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8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 있는 파리바게뜨 매장 앞으로 한 시민이 마스크를 쓴 채 걸어가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7월 8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 있는 파리바게뜨 매장 앞으로 한 시민이 마스크를 쓴 채 걸어가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SPC그룹은 파리에 깃발을 꽂는 등 전 세계 6000여 개의 매장을 열었다. 현재까지 값비싼 내기(pricey bet)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

블룸버그는 7월 8일(현지시각) ‘파리바게뜨 오너 일가가 손실에도 세계로 나가고 있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파리바게뜨 해외 진출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실제 파리바게뜨 해외 사업의 몸집은 커졌지만 적자 경영 상태에 빠졌다. 파리바게뜨는 2004년 8월 중국 상하이에 매장을 열면서 해외 시장의 포문을 열었다. 현재 중국·미국·싱가포르·베트남·프랑스 5개국에 400여 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매장 확대는 곧 매출 성장으로 이어졌다. SPC그룹 해외 진출 선봉장 역할을 맡은 파리바게뜨가 해외 거점을 확대하면서 그룹 매출 중 6% 이상을 해외 법인에서 내고 있다.

하지만 해외 시장 중 가장 많은 매장을 둔 중국에서 적자가 쌓이고 있다. SPC그룹의 중국 법인 SPC투자유한회사가 파리바게뜨 중국 사업을 하고 있는데, 이 회사의 순손실은 2017년 20억원, 2018년 63억원에 이어 지난해 26억원을 기록했다. 과거보다 적자 폭이 줄긴 했지만, 흑자 전환을 기약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해외 사업의 경우 초기에는 손실을 감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유정 대신증권 연구원은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파리바게뜨의 해외 손실에 대해 “식음료 유통업체가 해외 진출 초기에 손실을 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내수 시장에서는 높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더라도 다른 나라에서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비단 파리바게뜨만 해외 사업 안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아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올해 초 발표한 ‘2019 외식 기업 해외 진출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외식 기업 160개의 해외 매장 수는 지난해 4319개로 전년보다 8.5% 줄었다. 한국 외식 기업이 가장 많이 진출한 중국이 자국 브랜드 키우기 정책을 시행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파리바게뜨 중국 매장도 지난해 전년보다 줄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중국 경기 위축과 외식 업계 침체는 파리바게뜨에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SPC그룹은 파리바게뜨 해외 사업 확장을 밀어붙이고 있다. SPC그룹은 6월 캐나다 현지 법인 ‘파리바게뜨 캐나다’를 설립했다. 캐나다 진출은 파리바게뜨가 2005년 북미 거점 국가인 미국에 첫 매장을 낸 지 16년 만에 이뤄진 것이다. 내년 상반기에 토론토와 밴쿠버 등 주요 도시에 매장을 낸 뒤 2030년까지 100개 이상의 매장을 연다는 계획을 세웠다.


‘후퇴’ 없는 해외 진출

오너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허영인 회장은 2015년 SPC그룹 새 비전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라는 의미의 ‘그레이트 푸드 컴퍼니’를 제시한 뒤 지속적으로 해외 진출 의지를 드러냈다. 2016년 한 행사에서는 “빵은 한국보다 해외에서 더 많은 사람이 즐겨 먹는다”라며 “해외 시장은 규모가 크기 때문에 기회도 많을 거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신년사에서는 “해외 사업은 SPC그룹의 새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며 “수출과 현지 진출을 병행해 2030년까지 글로벌 사업 비중을 50% 이상으로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2030년까지 매출 2조원을 달성하고 전 세계 2만 개 매장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파리바게뜨가 해외로 눈을 돌린 이유 중 하나는 한국에서의 출점 제한 때문이다. 2013년 ‘동네빵집’을 살리기 위한 목적으로 제과점업이 중기 적합업종으로 지정됐다. 이에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의 경우 신설 점포가 기존 전체 점포의 2% 수준으로 제한되고, 인근 중소 제과점과 500m 거리를 둬야 한다. 이 때문에 파리바게뜨를 비롯해 뚜레쥬르 등 한국 프랜차이즈 베이커리는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SPC그룹은 파리바게뜨 해외 진출과 함께 해외 외식 브랜드 도입으로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한다는 복안이다. 2016년 미국 3대 버거 중 하나인 ‘쉐이크쉑’에 이어 올해 7월 미국 캘리포니아 명물 샌드위치 ‘에그슬럿’ 매장을 한국에 냈다. 두 브랜드 공통점은 SPC그룹이 싱가포르 사업 운영권도 확보했다는 것이다. SPC그룹은 현재 싱가포르에서 쉐이크쉑 매장 2곳을 운영 중이며 내년 에그슬럿 첫 매장도 낼 계획이다.


plus point

허영인, 꼼꼼한 성격과 제빵인의 DNA

허영인 경희대 경제학 학사
허영인
경희대 경제학 학사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고(故) 허창성 삼립식품 명예회장의 차남으로 태어났다. 허영인 회장은 1981년 1월 삼립식품 대표를 맡은 지 7개월 만에 미국 캔자스시티의 AIB(American Institute of Baking)로 유학을 떠났다. 빵을 주식으로 하는 나라에서 제빵기술을 배우기 위해서였다. 1983년 한국으로 돌아와 계열사 샤니의 대표를 맡았다. 이후 파리크라상(1986년)과 파리바게뜨(1988년)를 창업했고 미국 프랜차이즈 브랜드인 배스킨라빈스(1985년)와 던킨도너츠(1993년) 사업을 시작하면서 소위 ‘대박’을 터뜨렸다.

형인 허영선 회장이 이끄는 삼립식품이 리조트 사업 투자 실패 등으로 법정관리에 들어가자 허영인 회장은 삼립식품을 인수한 뒤 SPC그룹을 세웠다. 한국 시장에서 성공을 바탕으로 해외 진출에 힘썼다. 파리바게뜨는 한국 베이커리 브랜드 중 최초로 미국, 중국에 매장을 냈다. 미국 유명 프랜차이즈 쉐이크쉑, 에그슬럿 등을 한국에 들여오면서 종합식품 기업으로 외형을 확장하고 있다.

부전자전(父傳子傳), 아버지 허창성 명예회장을 빼닮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허창성 명예회장의 유일한 취미가 빵 만들기였는데, 허영인 회장도 신제품 빵 개발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버지에게서 꼼꼼한 성격도 물려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KBS가 2010년 방영한 ‘제빵왕 김탁구’ 주인공의 실제 모델로 알려졌다. 이 드라마는 주인공 김탁구가 온갖 역경을 딛고 맛있는 빵을 굽는 법을 배워 아버지의 제빵 사업을 이어받는다는 이야기다.

임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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