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찌 모그룹 케어링그룹이 이탈리아 아웃도어 브랜드 몽클레르를 인수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구찌 모그룹 케어링그룹이 이탈리아 아웃도어 브랜드 몽클레르를 인수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세계 최대 명품 업체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가 11월 25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보석 업체 티파니앤드컴퍼니를 162억달러(약 19조31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명품 업계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으로 꼽힌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며칠 뒤 LVMH의 경쟁 상대인 케어링그룹이 이탈리아 아웃도어 브랜드 몽클레르를 인수할 가능성이 떠오른 것이다. 블룸버그는 12월 5일 “케어링그룹이 인수 가능성을 논의하기 위해 몽클레르 측과 예비 협상을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케어링그룹의 인수 가능성에 대해 몽클레르는 “브랜드의 발전을 위해 케어링그룹을 비롯한 투자자들과 접촉하고 있다”며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는 없다”고 밝혔다. 케어링그룹은 이와 관련해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현재까진 케어링그룹이 최종적으로 몽클레르를 인수할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하지만 LVMH가 케어링그룹의 경쟁 심리를 자극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케어링그룹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몽클레르를 인수하고 싶어 한다”며 “LVMH가 티파니를 인수하기로 한 뒤, 이 같은 이야기가 나왔다”고 전했다.

LVMH는 크리스티앙 디오르, 마크제이콥스, 겐조, 셀린 등을 보유하고 있으며, 케어링그룹 산하에는 구찌를 비롯해 보테가 베네타, 이브 생로랑 등이 있다. LVMH와 케어링그룹은 모두 프랑스 태생으로 30년 넘게 경쟁 관계에 있다. 두 그룹이 ‘명품 공룡’으로 성장한 비결은 M&A였는데, 2000년대 초엔 구찌 경영권을 놓고 법정 싸움을 벌이며 정면으로 맞붙기도 했다. 결국 케어링그룹이 구찌를 품게 됐지만, 이에 자극받은 LVMH가 M&A 광폭 행보를 보이며 케어링그룹을 앞서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1995년 이후 현재까지 LVMH가 M&A에 쏟은 돈은 455억달러로, 147억달러를 쓴 케어링그룹의 세 배에 달한다. 현재 LVMH의 시장 가치는 2000억유로(약 264조원) 이상으로, 690억유로 수준인 케어링그룹을 크게 웃돈다. 케어링그룹 입장에서 LVMH를 따라잡기 위한 비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몽클레르가 매물로 나오면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해 몸값이 120억유로(약 15조8000억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수백만원대의 패딩 재킷을 주력 상품으로 내세운 몽클레르는 명품 패딩 시장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 고급 스트리트웨어 유행과 함께 아시아 진출 효과 덕에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몽클레르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5억7020만유로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 늘었는데, 아시아 매출은 2억4900만유로로 18%나 증가했다. 몽클레르 주가도 상승세다. 올해 초 1주당 29유로로 시작한 몽클레르 주가는 케어링그룹의 인수 가능성 보도 직전, 39유로로 30% 이상 올랐다. 보도 이후에는 42유로까지 뛰기도 했다.

몽클레르 인수는 케어링그룹에 사업 다각화 기회가 될 수 있다. 케어링그룹은 스포츠웨어 브랜드인 푸마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그룹 산하에 고급 스포츠웨어는 물론 아웃도어 브랜드도 없다. 케어링그룹은 몽클레르를 인수해 구찌 의존도를 낮추는 효과를 볼 수도 있다. 구찌가 화려하게 부활하면서 케어링그룹 매출 성장세에 탄력이 붙긴 했지만, 구찌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진 문제도 있다. 현재 케어링그룹 매출 60%, 영업이익 80%가량이 구찌에서 나온다. 유행이 숙명인 패션 브랜드 중에서도 몽클레르 같은 아웃도어 브랜드는 유행을 덜 타기 때문에 안정적인 수익 창출원 역할을 할 수 있다. 특히 몽클레르의 영업이익률은 30% 수준으로 명품 브랜드 중 에르메스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케어링그룹이 풍부한 자금력을 갖춘 상황에서 몽클레르 대신 다른 명품 브랜드를 인수하는 편이 낫다는 지적도 있다. 모그룹이 없는 프라다, 살바토레 페라가모, 버버리 등이 물망에 오른다. 하지만 이들 명품 브랜드가 매각 의사를 드러낸 적이 없었던 반면, 몽클레르의 레모 루피니 회장은 지분을 꾸준히 팔아왔다. 루피니 회장의 몽클레르 지분은 2013년 12월 유럽 증시 상장 당시 20% 후반대에서 현재 20% 초반대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세계 최대 명품 업체 LVMH는 티파니를 사들이면서 M&A의 새 장을 열었다”며 “전문가들은 케어링그룹과 까르띠에를 보유한 스위스 명품 업체 리치먼드그룹의 M&A 시도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plus point

‘명품 패딩’의 대명사 몽클레르는?
공장 작업복이 시초… ‘혁신적 패션’ 평가

몽클레르 매장에 전시된 패딩 재킷.
몽클레르 매장에 전시된 패딩 재킷.

몽클레르는 1952년 프랑스 산악가이자 발명가 르네 라미용과 스포츠용품 유통업자이자 스키 강사 앙드레 뱅상이 함께 만들었다. 브랜드 이름은 공장이 있는 프랑스 그로노블의 소도시 ‘모네스티에르 드 클레르몽’이라는 지역명에서 따왔다.

몽클레르는 출범 초기 스키 장비와 산악용 텐트, 침낭 등 캠핑용품을 주로 생산·판매했다. 오늘날 몽클레르를 대표하는 패딩 재킷은 공장 직원이 입던  작업복이 시초였다. 몽클레르는 겨울이면 혹독한 추위를 견디며 일해야 하는 공장 직원을 위해 충전재로 거위 털을 사용한 패딩 재킷을 만들어 보급했다.

르네 라미용과 친분 있었던 프랑스 산악가인 리오넬 테라이가 이 패딩 재킷의 진가를 알아봤고, 몽클레르는 ‘리오넬 테라이를 위한 몽클렐르’라는 이름을 붙여 산악용 패딩 재킷을 시판했다. 이후 몽클레르 패딩 재킷은 선명한 컬러, 광택 효과, 바느질 땀 등 디자인 요소를 더하면서 평상복으로도 인기를 끌었다. 특히 모자 테두리에 모피를 달거나 지퍼 대신 버튼을 채택한 것은 당시 패딩 재킷에서는 시도된 적 없었던 혁신으로 평가받았다.

몽클레르는 1992년 이탈리아 회사인 페퍼컴퍼니를 거쳐 2003년 몽클레르 디자이너 출신인 루피니 회장으로 주인이 바뀌었다. 루피니 회장 인수 이후 몽클레르는 감마루즈(여성복), 그레노블(스키복), 감마블루(남성복) 등으로 제품군을 세분화하는 한편 니콜라 게스키에르, 준야 와타나베, 톰 브라운 등 당대 최고의 디자이너를 영입하면서 명품 업계에서 자리 잡았다.

임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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