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전기차 구매 보조금이 올해 최대 900만원에서 내년 최대 800만원으로 축소된다.
정부의 전기차 구매 보조금이 올해 최대 900만원에서 내년 최대 800만원으로 축소된다.

“내년 출시하는 최신 전기차를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내년엔 구매 보조금이 줄어든다며 올해 안에 출고가 가능한 기존 모델의 전기차를 구매하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본 뒤 고민이다.”

“구매 보조금이 줄어드는 것은 감수할 수 있다. 하지만 충전요금 할인이 끝난다고 하니 유지비가 걱정된다.”

“전기차는 빨리 살수록 이득이라는 말이 많다. 국가 보조금이나 세금 감면 등 혜택을 더 많이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전기차를 보유 중이거나 구매하려는 사람이 애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12월은 완성차 제조·판매사들이 각종 할인 혜택을 제공하면서, 1년 중 자동차를 구매하기 가장 좋은 달로 꼽힌다. 하지만 전기차를 사려면 사정이 달라진다. 전기차는 제조·판매사가 가격 할인을 하는 경우가 드물고, 내연기관차와 비교해 가격 자체가 비싼 탓에 정부와 지자체가 제공하는 구매 보조금과 세금 감면 등 각종 혜택을 꼼꼼히 살피고 챙겨야 한다. 또, 새해가 되면 구매 보조금 등 전기차 정책도 바뀌기 때문에 변화하는 내용을 미리 숙지하고 구매 계획을 세워야 한다.

정부는 2022년까지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지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한 대당 보조금 규모는 점차 축소한다는 방침이다. 정부의 전기차 구매 보조금은 지난해 최대 1200만원(승용차 기준)에서 올해 최대 900만원으로 크게 떨어졌다. 이어 내년에도 최대 800만원으로 100만원가량 줄어든다.

다만, 정부의 보조금과 함께 지원받을 수 있는 지자체의 구매 보조금은 변동 폭이 지자체별로 다르다. 각 지자체에 확인한 결과, 서울·경기는 올해와 같은 수준을 유지하지만 전남은 축소, 전북은 확대한다. 가령, 서울에서 전기차를 살 때 올해 최대 1350만원(정부 900만원, 서울시 450만원)의 구매 보조금을 받을 수 있지만, 내년에는 정부 지원분 감소 탓에 최대 1250만원(정부 800만원, 서울시 450만원)을 받게 된다.

내년 세금 감면 혜택도 지자체별로 다를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내년 전기차 관련 국세 감면 한도를 올해와 같은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올해 전기차 구매 시 개별소비세는 최대 300만원, 교육세는 최대 90만원 감면된다.

지방세인 취득세 감면 정도가 내년엔 지자체별로 달라질 수 있다. 올해 지방세 감면 한도는 140만원이다. 하지만 충남은 내년부터 취득세 감면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정부의 구매 보조금이 줄면서 구매 보조금 예산이 줄어드는 속도가 예전보다 더뎌졌다”며 “지자체별로 목표로 하는 보급 대수에 따라 보조금이나 지방세 감면 한도를 달리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각 지자체의 구매 보조금과 세금 감면 등에 관한 내용은 내년 2월쯤 지자체별 사업 공고를 통해 최종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전까진 완성차 제조·판매사 등을 통해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현재 정부와 지자체는 구매자가 아닌 완성차 제조·판매사에 보조금을 주고, 구매자는 보조금을 제한 금액을 지불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완성차 제조·판매사는 전기차를 출고하기 전에 보조금 지원 여부나 규모를 확인하는 경우가 많다.


전기차 유지비, 경유차와 같아진다?

비싼 구매 가격과 함께 충전의 불편함은 전기차 구매를 꺼리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집이나 회사 등 생활 반경에 충전기가 없다면 전기차 구매는 엄두를 낼 수도 없다. 충전기가 가까이 있더라도 다른 전기차 차주와 함께 사용해야 하는 만큼 눈치싸움이나 부지런함이 요구된다.

정부는 충전의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개인용 충전기 구매 보조금을 지원해왔다. 개인용 충전기는 거주지에 설치하며, 다른 사람과 공유하지 않는 ‘나만의 충전기’다. 정부의 개인용 충전기 구매 보조금은 올해 한 대당 130만원이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0’원으로 완전히 폐지된다.

