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효종 UPS코리아 대표 중부대 학사, 전 UPS코리아 인천공항 지점장 / 사진 김소희 기자
박효종 UPS코리아 대표 중부대 학사, 전 UPS코리아 인천공항 지점장 / 사진 김소희 기자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키워드로 ‘전자상거래’가 주목받고 있다. 오프라인 거래에 의존하던 기업들이 전자상거래 시장에 진출하고 있는 것.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교역량은 대체로 줄었지만, 전자상거래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4.7% 늘었다. 앞으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같은 위기 상황에 대비하더라도, 소비자의 달라진 소비 형태를 보더라도, 전자상거래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현 상황에서 기업이 취해야 하는 전략은 무엇일까. 220여 개국에서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물류 회사 UPS의 자문을 얻었다. 박효종 UPS코리아 대표는 6월 9일 서울 문래동에 있는 UPS코리아 사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앞으로 시장 잠재력이 높은 아시아·태평양(이하 아·태) 지역 시장을 주목해야 한다”면서 “이 지역 소비자들은 겉보기엔 모순적인 태도를 보여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 대표는 1996년 UPS에 입사해 한국 물류 시장의 태동기를 경험했다. 오퍼레이션, 수출입 통관, 엔지니어링 등 다양한 부서를 경험하면서 글로벌 물류 동향을 관찰했다. 24년간 국내 물류 서비스를 관리하면서 2018년 UPS코리아 대표로 선임됐다.


현재 전자상거래 진출을 고려하는 기업이 취해야 하는 전략은.
“코로나19 이후 ‘뉴노멀(새로운 표준)’ 시대에 전자상거래는 훨씬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것이며, 이는 사업주에게 엄청난 기회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개선할 수 있는 서비스가 있다. 소비자가 전자상거래를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 어떤 부분이 불만족스러운지를 살피면서 서비스를 개선해야 한다.”

소비자 심리 분석이 우선이라는 이야기인가.
“20세기 중반부터 수많은 기업이 마케팅 측면에서 오프라인 소비자 심리를 이해하려는 시도를 많이 했다. 슈퍼마켓 계산대 옆에 사탕을 진열하는 것, 이케아 매장을 미로처럼 구성한 것이 모두 소비자 심리 조사에 기반한 것이다. 그런데 온라인 소비자에 대한 분석은 아직 많이 이뤄지지 않았다. 글로벌 온라인 소비자의 구매 동기를 이해해야 구매나 재구매를 끌어낼 수 있다.”

특히 공략할 만한 국가는.
“아시아 지역이다. 아시아 전자상거래 매출은 이르면 2022년까지 연간 1조7000억달러(약 2064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연합무역개발협의회(UNCTAD)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중에서도 중국이 가장 많은 전자상거래량을 기록했다. 아직 미국이나 유럽 같은 서구권 국가보다 아시아 지역의 해외 전자상거래 비중은 낮은 편이지만 그만큼 시장 지배력을 높일 기회가 많다고 생각한다.”

실제 관세청에 따르면 한국 기업이 아시아 지역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올해 1분기 494만6000건의 전자상거래 수출은 중국(37%)과 일본(38%)에 집중돼 있다. 미국은 5%에 불과하다. 거래액 금액 기준으로 따져봐도 총 2억1014만달러(약 2552억원) 중 중국 36%, 일본 31%, 미국은 9%를 차지한다.

UPS에도 문의가 많나.
“현재 UPS는 아·태 지역 내 41개 국가와 지역에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 이 지역들에 진출하려고 UPS와 계약한 한국 전자상거래 기업이 늘고 있다. K팝(K-pop) 등 한류 제품이나 화장품을 판매하는 기업이 대표적이다. 국내 기업이 새로운 시장을 확보하는 기회가 되리라 생각한다.”

