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지2M’ 게임에서 과금을 통해 재화를 살 수 있는 상점. ‘1200다이아’는 현금 3만3000원으로 충전할 수 있다. ‘상급 클래스 소환’의 경우 ‘영웅 등급’이 나올 확률은 0.0882%다. 사진 리니지2M 캡처
‘리니지2M’ 게임에서 과금을 통해 재화를 살 수 있는 상점. ‘1200다이아’는 현금 3만3000원으로 충전할 수 있다. ‘상급 클래스 소환’의 경우 ‘영웅 등급’이 나올 확률은 0.0882%다. 사진 리니지2M 캡처

4억5000만원. 수도권의 중소형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는 돈이다. 대형 세단인 제네시스 G90 프레스티지를 4대나 살 수 있다. 그리고 국내의 한 게임 재화 거래 사이트에 올라온 ‘리니지2M’ 게임 계정 하나의 가격이기도 하다. 한낱 게임 계정 하나가 그 정도로 비싸다는 사실에 놀라겠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보통 매물로 나오는 게임 캐릭터의 가격은 그 캐릭터에 실제로 투자된 금액에 비하면 최소 2배 이상 저렴하다. 즉, 해당 계정에는 이미 10억원 이상이 투입됐다는 얘기다.

어느 한 ‘핵과금러(매우 많은 금액을 게임에 쓰는 사람)’의 일탈 행위가 아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리니지2M 이용자들은 원활한 게임 진행을 위해 상당한 금액을 과금한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2M’으로 2020년 1분기에만 3411억원의 매출을 냈다고 밝혔다. 대신증권은 리니지2M의 올해 매출은 1조2399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리니지2M의 올해 1분기 매출이 모바일 게임 중 ‘한국 1위’가 아닌, ‘전 세계 1위’라는 조사 결과도 최근 나왔다.

막대한 매출이 수치로 뒷받침되고 있으니, 엔씨소프트의 몸값이 고공행진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7월 15일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종가 기준 92만8000원을 기록했고 시가총액은 20조원을 넘는다. 1년 전 오늘(49만7000원)과 비교하면, 거의 두 배 가깝게 올랐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엔씨소프트의 주가가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엔씨소프트의 목표주가를 최근 대신증권과 삼성증권은 각각 120만원으로, 미래에셋대우는 131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왜 이용자들은 이 게임에 그토록 아낌없이 지갑을 여는 것일까. 일단 20년 넘게 이어온 ‘리니지’라는 지식재산권(IP)의 힘이 있을 것이고 뛰어난 그래픽과 기술력, 높은 완성도 등도 성공 요인으로 꼽힐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리니지2M의 압도적인 성과는 이런 표면적인 차별점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애초에 질문이 잘못됐다. 이용자들이 지갑을 연 것이 아니라, 엔씨소프트가 이용자의 지갑을 풀어헤친 것이다. 리니지2M의 진정한 성공 요인은 바로 비즈니스 모델(BM), 즉 ‘과금 구조’에 있다.


포인트 1│성장보다 짜릿한 전쟁

리니지2M처럼 이용자가 게임 속 캐릭터의 역할을 수행하며 온라인으로 연결된 다른 이용자들과 상호작용하는 게임을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라고 한다. MMORPG의 주된 재미는 몬스터(monster)를 사냥하고, 아이템(item)을 맞춰가며 자신의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데서 온다. 마치 갓난아이를 키워 초·중·고교에 입학시키고, 상위권 대학에 보내고, 좋은 직장에 취업시키는 데서 오는 부모의 뿌듯함과도 비슷한 재미다.

리니지2M은 유저 간 대결(PVP·Player Vs Player)과 전쟁이라는 핵심 콘텐츠로 재미를 더 추가한다. 열심히 성장시킨 캐릭터로 타인의 캐릭터를 이기는 데서 오는 재미다. 일가친척이 모이는 명절만 되면 펼쳐지는 ‘자식 배틀’에서, 내 자식이 남의 자식보다 잘났다는 걸 증명했을 때 오는 우월감과도 비슷하다. 경쟁에서 뒤처질 때 느끼는 무력감과 패배감이 큰 만큼, 이겼을 때 오는 쾌감은 그 어떤 것과도 비할 수 없을 만큼 짜릿하다.

물론 다른 게임 중에도 PVP나 전쟁이 표현된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리니지2M처럼 설계 단계부터 유저 간의 다툼을 철저하게 유도하는 게임은 없다. 리니지2M은 이용자 수에 비해 몬스터 수는 항상 부족하고, 가치가 높은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몬스터는 특히 더 한정돼 있다. 비좁은 사냥터에서 다른 이용자와 어깨를 부딪치며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갈등이 발생하고, PVP로 승자와 패자를 가르게 된다.

