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은벨기에 루벤 가톨릭대 경영학 석사, 싱가포르 라살 예술대 동남아시아 현대미술사 과정, 전 유로클리어금융그룹 / 최영은 C막걸리 대표가 다양한 재료로 만든 막걸리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박순욱 조선비즈 선임기자
최영은
벨기에 루벤 가톨릭대 경영학 석사, 싱가포르 라살 예술대 동남아시아 현대미술사 과정, 전 유로클리어금융그룹 / 최영은 C막걸리 대표가 다양한 재료로 만든 막걸리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박순욱 조선비즈 선임기자

주니퍼베리, 라벤더, 꾸지뽕잎, 카카오닙스, 케일, 블루베리, 레몬그라스….

최근 서울 개포동에 막걸리 양조장을 차린 C막걸리 최영은 대표의 막걸리 레시피는 화려하다 못해 어지럽다. 막걸리의 필수 재료인 쌀과 누룩, 물은 당연히 들어간다. 하지만 주역은 따로 있다. 독특한 색상과 향을 내는 부재료가 C막걸리 제품의 차별화를 이룬다.

주니퍼베리를 넣어 기분 좋은 산미를 즐길 수 있는 ‘C막걸리 시그니처 큐베’, 동남아지역 허브인 레몬그라스가 들어가 매운 중국 사천 음식과도 잘 어울리는 ‘C막걸리 옐로우’, 카카오닙스와 진피(말린 귤껍질)를 넣어 초콜릿 케이크와 페어링되는 ‘C막걸리 브라운’ 등 6종의 C막걸리 하나하나가 예사롭지 않다. 제품들을 나란히 세워놓으면 무지갯빛이 연상될 정도다.

최영은 대표의 이력은 다채롭다. 대학 재학 중 벨기에 유학, 벨기에 현지에서 지금의 남편과 결혼 그리고 10여 년간 글로벌 금융회사 근무, 싱가포르에서 현대미술 공부도 했다. 해외 생활만 17여 년을 했다. 그런데 와인도 아니고 맥주도 아닌 전통술 ‘막걸리’를 만든다고 나선 이유는 또 뭘까?

“와인이나 수제 맥주도 좋아하지만, 생막걸리가 정말 맛있더라고요. 그런데 외국에서는 유통 기한이 긴 살균막걸리밖에 맛볼 수 없는 게 아쉬웠어요. 그래서 2012년 싱가포르에서 살 때부터는 서울에서 누룩을 가져가 직접 생막걸리를 담가 먹었어요. 외국에서 ‘나 먹자’고 독학으로 막걸리를 빚기 시작한 게 결국 강남 한복판에 양조장까지 차리게 된 겁니다.”

C막걸리 출발은 순조롭다. 워낙 소량인 탓이 크지만, 만들자마자 ‘품절의 연속’이다. ‘우리 매장에도 보내 달라’는 아우성도 들린다. 술 양조, 제품 홍보와 배달까지 ‘일인 다역’을 맡은 최영은 대표를 서울 구룡산 인근 도심형 양조장에서 만났다. 사무실을 겸한 시음실 인테리어도 똑 부러지는 ‘강남 스타일’이었다. 양조장 이름을 C막걸리라고 한 이유를 소책자에서 찾았다. Creative(창의적인), Colourful(다채로운), Cosmopolitan(세계적인).


C막걸리 제품에 쓰이는 재료들. ① 백미 ② 꾸지뽕잎 ③ 노간주나무열매(주니퍼베리) ④ 개똥쑥 ⑤ 카카오닙스 ⑥ 건포도 ⑦ 라벤더 ⑧ 레몬그라스 ⑨ 진피 ⑩ 누룩 ⑪ 블루베리 ⑫ 케일 ⑬ 당근 ⑭ 비트 루트 사진 C막걸리
C막걸리 제품에 쓰이는 재료들. ① 백미 ② 꾸지뽕잎 ③ 노간주나무열매(주니퍼베리) ④ 개똥쑥 ⑤ 카카오닙스 ⑥ 건포도 ⑦ 라벤더 ⑧ 레몬그라스 ⑨ 진피 ⑩ 누룩 ⑪ 블루베리 ⑫ 케일 ⑬ 당근 ⑭ 비트 루트 사진 C막걸리

