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이 별자리 전쟁을 벌이고 있다. 애플, 아마존, 스페이스X가 저궤도 인공위성을 통해 전 세계 인터넷망을 구축하는 사업에 착수했다.
글로벌 기업이 별자리 전쟁을 벌이고 있다. 애플, 아마존, 스페이스X가 저궤도 인공위성을 통해 전 세계 인터넷망을 구축하는 사업에 착수했다.

2017년 애플이 구글의 우주선 운항 부문 책임 존 펜위크와 인공위성 기술 책임 마이클 트렐라를 영입했다. 당시 그들의 직무가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는데, 최근 들어 영입 이유가 구체화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20일 블룸버그통신이 이들이 이끄는 애플의 비밀 연구팀을 보도한 것. 이 비밀 연구팀은 항공우주, 위성, 안테나 디자인 사업 등 통신 분야 연구진 10여 명으로 구성돼 있다. 5년 내 위성 인터넷 기술 상용화가 목표다.

위성 인터넷은 인공위성을 쏘아 올려 인터넷 통신망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보급형 무선 인터넷인 ‘와이파이(Wi-Fi)’는 유선 광케이블망이 구축된 곳에서만 인터넷이 구현됐다. 산간 오지나 해양, 공중, 우주에서는 인터넷 보급에 한계가 있다. 위성 인터넷은 인공위성 관할 지역이라면 전 세계 어디든 인터넷을 제공한다.

현재 기술로도 인공위성으로 인터넷을 제공할 수 있지만 한계가 있다. 기존 위성은 해발 3만6000㎞ 위인 정지궤도(geostationary orbit)에 소수 배치돼 있다. 이 경우 지연 속도(네트워크에서 하나의 데이터 패킷이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보내지는 데 걸리는 시간)가 길어 초고속 통신망 구축이 어렵다.

반면 애플이 공략하는 궤도는 다를 가능성이 크다. 지상 180~2000㎞의 저궤도(low earth orbit)에 인공위성을 쏘아 올려 지연 속도를 줄이는 것이 업계 추세다. 이 경우 고도가 낮아서 전 세계를 관할하려면 수천 개의 작은 인공위성을 쏘아 올려야 한다. 그렇게 되면 지상에서 육안으로 보이는 인공위성이 별처럼 여럿 자리 잡아, 네트워크를 이루게 된다. 업계에서 위성 인터넷망을 ‘대형 위성군(mega-constellation)’이라고도 부르는 이유다.

실제 애플이 과거 관심을 보였던 보잉의 위성 인터넷 사업도 비슷한 모델을 따른다. 보잉은 2016년 정기 공시를 통해 저궤도에 1000개 위성을 쏘아 올리고 고속 데이터 통신망을 구축하겠다는 세부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보잉은 애플에 사업 투자를 권했고, 애플이 이를 승낙했다고 알려졌다. 자세한 투자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다.

통신 사업자도 아닌 애플이 통신 사업에 뛰어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로서는 당연한 수순이라는 관측이 많다. ICT 산업의 대표적 사업 모델은 ‘CPND’다. CPND는 콘텐츠(contents), 플랫폼(platform), 네트워크(network), 디바이스(device)를 의미한다. 애플도 디바이스(‘아이폰’ 기기 판매), 플랫폼(음악 플랫폼 ‘애플뮤직’ 구축), 콘텐츠(‘애플TV플러스’에 올릴 영상 자체 제작)로 사업 저변을 넓혔다. 네트워크만 구축하면 포트폴리오가 완성된다.

통신망 구축은 신시장 개척에 필수다. 유엔(UN) 전문기구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 따르면 세계 인터넷 이용자는 2018년 말 기준 39억 명으로 전 세계 인구(76억 명)의 51.3%에 불과했다. 아직 전 세계 절반 이상이 미지의 시장이다. 해양·공중뿐만 아니라 먼 미래에는 우주까지 인터넷 반경에 들 수 있다. 각 생활권에 맞춰 새로운 부가 서비스도 개발할 수 있다.


스페이스X vs 아마존 ‘글로벌 통신 사업 전쟁’

이런 기회를 일찍 포착한 기업도 있다. 현재 업계 선두는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다. 스페이스X는 2015년 위성 인터넷망인 ‘스타링크’ 구축 계획을 공개했다. 스타링크는 해발 1100~1300㎞ 궤도를 도는 광대역 인터넷 위성 4425기와 그보다 낮은 궤도를 도는 위성 7500기로 구성된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2017년 스페이스X가 낸 4425기의 위성 사용 신청을 허가했다.

