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학모 성균관대 통계학과 졸업, 한국전통주연구소 전통주전문가 과정 수료 / 사진 박순욱 조선비즈 선임기자
강학모
성균관대 통계학과 졸업, 한국전통주연구소 전통주전문가 과정 수료 / 사진 박순욱 조선비즈 선임기자

2018년 ‘대한민국 주류대상’에서 약주 부문 최고상인 ‘베스트 오브 2018(우리 술 약주 부문)’을 받은 ‘삼양춘’을 만드는 송도향주조 강학모 대표가 신제품 ‘삼양춘 청주’를 선보였다.

인천의 소규모 지역특산주 양조장인 송도향주조는 ‘삼양춘 탁주’와 ‘삼양춘 약주’가 대표 상품이다. 이번에 새로 개발한 ‘삼양춘 청주’는 기존 ‘삼양춘 약주’와 누룩을 차별화한 제품. 누룩 향이 훨씬 적어 ‘한국형 사케’라 불릴 만한 술이다. 기존 ‘삼양춘 약주’보다 깔끔함이 더 돋보인다.

‘삼양춘’은 ‘세 번 빚은 술(삼양주)’이란 의미와 ‘겨울에 빚어 봄에 마시는 술(춘)’이란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삼양춘 이름은 강학모 대표가 지었지만, 세 번 빚어 만든 삼양주 자체는 오래전부터 있던 전통술이다. 조선 시대 서울, 경기, 인천 지역에 살던 사대부 양반이 즐기던 술이다. 서울 북촌에선 김택상 명인의 삼해소주가 서울을 대표하는 전통술로 유명하다.

20여 년간 몸담았던 금융 공기업을 돌연 사직한 강학모 대표는 2008년 ‘술 빚기’로 ‘이모작 인생’을 시작했다. 그는 “아스파탐 같은 인공첨가물 없이 물, 전통 누룩, 강화섬쌀 100% 이렇게 세 가지 재료만 가지고 ‘세 번 빚어 옹기에서 100일 저온 숙성’ 과정을 거쳐 완성되는 술이 삼양춘”이라고 말했다.

삼양춘 약주와 탁주의 맛은 어떨까? 삼양춘 약주는 알코올 도수 15도로 두세 잔 정도 마시면 온몸에 취기가 돈다. 강 대표는 과실 향이 풍부하게 우러나오기 때문에 이 향기를 놓치지 않으려면 와인잔에 담아 흔들어서 향기를 깊게 들이마신 뒤 목으로 넘길 것을 추천했다. 삼양춘 탁주는 시중 알코올 도수 6도 막걸리보다 두 배 이상 높은 12.5도로 첫맛은 향기로움으로 시작해 드라이한 끝 맛으로 마무리한다. 색깔은 일반 막걸리보다 약간 짙다. 인터뷰에는 국내 최대 규모 전통주점인 백곰막걸리의 이승훈 대표가 함께했다.


송도향주조가 최근 선보인 신제품 ‘삼양춘 청주’. 사진 송도향주조
송도향주조가 최근 선보인 신제품 ‘삼양춘 청주’. 사진 송도향주조
송도향주조 양조장에서 만든 술이 항아리에 담겨 숙성되고 있다. 사진 송도향주조
송도향주조 양조장에서 만든 술이 항아리에 담겨 숙성되고 있다. 사진 송도향주조

세 번 빚는 삼양주인 삼양춘의 특징은.
“삼양주는 세 번 빚는 술이다. 빚을 때마다 재료가 달라질 수 있는 게 삼양주의 가장 큰 장점이다. 술맛을 다르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양춘은 덧밥으로 범벅을 쓴다. 1, 2차 담금에서 쌀가루에 뜨거운 물을 넣어 살짝 익힌 범벅에 누룩을 넣어 발효한다. 이럴 경우 과학적으로 규명된 것은 아니지만 나중에 술맛을 보면 탁 쏘는 게 있다. 범벅으로 하면 알코올 도수가 좀 올라간다. 남성적인 술이 된다. 맛이 드라이해진다고 하기보다는 좀 묵직한 술이 된다.”

삼양춘은 드라이(달지 않은)한 술인가.
“삼양춘은 ‘드라이’하다기보다 ‘마일드 드라이’에 가깝다. 스위트와 드라이의 중간쯤. ‘술은 달지 않은 드라이한 술이 좋은 술이야’ 누구나 다 이렇게 얘기하지만 정작 잘 나가는 술은 스위트한 술이다. 드라이한 술은 잘 안 팔린다. 삼양춘은 다소 스위트하게 만든다고 생각하는데, 처음 삼양춘 탁주를 마셔본 여성분은 대개 ‘좀 쓰다’고 얘기한다. 삼양춘 술은 단맛과 드라이한 술의 중간이라고 보면 된다. 하지만 마셔본 사람마다 반응은 차이가 있다.”

