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2일 시승 행사에서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신형 K5. 사진 기아차
12월 12일 시승 행사에서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신형 K5. 사진 기아차

기아자동차 K5는 ‘국가대표 중형세단’ 쏘나타의 독주를 한때나마 강하게 견제했던 모델이다. 지난 2010년 당시 기아차의 디자인을 총괄하던 피터 슈라이어 사장의 손을 거쳐 탄생한 K5는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외관으로 만들어졌다는 찬사를 받으며 판매 돌풍을 일으켰다.

출시 첫해 6만1963대가 팔린 K5는 이듬해인 2011년 8만6642대가 판매됐다. 중형세단 소비자들의 눈길이 대거 K5로 쏠리면서 쏘나타의 판매량은 같은 기간 15만1377대에서 10만3097대로 급감했다.

그러나 K5의 돌풍은 거기까지였다. 머잖아 쏘나타를 제치고 국내 중형세단 시장의 패권을 차지할 것만 같았던 K5는 2015년 나온 2세대 모델이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하면서 기세가 크게 꺾였다. 당시 소비자들은 1세대 모델과 비교해 디자인이 오히려 밋밋하게 퇴보했고 주행 성능이나 안전·편의사양도 큰 매력이 없다며 차가운 시선을 보냈다.

절치부심하던 기아차가 4년 만에 완전변경된 3세대 신형 K5(이하 신형 K5)로 다시금 중형세단 시장의 패권 도전에 나섰다. 2세대 모델의 실패를 곱씹었던 기아차는 디자인부터 차체의 설계, 첨단 안전·편의사양까지 거의 모든 요소에서 큰 변화를 줬고 마침내 12월 12일 완벽하게 탈바꿈한 모델을 선보였다.

서울 광진구에서 경기 파주까지 왕복 163㎞ 구간에서 신형 K5의 변화를 직접 확인해 봤다. 시승 차량은 가솔린 1.6 터보 차량 중 가장 높은 트림인 시그니처 모델이었다.

새롭게 바뀐 K5는 첫인상부터 강렬했다. 기아차의 상징인 ‘호랑이 코(tiger nose)’ 라디에이터 그릴의 가로 너비를 크게 확장하고 헤드램프와 경계를 없애 더 묵직하면서도 강렬한 느낌을 한껏 강조했다. 제너럴모터스(GM) 쉐보레 브랜드의 스포츠카 카마로의 얼굴과도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릴의 패턴도 정교하게 설계됐다. 기아차는 상어껍질을 연상케 할 정도로 거칠고 딱딱한 외관에 부드러운 촉감을 갖춘 ‘샤프 스킨’ 직물을 모티브로 그릴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헤드램프도 밋밋한 사각형이나 삼각형 모양이 아닌, 두 갈래로 쭉 뻗은 형태로 디자인돼 신선했다.

강렬한 느낌의 전면부에 비해 뒷모습은 상대적으로 무난하고 안정적이었다. 리어콤비램프는 일체형으로 연결됐고 좌우 램프를 잇는 그래픽 바는 간격을 두고 점차 짧아지는 형태의 점등 패턴으로 설계된 점이 눈에 띄었다.

실내공간은 생각보다 넓었고 뒷좌석에 탑승해도 별다른 불편함을 느낄 수 없었다. 신형 K5의 전장은 4905㎜로 이전 모델보다 50㎜ 늘었다. 전폭도 25㎜ 확대된 1860㎜로 제작됐다. 앞·뒷바퀴의 중앙부를 연결하는 휠베이스는 2850㎜로 동급 최대 수준이다. 기아차는 신형 K5의 전체적인 길이와 폭을 넓힌 데 비해 전고(높이)는 기존 모델보다 20㎜ 낮은 1445㎜로 설계해 역동적인 스포츠 세단의 이미지를 강조했다.

외관이 파격적인 변화를 통해 강력한 힘을 발산하는 스포티 세단의 느낌을 드러낸 데 비해 내부 디자인은 편리하게 다양한 기능을 이용할 수 있도록 간결한 형태로 설계됐다. 지난 3월 출시된 쏘나타와 전체적으로 비슷한 모습이었다.

센터패시아(중앙조작부분) 상단에는 직사각형 모양의 돌출형 10.25인치 내비게이션이 자리했다. 특히 내비게이션을 운전석 방향으로 비스듬히 붙여 주행 중 화면을 보는 데 편리하도록 설계했다. 스티어링휠 안쪽에는 12.3인치에 이르는 디지털 클러스터를 넣어 역시 시인성을 높였다.

