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미국 트럭 시장을 놓고 경쟁구도를 형성한 ‘니콜라 투(TWO)’와 ‘테슬라 세미(semi)’. 사진 니콜라·테슬라
왼쪽부터 미국 트럭 시장을 놓고 경쟁구도를 형성한 ‘니콜라 투(TWO)’와 ‘테슬라 세미(semi)’. 사진 니콜라·테슬라

오스트리아 출신의 니콜라 테슬라(Nikola Tesla·1856~1943)는 X레이, 라디오, 무선 통신, 무선 에너지 전송 등 수많은 발명품을 만든 천재 공학자로, ‘전기의 마술사’라고 불렸다. 그가 개발한 교류 전기가 에디슨이 내세운 직류 전기를 꺾고, 현대 전기 문명의 근간이 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늘날, ‘전기의 마술사’의 이름과 성을 각기 계승한 니콜라(Nikola)와 테슬라(Tesla)가 352억달러(약 42조7200억원)에 달하는 미국 트럭 시장 그리고 9000억달러(약 1100조원)에 달하는 미국 화물운송 시장을 놓고 한판 붙었다.

다윗과 골리앗처럼, 몸집과 경륜으로는 경쟁이 성립되지 않는다. 니콜라는 6월 4일(현지시각) 운송 및 에너지 분야 투자 기업인 벡토IQ와 역합병을 통해 나스닥에 상장한 신출내기다. 시가총액은 6월 16일 기준 약 227억달러(약 27조6000억원)를 기록했다.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같은 날 1820억달러(약 220조9000억원)로 전 세계 자동차 회사 중 도요타에 이은 2위다.

니콜라는 아직 단 한 대의 전기차도 출시한 적이 없다. 아직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인근에 제조 공장을 건설하는 단계로, 일러야 2023년부터 수소 전기트럭을 양산할 계획이다. 반면 테슬라는 전기차 판매량에서 이미 독보적인 글로벌 1위다. 2008년 로드스터를 시작으로 모델 S·X·3를 연달아 내놓으며 누적 판매량 100만 대를 달성했다. 후속 제품인 모델 Y를 올해 3월 출시한 테슬라는 2021년에는 픽업트럭인 ‘사이버트럭’과 세미 트레일러 트랙터인 ‘세미(semi)’도 출시할 계획이다.

이런 현격한 격차에도 ‘해볼 만한 싸움’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은 화물트럭의 특수성 때문이다. 화물트럭은 일반적인 자동차와는 달리 장거리 운행 빈도가 높고, 많은 화물을 싣기 위해 차체 무게를 최대한 줄일수록 유리하다. 테슬라가 제조하는 배터리 전기자동차(BEV·Battery Electric Vehicle)는 한 번 충전으로 주행할 수 있는 거리가 비교적 짧고, 배터리 용량을 늘릴수록 차체 무게가 늘어난다는 한계가 있다. 니콜라의 수소연료전기차(FCEV·Fuel Cell Electric Vehicle)는 배터리 대신 엔진 역할을 하는 스택(stack)에서 수소와 산소를 합성해 전기를 생산하고, 모터를 구동하는 방식이다. 수소탱크는 배터리보다 가벼워 주행 거리를 늘리기 쉽다.

차세대 트럭 시장을 노리는 두 회사의 신경전은 이미 수면 위로 드러났다. 트레버 밀턴 니콜라 최고경영자(CEO)는 6월 7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6월 29일에 수소 픽업트럭 ‘뱃저(Badger)’를 공개하고, 사전 예약도 동시에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도 즉각 반격에 나서, 사내 이메일을 통해 “테슬라 세미 생산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할 시기”라며 구체적인 양산 계획까지 밝혔다. 이에 밀턴 CEO는 “경쟁을 환영한다. 세미 트럭 장거리 버전은 2만7000파운드(약 1만2247㎏)에서 3만 파운드(1만3608㎏)까지 나간다고 들었다. 우리 차가 1만 파운드(약 4536㎏)나 더 가볍다”고 도발했다.


자존심 강한 두 천재

일론 머스크는 이론(異論)의 여지가 없는 천재 발명가이자 연쇄 창업가다. 23세의 나이로 지역정보 회사 집투 코퍼레이션(Zip2 corporation)을 창업하고 지분을 2200만달러(약 267억원)에 매각해 백만장자가 됐다. 이후 창업한 페이팔은 이베이에 인수됐고, 1억7000만달러(약 2063억원)를 챙긴 머스크는 본격적인 연쇄 창업에 나섰다.

