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빈센트 고려대 경영학과 재학 중 / 사진 팬딩
장 빈센트
고려대 경영학과 재학 중 / 사진 팬딩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열성 팬의 숫자는 곧 수익의 규모로 직결된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가 증권시장 상장을 준비하며 기업 가치 6조원을 자신하는 이유도, 방탄소년단(BTS)을 위해 아낌없이 지갑을 여는 전 세계 수천만 명 아미(BTS 팬클럽)가 든든하게 뒤를 받쳐주기 때문이다. 앨범부터 콘서트, 굿즈(goods·상품)까지 촘촘하게 짜인 ‘돈 쓸 거리’를 마음껏 소비하며 열성 팬들은 만족감을 얻고, 연예기획사는 수익을 창출하는 윈윈(win-win) 비즈니스다.

반대로 아무리 많은 열성 팬이 있어도 이를 수익화할 수 있는 체계가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유튜버로 대표되는 크리에이터 업계가 그렇다. 유튜버 대부분은 영상에 붙는 광고 수익 배분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업계에 따르면 조회 수 1회당 5원 내외의 수익을 올리는데, 이마저도 ‘노란딱지(유튜브의 광고 부적합 판정을 일컫는 말)’가 붙으면 아예 수익화가 막힌다. 외부 협찬을 받아 광고성 콘텐츠를 제작하는 비즈니스도 있지만, 정작 열성 팬이 크리에이터를 위해 지갑을 열 방법은 제한적이다.

‘팬딩’은 ‘왜 크리에이터는 팬들로부터 합당한 수익을 창출하지 못할까’라는 문제의식에서 시작한 스타트업이다. 크리에이터가 열성 팬만을 위한 독점 콘텐츠 등의 혜택을 제공하면, 유료 구독을 통해 이를 받아볼 수 있도록 하는 팬 비즈니스다.

장 빈센트 팬딩 대표는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에서 “아직 사업 초기 단계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검증된 사업 모델이다”라며 “미국의 멤버십 플랫폼 ‘패트리온(Patreon)’의 경우, 400만 명의 후원자가 자신의 크리에이터를 위해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를 썼다”고 말했다.


팬딩은 크리에이터가 열성 팬만을 위한 독점 콘텐츠를 만들면, 유료 구독을 통해 이를 받아볼 수 있도록 하는 팬 비즈니스다. 사진 팬딩
팬딩은 크리에이터가 열성 팬만을 위한 독점 콘텐츠를 만들면, 유료 구독을 통해 이를 받아볼 수 있도록 하는 팬 비즈니스다. 사진 팬딩

팬딩은 어떤 서비스인가.
“요즘 인기 크리에이터는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린다. 그런데 인기를 수익화하는 부분에서는 굉장히 부족하다. 수년간 응원해 온 열성 팬이나 어쩌다 들어온 신규 유입자나 똑같은 조회 수 1회로 계산되고, 광고 수익도 똑같다. 이건 제대로 된 비즈니스가 아니다. 팬딩은 열성 팬이 모일 수 있는 장(場)을 마련하고, 이들을 통해 크리에이터가 합당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이다. 크리에이터를 진짜 연예인처럼 만들어주는 서비스라고 할 수 있겠다.”

팬딩에선 어떤 크리에이터가 어떤 식으로 활동하고 있나.
“어떤 형태의 콘텐츠를 생산하느냐에 따라 크게 다섯 종류로 나뉜다. 유튜버(영상), 작가(글), 삽화가(그림), 팟캐스트 진행자(라디오), 인스타그램 셀럽(화보) 등이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기존 채널의 콘텐츠와는 달리, 팬딩에서는 ‘팬더(구독자)’와 소통하는 콘텐츠를 주로 만든다. 개인에 따라서는 팬더와 정기적으로 일대일 소통을 하는 크리에이터도 있다.”