변속기도 기존 돌출형 스틱 형태에서 다이얼 타입의 전자식 변속기(SBW)로 바꿨다. 주행과 후진, 중립 등을 모두 다이얼을 돌려 실행하고 ‘P’ 버튼을 눌러 주차한다.

주행 성능은 애초 예상했던 K5와 크게 벗어나지 않는 무난한 수준이었다. 주행모드를 스포츠로 전환하고 고속도로에서 가속페달에 힘을 주자 묵직한 엔진음을 내면서 달려 나갔지만, 이렇다 할 정도의 역동적인 힘은 느끼기 어려웠다.

이날 시승한 가솔린 1.6 터보 모델의 제원상 최고출력은 180마력, 최대토크는 27.0㎏·m으로 이전 2세대 모델과 동일하다.

다소 아쉬움이 남았던 주행 성능에 비해 편의사양은 눈에 띄게 진화했다. 특히 신형 K5에 적용된 음성인식 제어기술은 계기판이나 각종 버튼에 손을 대지 않고 말로 다양한 기능을 이용할 수 있어 매우 편리했다.

전방을 주시한 채 주행하면서 음성인식 기능을 활성화한 후 다양한 음성명령을 실행해 봤다. 먼저 “히터를 꺼줘”라고 말하자 명령을 그대로 복창한 후 히터를 껐다. 운전석 창문과 조수석 창문을 닫아달라고 하자 역시 저절로 양쪽 창문이 닫혔다. “지금 파주 날씨를 알려줘”라는 말에는 현장 기온은 물론 미세먼지 유무와 오후, 저녁 예상 기온까지 파악해 알려줬다. 현대·기아차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 협업해 차량용 음성인식 기술을 개발, 최근 출시하는 신차에 적용하고 있다.

신형 K5에는 기아차 최초로 실내 공기를 자동 정화하는 공기 청정 시스템도 탑재됐다. 정숙함도 기대했던 수준 이상이었다. 정속주행 시 엔진의 구동음이나 노면 소음은 거의 들리지 않았다. 주행 중 스포츠 모드로 고속도로에서 한껏 속도를 올렸을 때 풍절음 정도만 크게 느껴지는 수준이었다. 기아차는 앞 유리와 운전석, 조수석 창문에 이중 접합 차음유리를 적용하고 차체 곳곳에 흡차음재를 대폭 보강해 소음 유입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신형 K5의 휠. 사진 진상훈 조선비즈 기자
신형 K5의 휠. 사진 진상훈 조선비즈 기자
신형 K5의 보닛을 개방한 모습. 사진 진상훈 조선비즈 기자
신형 K5의 보닛을 개방한 모습. 사진 진상훈 조선비즈 기자
신형 K5의 실내 공간. 사진 진상훈 조선비즈 기자
신형 K5의 실내 공간. 사진 진상훈 조선비즈 기자

역대급 디자인으로 쏘나타 아성 흔들 듯

약 1시간여의 주행을 마친 뒤 계기판에 표시된 연비는 ℓ당 14.5㎞였다. 17인치 타이어 기준으로 제원상 복합연비인 ℓ당 13.8㎞에 비해 높은 연비가 기록됐다. 주행 중 급가속과 감속을 반복한 점 등을 고려하면 상당히 준수한 수준이다.

신형 K5의 가격은 가솔린 2.0 모델이 2351만~3063만원이다. 이날 시승한 1.6 터보 모델의 가격은 2430만~3141만원이다. 같은 중형세단 시장에서 경쟁하는 쏘나타는 2.0 가솔린이 2346만~3289만원, 1.6 터보 모델이 2489만~3367만원에 판매된다. 사실 K5와 쏘나타는 엔진과 파워트레인(동력계통)을 공유하는 만큼 전체적인 성능 측면에서 차이점을 찾기 어렵다. 이날 시승에서 유용하게 사용한 차량용 음성인식 제어기능도 올해 출시된 신형 쏘나타에 적용돼 있다. 다른 안전·편의사양도 비슷한 구성을 보인다.

전체적인 구성이 흡사하다면 결국 국내 중형세단 시장의 승자를 가리게 될 최종 관건은 디자인이다. 파격적인 외관 변화로 스포츠 세단의 느낌을 한껏 강조한 신형 K5가 쏘나타의 아성을 위협하기에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고 생각한다.

진상훈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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