승부에 불복한 패자는 복수하기 위해 자신의 ‘혈맹(소속 집단)’을 동원한다. 상대측에서도 혈맹이 나서고 개인 간의 작은 다툼은 집단 간의 큰 전쟁으로 번진다. 세력이 강한 일부 혈맹은 여기서 한술 더 떠 사냥터나 우두머리 몬스터를 무력으로 ‘통제’하고, 자기 혈맹원만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포인트 2│억울하면 과금하라

리니지2M에서 핵심 콘텐츠를 즐기려면 다른 이용자와의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따라서 내 캐릭터가 몬스터보다 강해도, 다른 캐릭터보다 약하다면 제대로 사냥을 하기 어렵다. 내 캐릭터의 ‘강함’을 가늠하는 척도에 절대 평가가 아닌 상대 평가가 적용된다는 얘기다. 억울하면 강해져야 한다. 강해지려면, 게임사에서 제공하는 과금 아이템을 구매하면 된다.

리니지2M은 강해지기 위한 모든 수단을 ‘구매’해야 하는 게임이다. 캐릭터의 장비뿐만 아니라, 레벨(Level)·기술·능력치까지 그 어떤 것도 공짜로 주어지는 것은 없다. 가격도 비싸다. 등급이 가장 높은 ‘전설 기술’을 획득하려면 확률상 1000만원이 넘는 돈을 투자해야 한다. 대신 기술을 손에 넣었을 때의 체감 효과도 그만큼 크다는 것이 이용자들의 설명이다.

고(高)과금을 부추기는 ‘컬렉션’이라는 콘텐츠도 있다. 특정 아이템을 등록해 컬렉션을 완성하면 일정한 능력치가 오르는 개념이다. 개별 컬렉션의 능력치 증가 폭은 크지 않지만, 수십 개가 쌓이면 넘을 수 없는 차이가 난다. 컬렉션에는 값비싼 장비에 유료 아이템도 들어가기 때문에 완성도를 높이려면 엄청난 과금이 필요하다. 4억5000만원에 팔리는 계정도 컬렉션을 100% 완성하지 못했을 정도다.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겠지만, 앞서 말했듯 리니지2M은 상대 평가가 작용하는 게임이다. 경쟁자가 하는데 내가 안 한다는 선택지는 애초부터 없다.

가장 악명 높은 과금 요소는 ‘아인하사드의 축복(아인)’이라는, 경험치와 아이템 획득 확률을 높여주는 소모성 유료 아이템이다. ‘리니지는 곧 레벨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니 아인은 필수 유료 아이템이다. 문제는 캐릭터가 경험치를 획득하는 만큼 아인이 소모된다는 점이다. 캐릭터가 많은 경험치를 획득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강하다는 의미이고 이는 곧 과금 역량이 높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용자의 주머니 사정에 맞춘 과금 시스템인 셈이다.


포인트 3│당신은 ‘투자’를 하고 있다

이렇게나 많은 과금을 요구하는 게임인데, 이용자들은 왜 떠나지 않을까. 엔씨소프트의 탁월한 ‘게임 내 경제 운영 능력’ 덕분이다. 일반적으로 게임 재화는 감가상각률이 높은 편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풀리는 재화의 양이 많아지고 신규 아이템이 추가되면 기존 아이템의 가치가 수직 하락하기 때문이다. 몇 달 전 과금한 1000만원은 지금 시점에서는 100만원의 가치도 안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리니지 시리즈에서는 게임 재화의 가치가 엄격하게 유지된다. 이용자들에게 게임에 과금하는 것을 ‘매몰 비용’이 아닌 ‘투자 비용’으로 인식시킨다는 것이다.

그래도 지속적인 과금에 지쳐 ‘그만해도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 때쯤에는 대규모 업데이트를 내놓는다. 강해질 동기를 계속 제공하는 것이다. 엔씨소프트는 공성전 콘텐츠를 오는 8월 추가하겠다고 밝혔다. 리니지의 공성전에서 승리한 혈맹은 각종 혜택에 더해 봉건 영주처럼 세금을 징수할 수 있는 권리가 생긴다. 전작인 ‘리니지M’에서는 성주(城主)에게 거래소 수수료의 1%가 배분됐다. 거래소에서 통용되는 화폐는 현금으로 충전하는 ‘다이아’다. 즉, 게임사의 매출을 일부 나눠 갖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야말로 과금 이용자의 가슴에 불을 지르는, 막대한 인센티브가 아닐 수 없다.

최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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