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BYC 창립 73주년 기념 양말 세트와 ‘보디히트’를 입고 있는 BYC 모델 가수 크리샤 츄와 배우 김영광. 사진 BYC
왼쪽부터 BYC 창립 73주년 기념 양말 세트와 ‘보디히트’를 입고 있는 BYC 모델 가수 크리샤 츄와 배우 김영광. 사진 BYC

한국 대표 애니메이션 ‘아기 공룡 둘리’의 등장인물인 고길동은 흔히 말해 ‘메리야스’라고 부르는 하얀 러닝셔츠를 집 안에서 늘 입고 있다. 고길동은 물론 수많은 드라마에서 할아버지, 아버지 역할을 맡은 배우들은 메리야스를 더운 여름을 버티는 ‘홈웨어’로 삼았고 봄과 가을, 겨울에는 속옷으로 활용했다. 그 중심에 있는 기업은 BYC.

토종 속옷 브랜드 BYC가 창립 73주년인 올해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BYC가 소비자의 관심을 받게 된 첫 번째 요소는 뉴트로 열풍. 뉴트로란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신조어로 직접 겪어보지 않은 과거를 요즘 방식으로 즐기는 것을 말한다. 1990년대 말에 유행했던 브랜드 로고가 크게 적혀있는 티셔츠, 품이 넓은 통바지를 입은 사람을 길거리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것은 뉴트로의 영향이다. 1946년에 창립한 BYC는 뉴트로의 최고봉이라고 할 수 있다. BYC는 몇십 년 전에 선보였던 제품을 재출시하는 등 시장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전성기를 이끈 또 다른 요소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 BYC는 일본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가 불매운동의 대표 브랜드로 낙인찍힌 반사 효과를 보고 있다. 실제로 불매운동이 한창이던 지난 7월 BYC의 여름 속옷 ‘보디 드라이’ 매출은 공식 온라인 쇼핑몰 기준으로 지난해보다 131% 증가했다. 업계에선 유니클로의 여름 속옷 ‘에어리즘’ 대체품을 찾는 사람이 늘어난 효과라고 분석한다.

BYC의 부활은 한국 속옷 시장에 희소식이나 다름없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속옷 시장은 2014년 50% 이상 급성장한 이후 2018년까지 연평균 16.8%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지속해서 커지고 있다.

하지만 토종 속옷 업체의 시장점유율 증가세는 캘빈클라인, 원더브라 같은 해외 브랜드, 유니클로 같은 비(非)전문 브랜드에 밀리는 처지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인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속옷 시장에서 BYC의 점유율은 2013년 7.5%에서 2018년 5.5%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비비안 점유율도 3.5%에서 2.7%로 감소했다. 반면 유니클로는 2.2%에서 3.1%로, 미국 속옷 브랜드 원더브라는 1.4%에서 4.4%로 증가했다.


‘아빠 양말’로 불린 목 긴 양말의 재해석

과거 목이 긴 양말은 정장에 맞춰서 신는 ‘아빠 양말’로 불렸다. 하지만 올해는 뉴트로 열풍을 타고 10~20대의 양말 발목 길이가 길어졌다.

BYC는 지난 9월 목이 긴 양말을 담은 ‘양말 3종 세트’를 9900원에 한정 판매했다. 이는 1990년대 BYC가 출시했던 하얀 양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상품. 종아리 중간까지 오는 흰색, 빨간색, 검은색 양말에 BYC를 자수로 새긴 한정판 양말 세트는 일주일 만에 매진됐다.

BYC는 뉴트로 열풍에 맞춰 양말 포장에도 신경 썼다. 박스 겉면에는 과거 편지지를 둘러싸고 있던 사선 무늬를 바탕으로 세 명의 사람이 목 긴 양말을 신고 있는 모습을 일러스트로 담았다. 여기에 궁서체로 ‘세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국민 양말, 비와이씨’라는 문구를 넣어 뉴트로 감성을 더했다.

BYC 관계자는 “기존 고객이었던 중장년층은 물론 트렌드에 민감한 밀레니얼 세대를 사로잡을 제품을 고민한 결과”라며 “한정판 양말의 주 소비층은 10~20대였다”라고 말했다.


성장하는 발열내의 시장에 열정 쏟기

BYC는 현재 유니클로의 발열내의 ‘히트텍’ 대항마인 ‘보디히트’ 마케팅에 공을 들이고 있다. 보디히트는 특수 소재를 사용해 얇고 가벼우면서도 따뜻함을 유지해주는 겨울용 속옷이다. 2019년형 보디히트는 기존 원단에 솜털처럼 부드러운 ‘피치 기모’를 입혀 보온성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여기다 일반 티셔츠처럼 겉옷 안에 단독으로 입을 수 있는 티셔츠 스타일도 내놓았다.

BYC가 발열내의에 신경 쓰는 것은 시장 규모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패션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속옷 시장 규모는 약 2조원으로 이 중 발열내의 시장은 7000억원 정도다. 게다가 겨울 기온이 갈수록 낮아지면서 발열내의 시장 규모는 매년 10%씩 증가하고 있다.

지금까지 발열내의 시장은 유니클로가 주도했다. 2006년 유니클로가 히트텍을 내놓기 전까지 ‘겨울 내복 = 붉은색 속옷’이라는 고정 관념이 강했지만, 이후 판도가 달라졌다. 하지만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벌어지면서 BYC는 반전을 꾀하고 있다. 보디히트가 히트텍 대체재라는 인식을 만들기 위해 20~30대 배우 김영광, 가수 크리샤 츄를 모델로 섭외해 마케팅에 나섰다.

BYC 관계자는 “73년의 역사를 가진 속옷 기업으로 우수한 품질의 제품을 생산하는 것은 물론 소비자의 수요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앞으로 전 세대를 아우르는 대표 속옷 기업으로 남기 위해 연구‧개발을 소홀히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plus point

‘BYC 마트’에선 식음료 아닌 속옷 팝니다

BYC 마트 내부. BYC 전 브랜드 제품을 살 수 있다. 사진 BYC
BYC 마트 내부. BYC 전 브랜드 제품을 살 수 있다. 사진 BYC

전국에 57개가 있는 ‘BYC 마트’는 우리가 흔히 아는 식료품점이 아니다. BYC 마트는 국내 속옷 업체 BYC의 직영점이다.

BYC는 1993년 천안 1호점을 시작으로 2019년 5월까지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등 전국 주요 도시에 BYC 마트를 열었다. BYC 마트는 600~1000㎡(약 200~300평) 규모로 BYC 산하의 모든 브랜드 제품을 판매한다. BYC 외에 속옷 브랜드 ‘스콜피오’ ‘르송’ ‘쎌핑크’, 영‧유아 전문 속옷 브랜드 ‘라미’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BYC 관계자는 “전국 어디에서나 소비자들이 BYC 제품을 접할 수 있도록 BYC 마트를 200호점까지 늘리는 유통망 확대 전략을 쓰고 있다”라고 말했다.

정미하 기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PDF 다운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