충전과 관련해 한 가지 더 유념해야 할 점이 있다. 내년 충전요금이 오를 수도 있다는 점이다. 한국전력이 보급 확대를 위해 2016년 3월부터 시행한 전기차 충전요금 특례제도는 올해 말 일몰을 앞두고 있다. 충전요금 특례제도는 충전기 기본요금 면제와 전기요금 50% 할인을 담고 있다. 전국에 가장 많이 설치된 7㎾(킬로와트)급 완속 충전기와 50㎾급 급속 충전기의 기본요금은 각각 월 1만6660원·11만9000원이고, 충전용 사용요금은 1㎾h(킬로와트시)당 시간대·계절별로 52.5∼244.1원이다. 충전요금 특례제도가 사라지면 충전요금은 일반 전기요금이 적용돼, 현재의 2~3배 수준으로 뛴다. 전기차 유지비가 경유차와 비슷해지는 것이다.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이 최근 “현재 운영 중인 한시적 특례제도는 모두 일몰시키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밝힌 뒤, 충전요금 특례제도 폐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존 전기차 차주들은 “유지비가 적게 든다는 전기차의 장점이 사라진다”며 걱정하고 있다. 충전요금 인상 가능성 탓에 전기차 구매를 다시 생각하겠다는 말도 나온다. 한국전력 측은 “전기차 충전요금 할인 등 특례제도 연장과 관련해 확정된 바 없다”며 “향후 정부 협의를 거쳐 최종 개편방안을 확정할 예정”이라는 입장이다.

전기차에 대한 정부 지원 축소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전기차의 최대 장점으로 꼽히는 낮은 유지비는 충전요금 인상 압박 탓에 희석될 수도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구매를 놓고 시기상조다, 속속익선(速速益善·빠르면 빠를수록 좋다)이다 등 말이 엇갈린다”며 “가장 근원적 문제는 전기차 가격인데 전기차 가격이 내연기관차 수준으로 떨어지길 기다릴지, 정부 혜택이 더 축소되기 전에 구매할지는 결국 소비자의 선택에 달린 것”이라고 했다.


Plus Point

2020년 국내 출시 전기차는

코나 일렉트릭. 사진 현대자동차
코나 일렉트릭. 사진 현대자동차

내년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과 기아차 ‘니로EV’의 부분변경 모델이 출시된다. 각각 국내 전기차 판매 순위 1, 2위를 차지한 인기 전기차다. 국내 공인 주행거리는 코나 일렉트릭은 404㎞, 니로EV는 385㎞다. 코나 일렉트릭과 니로EV의 새 모델은 각 사가 내년 출시하는 승용 전기차로는 유일하다. 대신 현대차와 기아차는 내년 전기 트럭 판매에 고삐를 죈다. 올해 12월 현대차가 ‘포터2 일렉트릭’을 출시한 데 이어 내년 초 기아차가 ‘봉고EV’를 출시할 예정이다.

유럽 최다 판매 전기차 ‘조에(Zoe)’도 내년 한국에 상륙한다. 르노삼성은 완충 시 395㎞를 달리는 장거리형 전기차 조에를 3000만원대(구매 보조금 미반영)에 출시해 가격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GM은 내년 볼트(Bolt) 연식변경 모델 출시를 준비 중이다. 새 볼트의 주행 거리는 약 416㎞로 이전 모델보다 약 10% 늘었다.

올해 테슬라 ‘모델 3’, 벤츠 ‘더 뉴 EQC’ 출시에 이어 내년 수입 전기차 선택 폭도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포르셰 ‘타이칸 터보S, 터보’와 아우디 ‘e-트론’의 내년 국내 출시가 확정된 상태다.

포르셰 코리아가 내년 하반기 출시 예정인 타이칸 터보S와 타이칸 터보는 주행 거리가 400㎞를 웃돌며, 최고 속도는 260㎞/h다. 급속 충전 시스템을 채택하면서 15분 만에 완충이 가능한, 세계에서 충전 속도가 가장 빠른 전기차이기도 하다.

아우디 e-트론은 내년 초 출시될 것으로 알려졌다. 주행 거리는 약 400㎞ 수준이며, 150㎾ 급속 충전을 통해 30분 만에 80%를 충전할 수 있다.

이 밖에 내년 출시 예정인 수입 전기차로 폴크스바겐 ‘ID.3’, 푸조 ‘e208’ ‘e2008’ 등이 거론된다. BMW 코리아도 내년 하반기 수입차 출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