화성 정복에 도전하기 위해 ‘스페이스 X’를 세워 민간 기업 최초로 유인 우주선을 쏘아 올리는 한편, 테슬라를 세워 전기차 시장을 개척했다. 이외에도 태양 에너지 회사 ‘솔라시티’, 시속 1280㎞의 고속철도 ‘하이퍼링크’, 인간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뉴럴링크’ 등 말 그대로 ‘꿈 같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머스크를 두고 ‘21세기에 환생한 니콜라 테슬라’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트레버 밀턴도 그 못지않은 연쇄 창업가다. 미국 유타주에서 철도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난 밀턴은 대학을 한 학기 만에 자퇴하고 사업에 뛰어들었다. 2003년 경보 감시 회사를 설립해 몇 년 뒤 매각하고, ‘upillar.com’이라는 전자 상거래(e-commerce) 회사를 차렸지만 실패했다. 이후 디젤 엔진의 배출량을 줄이는 ‘디하이브리드(Dhybrid)’와 천연가스 저장 기술 회사 ‘디하이브리드 시스템스(Dhybrid Systems)’를 세웠다. 이 두 회사를 운영하며 쌓은 경험이 니콜라 창업으로 이어졌다.

밀턴은 링크드인(LinkedIn·미국의 비즈니스 네트워킹 플랫폼)에서 스스로를 “역동적이고 선지적인 창업자”라고 소개하며 “새로운 기술에 대한 사랑이 나를 혁신으로 이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섯 개 회사를 차려 두 번 실패했으며, 한때 모든 것을 잃어버리기도 했다”며 “내 나이에 이런 경험을 한 사람은 없다”고 했다. ‘포브스’에 따르면, 니콜라 상장 이후 밀턴의 자산 가치는 69억달러(약 8조3700억원)로 추정된다. 밀턴 또한 니콜라 테슬라의 열렬한 추종자다.


주행 거리 내세운 니콜라, 테슬라 잡을까

테슬라가 공개한 ‘세미’ 트럭의 최대 주행 거리는 500마일(약 805㎞)이다. 모델 시리즈보다 주행 거리가 길지만, 영토가 광활한 미국에서 화물을 운송하기에는 부족하다. 배터리를 다시 채우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것도 시간이 곧 돈인 운송 기사들이 받아들이기 힘든 단점이다. 반면 ‘니콜라 원’과 ‘니콜라 투’는 한 번 충전으로 750마일(약 1200㎞)을 주행할 수 있고, 수소 탱크를 다시 채우는 데 10~15분 정도면 된다.

가격과 충전 인프라는 테슬라가 우세하다. 세미 300마일(약 483㎞) 버전은 15만달러(약 1억8200만원), 500마일 버전은 18만달러(약 2억1840만원)에 사전 예약을 받고 있다. 니콜라의 경우 정확한 가격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연료전지 자체가 비싼 만큼 트럭 가격도 비쌀 가능성이 크다. 대신 니콜라는 70만 마일(약 112만6500㎞) 또는 84개월간 운행하면 새 차로 바꿔주는 리스 방식을 채택할 계획이다. 미국 전역에 1000여 개가 설치된 테슬라 전기 충전소와 달리 니콜라 수소 충전소는 아직 50여 개에 불과하고, 그것도 캘리포니아주에 집중돼 있다.

다만 현재 설치된 테슬라 전기 충전소는 출력이 시간당 60(킬로와트시)에 불과한 ‘슈퍼차저’로 배터리 용량이 약 650~1000 로 추정되는 세미를 완전히 충전하려면 10시간이 넘게 걸린다. 이에 테슬라는 세미를 30분 이내에 충전할 수 있는 ‘메가차저’를 곳곳에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니콜라는 1억달러(약 1210억원)를 투자한 한화그룹과 협업해 2027년까지 미국과 캐나다에 수소 충전소 800여 곳과 부설 태양광 설비를 건설할 계획이다.

국내 전문가들은 “미국의 차세대 화물 운송 시장에서 니콜라의 승산이 높아 보인다”고 평가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BEV의 한계는 배터리 용량을 늘리는 만큼 중량도 덩달아 늘어난다는 것”이라며 “기술이 획기적으로 개량되지 않는 한, 테슬라가 주행 거리를 대폭 늘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도 “충전 인프라의 경우 ‘테슬라는 이미 완료한 상태’라는 인식이 있는데, 화물트럭과 같은 고용량 배터리를 충전하기 위해서는 테슬라도 배전반 설비부터 새로 해야 한다”며 “충전 인프라 확충 문제만 해결한다면 화물 시장에서는 니콜라가 확실한 우위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말했다.

최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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