청서를 냈고 준우승이라는 좋은 결과를 얻었다. 요리를 전문적으로 배운 적은 없지만 취미가 요리였던 것을 살린 것이 도움이 됐다.”

왜 양갱인가.
“개인적으로 양갱을 좋아한다. 마셰코 2 결승에서 선보인 후식도 양갱이었다. 라임 생강 셔벗과 라임 생강 젤리를 만들었는데 ‘한국판 젤리’가 양갱이다.”

적당에서 선보이는 양갱을 직접 개발했나.
“4개월 정도의 시간을 들여 전통적인 밤 이외에 단호박, 녹차, 밀크티, 헤이즐넛, 초콜릿, 라즈베리, 피스타치오, 오렌지 등 9가지 맛을 만들었다. 앞으로는 복숭아, 바나나 맛도 선보일 예정이다. 양갱처럼 팥을 주재료로 하는 찐빵도 준비 중이다.”

양갱 디자인이 특이하다.
“시중에 판매되는 양갱은 직육면체다. 세련되고 예쁜 양갱을 만들고 싶어 정육면체 모양의 양갱을 만들었다.”

앞으로 목표는.
“공항 면세점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디저트라고 할 만한 제품이 없다. 양갱을 한국 대표 디저트로 만들겠다.”

정미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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