다양한 부재료로 막걸리를 만든 계기는.
“양조장을 차리기로 마음먹은 후 처음으로 든 생각이 ‘순수 쌀막걸리는 이미 맛있는 제품이 차고 넘쳐 뒤늦게 내가 만들어봤자 시장에 먹혀들기 어렵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부재료로 막걸리의 색상과 향을 차별화한 제품을 시장에 내놓아야 가능성이 있다고 여겼다. 후발주자로서 당연한 전략이었다. 그런데 부재료를 넣은 막걸리나 술은 가양주를 빚었던 옛날에도 있었다. 거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면 어떨지 생각해봤다. 부재료를 하나 말고 둘을 첨가하면 향과 맛, 색깔이 얼마나 달라질까? 이런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집에서 부재료를 넣은 술을 담가보기 시작했다.”

C막걸리 개발 중 가장 애를 먹었던 부분은.
“부재료를 강조하는 막걸리이다 보니, 레시피 개발 과정에서 가장 애를 먹었던 것은 부재료의 함량이었다. 향이 들어가는 재료 하나, 색상과 질감을 내는 자료 하나, 우선 이렇게 조합을 찾는 게 관건이었다. 주된 재료는 물론 쌀이고 나머지 부재료가 제품별로 두 개씩 들어간다. 적절한 부재료 배합 비율을 찾는 게 무척 어려웠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야 하기 때문에 당연한 고충이었다고 생각한다. 옛날 문헌도 꽤 도움이 됐다. 꾸지뽕을 넣은 C막걸리 레드는 연잎주 레시피를 참조했다. 예를 들어, 연잎주의 경우 고소하면서도 쌉싸름한 향이 나는 풀을 침출해서 술을 담근다는 레시피가 나와 있는데, 어느 정도의 비율로 시작하는지를 이 문헌에서 참조할 수 있었다.”

7월에 정식으로 술을 출시하기 시작한 C막걸리 제품은 현재 총 6종이다. 맛에 따라 3개의 카테고리에 2종씩 분류하고 있다. 상큼 라인(술맛이 상큼한 막걸리)에 C막걸리 시그니처 큐베, C막걸리 퍼플이 있다. 퍼플에는 블루베리와 라벤더를 넣었다. 최 대표는 “허브향이 느껴져 지중해 음식과 잘 어울린다”라고 했다.

드라이 라인(달지 않은 술)에는 C막걸리 옐로우, C막걸리 레드가 있다. 태국산 허브인 레몬그라스를 넣은 옐로우는 동남아 음식과 잘 어울린다. 그리고 달콤 라인(다소 단맛이 도드라지는 막걸리)에는 C막걸리 그린과 디저트와 궁합이 잘 맞는 C막걸리 브라운이 있다.

6종 모두 알코올 도수 12도. 일반 막걸리의 두배다. 500㎖ 한 병에 1만6000원. 색상과 맛도 그렇지만, 가격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임대료 비싼 강남에 양조장을 차린 이유는.
“어차피 ‘규모의 경제’를 추구할 수 없는 소규모 양조장이고, 특이한 술을 소량으로 만들어 판매할 것이기 때문에 판매처가 많은 강남에 양조장이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옛날에는 동네마다 양조장 한두 개씩 있는 동네 양조장 문화가 있었다. 그런데 서울에는 임대료 탓이겠지만 양조장이 별로 없다. 이곳 개포동도 이전에는 다 밭이었을 테고 그 당시에는 이 근처 어딘가에 동네 양조장이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문화적으로도 동네 양조장의 의미를 되살리고, 강남의 다이내믹한 이미지를 담아서 술을 만들고 싶었다.”

막걸리 한 병에 1만6000원, 가격이 착하지 않다.
“출고가가 비싼 이유는 제조 원가가 높은 탓도 있지만, 제조 원가 외에도 임대료를 포함한 고정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소규모로, 그것도 임대료가 가장 비싸다는 서울 강남에서 만들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소량 생산, 임대료 부담, 비싼 부재료 등이 가격을 높였다. 규모의 경제를 할 수 없는 형편이라 더 그렇다. 지금은 다소 모험 같은 술을 번갈아 출시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수요가 늘어나 생산량이 많아지면 가격을 내릴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