UPS는 2013년부터 1~2년에 한 번씩 ‘온라인 구매자 동향 설문 조사(Pulse of the Online Shopper)’를 하고 있다. 가장 최근 조사는 2018년 12월부터 2019년 1월까지 이뤄졌다. 당시 15개 국가 1만8000여 소비자의 특성을 조사했는데, 중국·호주·홍콩·한국 등 아·태 지역 4개 국가 4023명도 조사 대상이었다.

아·태 지역 소비자의 주된 특징은.
“서구권 소비자와는 다른 특유의 소비 습관이 있다. 조사 결과 아·태 지역 소비자들은 해외 판매자에게 구매한다는 사실을 알면 서구권 소비자보다 구매를 철회할 가능성이 더 크다. 해외 시장을 신중하게 공략해야 하는 이유다.”

원인이 무엇인가.
“아·태 지역 소비자는 배송비에 민감하다. 최종 구매 결정을 철회하는 주요 원인이다. 배송 가격이 불합리하다고 판단하면 기존 구매 결정을 취소하고 다른 판매처를 알아볼 가능성이 크다. 해외 판매자로부터 구매할 경우 비교적 배송비가 증가한다. 이들이 구매 과정에서 해외 판매자임을 알게 되면, 다른 지역 소비자보다 구매를 포기할 확률이 높다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아·태 지역 소비자를 공략하려면 배송비를 무조건 낮게 잡아야겠다.
“다른 방법이 있다. 우리가 주목할 부분 중 하나는 응답자의 37%가 무료배송 조건을 맞추기 위해 장바구니에 상품을 더 추가할 의향이 있다고 답변했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무료배송을 위해서라면 상품 자체에 대한 추가 지출을 꺼리지 않는다는 사실에 집중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판매자가 소비자에게 절감된 배송비 혹은 무료배송 관련 옵션을 제공한다면 보다 성공적인 거래 성사율을 기대할 수 있다.”

이들이 주로 구매하는 제품군은.
“식료품이나 가정용품에 대한 구매 의향이 비교적 많다. 전 세계적으로 의류 쇼핑이 많이 이뤄진다는 점과 차이가 있다. 그만큼 아·태 지역 소비자는 오프라인에서 금방 구매할 수 있는 물품인데도 온라인 쇼핑에 시간과 노력을 쏟으면서 구매한다. 이 지역 중상류층의 성장으로 인한 명품 소비도 눈에 띈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이러한 흐름은 지속할 것이라 예상된다.”

아·태 지역 소비자는 제품 가격에 민감한 편인지.
“흥미롭게도 아·태 지역 소비자는 서구권 소비자보다 ‘가격’을 최우선시한다는 응답자의 비중이 약 7~8%포인트 정도 낮다. ‘제품 세부 사항’에 대한 관심도는 서구권 소비자보다 10%포인트 더 높다. 아·태 지역 소비자는 가격 민감도가 낮고 제품 자체에 대한 관심이 많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찾아 적극적으로 온라인 쇼핑몰을 탐색한다. ”

또 다른 유의점이 있다면.
“반품 문제다. 아·태 지역 소비자는 판매자가 책임져야 하는 경우라도 반품 배송 비용을 고객이 지불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대신 그들은 반품 서비스에도 높은 기대를 하고 있다. 고객 서비스에 공식적으로 불만을 제기하거나, 소셜미디어·웹사이트·마켓에 부정적인 리뷰를 남기거나, 간단하게 주문을 취소할 수도 있다. 아·태 지역 소비자의 약 20%가   반품 과정 전반에 불만족스러운 경험이 있었다. 반품 정책이 불분명하거나 제한적이거나 반품 정책을 전혀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었다.”

마지막으로 조언 한마디 부탁한다.
“기업들이 해외 시장에 무작정 진출하기보다 소비자 맞춤형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더 집중해야 한다. 설문 조사 결과에서 알 수 있듯 소비자들은 일률적이거나 단편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배송, 반품 등 한 가지 주제에 대해서도 더욱 깊이 있고 면밀한 고민이 필요하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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