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5월 6일 80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힌 서울 용산역 철도정비창 부지. 사진 연합뉴스
국토교통부가 5월 6일 80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힌 서울 용산역 철도정비창 부지. 사진 연합뉴스

단군 이래 최대 개발 사업지로 떠올랐다가 글로벌 금융위기에 무너진 서울 용산구 철도정비창(이하 정비창) 부지가 또다시 부동산 시장의 최대 관심거리로 떠올랐다. 정부가 5월 6일 ‘수도권 주택공급 기반 강화 방안’ 대책을 내놓으며 용산 정비창 부지에 8000가구를 선보인다고 밝히면서다. 정부는 8000가구 중 5600가구는 일반분양, 나머지 2400가구는 공공임대 주택으로 공급할 계획인데, 개발 기대감으로 벌써 일대 주택 시장이 들썩거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정비창 개발 방식과 개발 계획에 대한 갑론을박도 이어지고 있다. 공공이 주도하는 개발 방식이 얼마나 효과적일지 의문이라는 지적부터 시작해 주거 비율이 높아 국제업무지구로의 정체성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5월 11일 정비창 부근 공인중개업체들에 따르면, 정부 대책 발표 이후 향후 이 지역 집값 전망과 매매 가능한 매물 여부를 묻는 수요자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한강변 입지를 갖췄지만, 동부이촌동 아파트보다 주거 선호도가 높지 않았던 서부이촌동 ‘북한강 성원’ ‘대림’ ‘한강현대’ 집주인들은 일제히 수천만원씩 호가를 올리는 분위기다. 서부이촌동 한 공인중개업체 대표는 “하루에 주택 시장 분위기를 묻는 전화만 수십 통이 오고 있다”면서 “정비창 개발에 따른 수혜를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비창 인근에서 재건축을 추진하는 이촌1구역도 들썩이고 있다. 이 지역은 2010년 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돼 정비창과 통합개발이 논의됐지만,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좌초되면서 재건축사업이 무산됐던 곳이다.

이후 서울시는 2015년 이곳을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했고 현재 준비 중이다. 현재 이촌1구역의 경우 투자 금액이 상대적으로 적어 투자자가 선호하는 소규모 단독주택·다세대주택은 찾아볼 수 없다고 한다. 지분이 13.2~16.5㎡ 정도인 연립주택 매도호가는 6억원 후반대에서 7억원 선이다. 3.3㎡로 환산하면 약 1억7500만원이다. 앞서 4월 9일 이 지역 전용 26.98㎡짜리 다세대·연립주택 1층이 7억2000만원에 매매됐는데, 당시보다 가격이 크게 뛰었다.

전문가들은 용산 개발 파급력이 막강하다는 점에서 서울 부동산 시장 전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 과거 용산 국제업무지구의 사업비는 31조원으로, 역대 최대 재개발사업이라고 불리는 한남3구역 사업비(7조원)의 네배가 넘는다. 실제로 박원순 시장이 2018년 7월 여의도·용산 마스터플랜을 발표한 날부터 잠정 보류한 날까지 약 7주간 용산구와 영등포구 아파트 매매가는 각각 2.2%, 2.3% 올라 주택시장이 단기간에 과열된 사례도 있다. 당시 서울 아파트값 평균 상승률은 1.6%에 그쳤다. 이후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정부와 사전에 조율되지 않은 서울시의 ‘단독행동’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정부도 이 지역 개발이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을 심각하게 바라본 셈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5월 20일부터 1년간 정비창 일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다고 14일 밝혔다. 이 지역 주택과 상가, 토지 등을 거래할 때 시·군·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당장 거래는 줄겠지만, 개발 기대감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용산 정비창은 2006년 코레일의 부채 감축을 위해 처음 추진됐다. 51만5483㎡ 부지에 31조원을 들여 111층짜리 초고층 빌딩과 업무시설 등이 포함된 용산 국제업무지구를 개발할 계획이었다. 삼성물산과 롯데관광개발 등 민간·공공 30개 출자사가 ‘드림허브PFV’라는 이름으로 모였다. 하지만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위기를 겪다 2013년 사업이 좌초됐다. 이후 시행사와 코레일의 법적 공방이 이어지다 지난해 대법원이 드림허브PFV가 코레일을 상대로 제기한 2400억원대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에서 코레일의 손을 들어줬다. 이로써 용산 국제업무지구를 둘러싼 소송은 일단락됐다.


“국제업무지구 정체성 잃지 않아야”

용산 정비창은 공공 주도로 개발된다. 개발 계획이 아직 확정된 건 아니지만, 박선호 국토교통부 제1차관은 “업무·상업·주거 기능 등을 융·복합적으로 다 담겠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개발 청사진인 지구단위계획만 사전에 잘 마련한다면 국제업무지구라는 확고한 콘셉트 아래 개발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고 본다. 문제는 사업성이다. 가뜩이나 서울 ‘알짜배기’ 땅에 임대주택을 짓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주택에만 집착하다 보면 국제업무지구라는 본래의 특성을 잃을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정비창 부지의 30%를 주거용으로, 나머지 70%는 상업·업무용 등으로 사용한다. 앞서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 당시에는 주거 비율이 15%였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오피스나 상업시설 등을 통해 개발이익을 많이 거둘 수 있는 땅에 주택 중심의 계획을 세우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면서 “정부가 직접 집을 공급하기보다 개발이익을 확보해 주거 복지에 투입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부동산 개발업체 한 관계자도 “주거 비율이 늘어난 만큼 업무·상업시설 개발에 힘을 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주택 수요자 입장에선 이 지역에 공급되는 주거시설 물량과 분양가에 관심이 쏠린다. 이 지역에 공급되는 민간분양은 공급물량의 절반인 4000가구다. 1600가구는 공공분양으로 공급된다. 정부는 2021년 말까지 구역 지정을 마치고 2023년 사업 승인을 완료할 계획이다. 입주자는 2023년 말부터 모집한다. 민간분양의 경우 민간 사업자에 매각해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이하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해 분양하겠다고 밝혔다.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았지만, 최근 주변에 분양된 아파트 가격을 고려하면 대략적인 가격을 추정할 수 있다. 2017년 6월 분양한 국제빌딩주변 제4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인 ‘용산 센트럴파크 효성해링턴스퀘어’의 분양가는 3.3㎡당 평균 3630만원이었다. 전용 92㎡ 기준으로 14억4900만~16억1400만원이다. 물론 정비창의 경우 분양 시점까지 아직 3년이나 남아 분양가를 정확히 파악할 순 없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분양가 상한제 적용으로 이를 크게 웃도는 수준은 아닐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주변 시세는 이보다 높다. 정비창 인근 ‘용산 푸르지오써밋’의 경우 전용 124㎡가 지난해 11월 22억5000만원에 매매됐다. 3.3㎡로 환산하면 약 4700만원 수준이다.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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