스페이스X의 목표는 전 세계에 1초당 1기가바이트 속도의 인터넷을 구현하는 것. 이는 전 세계 평균 인터넷 접속 속도인 1초당 5.1메가바이트의 200배 수준이다. 스페이스X 관계자는 “약 4000만 명에게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고, 2025년까지 300억달러(약 34조원)의 수입을 예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아마존도 뒤를 쫓고 있다. 지난해 4월 아마존은 3236개의 인공위성을 590~630㎞ 궤도에 쏘아 올려 고속 인터넷망을 구축한다는 ‘카이퍼 계획’을 발표했다. 아마존은 스타링크 사업을 이끌던 라지프 바딜 전 스페이스X 부사장과 팀원들을 영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스페이스X의 반발로 아마존의 사업 계획은 난항이 예상된다. 아마존은 지난해 7월 인공위성 사업 계획서를 FCC에 제출하면서 절차 일부 생략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기존 절차를 따랐던 스페이스X가 항의 의사를 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술 전문 매체 마더보드 보도에 따르면, 스페이스X 간부가 아짓 파이 FCC 의장을 지속적으로 만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아마존의 사업 계획이 성사될 경우 핵심 사업과 시너지 효과가 예상된다. 위성 인터넷망이 구축되면 위성이 수집한 전 세계 데이터를 클라우드 서비스인 아마존웹서비스(AWS)에 저장할 수 있다.

우주 공간에서 수집한 데이터도 예외는 아니다. 이미 2017년 4월 아마존은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협업해 세계 최초로 우주 공간에서 4K 스트리밍을 선보였다. 당시 일반 시청자는 우주 비행사가 대기권 밖에서 바라보는 지구와 똑같은 풍경을 실시간으로 시청했다.


인공위성의 민영화…발사체 개발이 도움

애플, 아마존, 스페이스X와 같은 민간 기업이 위성 인터넷 사업에 뛰어들면서 인공위성 사업이 활성화할 전망이다. 전 세계 국가가 지난 60년간 하늘에 쏘아 올린 인공위성은 8100여 개에 불과하다. 국책 사업으로 소수 위성을 개발하는 방법에 의존했기 때문에 수가 적다. 하지만 소규모 저궤도 위성의 경우는 비용이 적게 들어 기업들이 수천 개의 위성 발사 계획을 세우고 있다.

우주에 관심이 많은 기업가가 인공위성을 운반할 발사체를 미리 개발한 것도 도움 됐다. 머스크 대표는 2002년 스페이스X를 창업해 재활용 가능한 발사체인 팰컨9 개발에 성공했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도 2000년 개인 재산으로 우주선 개발 업체 ‘블루 오리진’을 창업해 발사체 개발 연구를 이어 왔다. 신상우 항공우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애플의 경우 발사체 개발 기술이나 구체적 사업 계획이 드러나지 않은 상황이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선 삼성이 발사체 개발 벤처 기업 ‘페리지로켓’에 투자했다. 페리지로켓은 카이스트(KAIST) 졸업생이 만든 기업으로 삼성벤처투자와 LB투자로부터 1200만달러(139억원)를 지원받았다. 올해 7월 국내 최초로 민간 회사 단독으로 발사체를 발사할 계획이다.


plus point

“일론! 밤하늘의 별을 볼 수 없어요” 천문학계의 호소

지난해 5월 23일 오후 10시 30분(현지시각) 스페이스X가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공군기지 40번 발사대에서 스타링크 첫 위성 60기를 실은 팰컨9 로켓을 발사했다. 스페이스X는 유튜브를 통해 로켓 발사 장면을 실시간으로 전했다. 우주 개척의 첫걸음이지만, 천문 학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위성 인터넷망은 저고도에 있는 수천 개의 인공위성으로 구성된다. 인공위성이 너무 밝으면 천문학계의 천체 관측 연구에 지장을 줄 수 있다. 5월 24일 밤 네덜란드의 위성 추적 기관 ‘샛트랙캠 라이덴’이 올린 영상을 보면 스타링크가 북극성만큼 밝아서 논란이 됐다.

5월 25일 천문학자 알렉스 파커는 자신의 트위터에 “사람들이 스페이스X 스타링크 위성의 이미지에 신이 난 것은 알지만, 나는 조심스럽다”면서 “만약 스페이스X가 1만2000개의 인공위성을 모두 쏘아 올리면 눈에 보이는 별보다 많을 것”이라고 썼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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