현재 이용자가 많지 않은데, 크리에이터들은 실제로 유의미한 수익을 거두고 있나.
“ASMR(자율감각 쾌락반응·들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일상 소음’) 영상을 제작하는 크리에이터 한 분이 있는데, 팬더 숫자는 100명 정도지만 매달 구독 금액은 400만원이 넘는다. 유튜브 영상을 통해 이 정도 수익을 거두려면 영상 수십 개를 제작해도 될까 말까다. 이용자가 적은 초기 단계지만 열성 팬에 집중하기 때문에 ROI(투자 대비 수익)가 굉장히 높다. 팬더 1인당 월 평균 2만원 정도를 쓴다.”

그렇게 비싼 돈을 들여 구독하는 이유는.
“돈을 내는 만큼 확실한 보상이 제공된다는 점이 통하는 것 같다. 여기서 말하는 보상은 독점 콘텐츠도 있지만, ‘내가 좋아하는 크리에이터와 소통하며 친해지고 싶다’는 정서를 만족시켜 주는 것도 있다. 아프리카TV에서 별풍선을 왜 쏘고, 유튜브 실시간 방송에서 도네이션을 왜 하겠나. 소통하고 또 관심받고 싶은 욕구 때문이다. 그런데 별풍선을 아무리 많이 쏴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그 리액션은 일회성 감사 인사 정도에 그친다. 팬딩에서는 커뮤니티를 통해 크리에이터와 지속해서 소통할 수 있고, 그 관계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팔로잉, 오프라인 팬미팅 등으로도 이어진다.”

크리에이터가 팬딩을 찾아야 하는 이유가 있나.
“일단 구독료를 통해 안정된 수입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크리에이터라는 게 굉장히 불안정한 직업이다. ‘대박’이 터지면 한 번에 수천만원을 쥘 수 있지만, 반대로 갑자기 채널이 하락하거나 노란딱지가 붙어서 생활고를 겪게 되는 경우도 많다. 아프리카TV 같은 실시간 스트리밍은 그나마 사정이 낫지만, 이쪽은 다른 종류의 진입장벽이 존재한다. 시청자의 매서운 채팅을 견뎌낼 수 있는 단단한 멘털이 필요하다. 작가나 일러스트레이터처럼 본인의 콘텐츠 자체가 실시간 방송에 적합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이런 분들이 팬딩에 들어와 높은 수익을 거두는 사례도 꽤 있다. 매달 1500만원 정도 구독 금액을 기록하는 일러스트레이터도 있을 정도다.”

크리에이터가 구독자를 끌어모으기 위해 선정적인 콘텐츠를 만들면 어떻게 하나. 패트리온의 경우 아동 음란물 제작 등의 문제로 많은 비판을 받았는데.
“패트리온은 콘텐츠 관리가 완전한 방임에 가까워 문제가 발생했다. 우리는 음란물 규제법에 따라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이에 따른 성인물 필터링 시스템을 구축했다.”

정기구독 외에 다른 수익 모델은 없나.
“없다. 서비스를 더 개발하지 않겠다는 말은 아니다. 예컨대 구독에만 만족하지 못하고 실제로 굿즈 등을 매매하고 싶어하는 크리에이터와 팬층을 위해 ‘팬딩 숍’을 개발하고 있다. 그렇지만 숍의 매매 수수료는 최소한으로 책정할 계획인데, 우리 사업의 본질에서만 수익을 내겠다는 다짐이다.”

해외 시장 진출 계획은 있나.
“물론이다. 당장 목표로 하는 시장은 일본이다. 일본은 문화적으로 창작 활동이 매우 활발하지만, 팬딩과 같은 수익화 플랫폼은 거의 없는 ‘블루오션’이다. 일본 현지의 대형 MCN(다중 채널 네트워크) 회사와 파트너십을 맺어 진출할 계획이다.”

앞으로 지향하는 방향은.
“‘소통 비즈니스’로 일종의 ‘윈윈윈(win-win-win)’ 구조를 구축하는 게 목표다. 크리에이터는 콘텐츠에만 집중하며 팬과 소통하면 수익이 저절로 따라오고, 팬은 크리에이터를 ‘소비’하면서 만족감을 느끼는 윈윈 구조. 그 사이에서 팬딩 또한 함께 성장하는 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방향이다.”

최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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