물과 쌀 배합 비율은.
“일반적인 인식이 멥쌀을 쓰면 드라이하고 찹쌀을 쓰면 달다고 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술맛이 달거나 드라이한 것은 쌀 종류보다 물 배합 비율이 더 영향이 크다. 멥쌀은 술맛이 가볍고, 찹쌀로 만든 술은 다소 묵직하다. 보디감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찹쌀로 빚은 술이 상대적으로 단맛을 더 느끼게 한다. 하지만 당도는 찹쌀, 멥쌀에서 결정되는 게 아니다. 삼양춘 탁주는 물과 쌀을 절반씩 쓴다. 다만, 약주는 물이 조금 더 많다.”

1, 2차 담금에서 쌀가루로 범벅을 만들어 발효하는 이유는.
“전통적인 술 빚는 방법은 고두밥을 사용한다. 전남 함평의 탁주 ‘자희향’처럼 죽을 쒀서 술을 빚기도 한다. 삼양춘은 ‘쌀가루 범벅’을 쓴다. 그 이유는 한마디로 차별화다. 고두밥이든 죽이든 이미 다른 양조장에서 많이 쓰는 방법은 피하겠다는 것이다. 범벅 술은 보디감이 있는 남성적인 술이 나오는 게 장점. 마시면 끝에 확 올라오는 게 있다. 탄산의 톡 쏘는 것과는 다르다. 산미(신맛)라고 얘기할 수도 있다.”

삼양춘 탁주와 약주 제조법의 차이는.
“레시피가 다르다. 재료는 같지만 물의 배합 비율이 약간 다르다. 약주는 탁주보다 물 비율이 조금 더 높다. 같은 배합 비율로 술을 빚으면 탁주보다 약주가 더 달다. 그래서 술 빚는 과정에서 물을 조금 더 넣는다. 약주는 만들 때부터 더 드라이하게 만들어야 나중에 당도가 탁주와 비슷해진다. 탁주와 비교해 보관성이 좋은 게 약주인데, 약주는 보관·숙성 기간이 길수록 다소 스위트해진다. 그래서 이런 점까지 고려해 더더욱 드라이하게 만든다.”

신제품 삼양춘 청주는 삼양춘 약주와 어떻게 다른가.
“신제품 ‘삼양춘 청주’가 올해 초에 나오는데, 기존 ‘삼양춘 약주’는 누룩으로 빚었고, 청주는 누룩을 대폭 줄인 대신 개량 누룩인 입국으로 발효를 거쳤다. 알코올 도수는 같지만 맛은 다르다. 신제품은 ‘한국식 사케’라고 할 수 있다. 누룩 향도 거의 없다. 삼양춘 청주에는 입국을 두 종류 쓴다. 백국과 황국. 일본 사케는 입국을 한 종류만 쓴다. 삼양춘 청주에는 전통 누룩이 1% 미만, 약주의 4분의 1 정도다. 그래도 향미를 위해 누룩을 조금은 꼭 넣는다.”

이날 처음 ‘삼양춘 청주’를 맛본 백곰막걸리 이승훈 대표는 “기존 삼양춘 약주보다 좀 더 깔끔하다”고 평했다. 이 대표는 “삼양춘 청주 맛은 기존 약주와 사케의 중간에 가깝다”며 “누룩 향도 거의 없어 일본식 주점인 이자카야에도 잘 팔릴 듯하고, 생선회와도 잘 어울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강학모 대표는 “삼양춘 청주는 맛이 담백해 온갖 음식에 잘 어울린다”고 했다. 자신은 조연으로 비켜나면서 음식을 더 돋보이게 하는 술이라고 했다. 안주를 부르는 마중물 역할을 하면서도, 특정 안주를 고집하지 않는 술. 강 대표는 “이전에 술 빚을 때는 ‘안주보다 술 먼저’였는데 그게 내 착각이었다”며 “주점을 해보니 술은 음식을 먹도록 옆에서 도와줄 뿐이고, 결국 중요한 것은 음식이라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2020년 계획은.
“본격적으로 수출에 나선다. 오는 4월 일본에서 열리는 ‘와인 앤드 고메’ 술 박람회에 삼양춘 제품을 갖고 참가한다. 11월 중국 상하이 술 박람회에도 나간다. ‘인천 삼해주를 테마로 하는 관광 개발 사업’을 인천시에 정식 제안할 예정이다. 2018년 11월 인천에서 열린 제6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세계포럼 공식 만찬주로 선정된 이후 삼양춘은 인천시 관련 각종 행사에서 단골로 쓰이고 있다.”

박순욱 조선비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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