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호열 성균관대 신문방송학 / 사진 이소연 기자
임호열
성균관대 신문방송학 / 사진 이소연 기자

“띵똥, 배달의 민족!”

배달 음식 주문이 아니다. 매주 목요일 아침 기자의 이메일함을 똑똑 두드리는 건 치킨이 아니라 뉴스레터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배달의 민족’은 뉴스레터 구독자를 ‘배짱이(배달의 민족을 짱 좋아하는 이들의 줄임말)’라 부르며 마치 친구에게 편지 보내듯이 편안한 말투로 매주 글을 발송한다.

기존의 광고나 소식지와는 다르다. 지난 9월 자사 앱에 채식 카테고리를 만들었을 땐, 뉴스레터에 채식주의자로 유명한 가수 요조에게 채식 생활에 대한 생생한 경험담을 받아 일러스트와 함께 발송했다. 자사 마케터들을 ‘당근’과 ‘가지’로 칭하며 이들이 채식 서비스를 열면서 겪었던 마케팅 관련 비하인드 스토리를 소개하기도 했다. 에디터들이 맥주, 김밥 등 음식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풀어 쓴 수필을 ‘먹고 사는 이야기’로 보내주기도 한다.

이 때문에 뉴스레터를 구독하는 ‘배짱이’들은 배달의 민족 서비스 이용 여부와 관계없이 재미있는 에세이를 읽고 싶어 하는 독서광들이나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들, 마케팅에 관심이 있는 직장인들이다.

인터넷 은행 ‘토스’ 역시 매주 금요일 금융 정보를 소개해주는 뉴스레터를 보내고 있다. 대학생 구독자에게는 “어릴 때 돈에 대해 배워본 적이 있으신가요?”라며 ‘종잣돈 만드는 3가지 전략’을 다룬 글을 보내준다. 경제 관련 코칭을 진행하는 외부 필진에게 글을 받아 주택청약종합저축 통장 관련 내용을 소개하기도 한다. 토스 뉴스레터 구독자 역시 해당 서비스 사용 여부를 떠나 저축 등 금융에 관심 있어 하는 사람이 다양하게 있다.

배달의 민족과 토스 뉴스레터의 공통점은 맞춤형 이메일 뉴스레터 솔루션 기업인 ‘스티비’의 소프트웨어를 거쳐 제작·발송된다는 것이다. 스티비는 기업이 쉽게 뉴스레터를 프레젠테이션(PPT)처럼 작성하게 해주는 기업용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별도의 코딩이나 디자인 기술이 없는 사람도 간편하게 뉴스레터를 만들 수 있다. 이메일 대량 발송 자동화나 이메일 도달률 등 구독자 관리 도구 역시 제공한다. 현재 총 1900곳이 유료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총 8억 건에 달하는 뉴스레터를 발송했다.

스티비는 지난 6월 옐로우독과 소풍벤처스 등으로부터 초기 단계(시드)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해외에서도 뉴스레터 마케팅이 주목받는 가운데, 비즈니스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를 소유한 기업 ‘인사이더’가 밀레니얼 세대를 대상으로 비즈니스와 마케팅 등 소식을 전하는 뉴스레터 기업 ‘모닝브루’의 대지분을 인수하겠다고 10월 29일(현지시각) 발표했다. 모닝브루의 기업 가치는 무려 7500만달러(약 850억원)에 달한다.

‘이코노미조선’은 11월 6일 임호열 스티비 대표를 서울 신당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삼성전자에서 소프트웨어 서비스 기획 업무를 하던 임 대표는 대학 시절부터 친분이 있던 임의균 스티비 대표가 창업한 디자인 에이전시 슬로워크에 입사해 사내에서 육성하던 스티비 솔루션 업무를 맡았다. 이후 2019년 분사해 현재 관계사가 된 스티비를 이끌고 있다.


스티비의 편집 툴을 활용해 별도의 코딩이나 디자인 작업 없이도 뉴스레터를 만들 수 있다. 사진 스티비
스티비의 편집 툴을 활용해 별도의 코딩이나 디자인 작업 없이도 뉴스레터를 만들 수 있다. 사진 스티비

이메일은 오래전에 등장했다. 소셜미디어의 시대에 왜 다시 주목받고 있나.
“소셜미디어와 커뮤니티 등을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뿌려지는 과도한 광고 노출에 대한 소비자의 피로감이 누적됐다. ‘나는 친구 소식을 듣고, 맛집 사진을 보려고 들어왔는데 또 광고야’라고 불만을 표출하며 광고를 넘기는 사람이 많다. 반대로 뉴스레터는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는 이메일함에서, 이메일을 열겠다고 스스로 선택한 고객에게 그들이 원하는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한다. 또한 구독자를 ‘ㅇㅇ님’으로 지칭해주며 충성고객과 끈끈한 유대관계를 유지하고, 해당 분야에 관심이 많은 잠재적 고객에게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형성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무분별하게 노출되는 소셜미디어 마케팅의 보완책 역할을 한다.”

일반 광고와 달리 개인화된 광고인가.
“그렇다. 이메일 제목과 본문에 고객의 이름을 넣어 발송하면 이메일을 열어보는 비율이 20% 가까이 높아진다. 기업이 보낸 내용이라도 원하는 정보나 흥미로운 내용이 있으면 완독률도 높다.”

충성고객 생성과 완독률도 중요하지만, 결국 광고는 파급력 큰 게 좋은 거 아닌가.
“맞다. 소셜미디어 등을 통한 바이럴(입소문) 광고가 분명 다수의 일반 대중에게 브랜드를 확산하는 데에는 훨씬 유리하다. 그러나 스티비를 찾는 기업 고객들은 플랫폼을 통한 광고는 기업 입장에서 효용성뿐 아니라 안정성도 다소 미흡한 측면이 있다고 말한다. 과거 싸이월드처럼 자금을 투입한 플랫폼이 사라지기도 하고, 페이스북처럼 광고 정책의 변동성 때문에 알고리즘이 변화할 때마다 광고 전략을 계속 수정해 큰 비용이 발생하기도 한다. 플랫폼은 너무나 많고, 변화무쌍하다. 이 때문에 플랫폼에 의존하지 않는 마케팅 전략을 찾는 것이다.”

일종의 ‘D2C(Direct To Consumer·소비자 직거래)’ 전략인가.
“그렇다. 플랫폼 의존적이지 않은 1 대 1 소통 수단인 이메일 고유의 특성이 정보 과잉 시대에서 구독경제 열풍과 함께 다시 주목받는 것이다. 억지로, 원하지 않는데 보게 되는 광고가 아니라 소비자가 직접 기업에 요청해 보는 고품질 광고다.”

그렇다면 스티비는 플랫폼이 아니라는 것인데, 뭐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우리 팀은 매일 스스로 ‘우리는 도구다’라는 말을 끊임없이 되뇐다. 우리는 우리의 고객인 기업들이 그들의 고객과 더욱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있게 도와주는 소프트웨어 툴(도구)이다.”

현재 수익 모델은 무엇인가.
“대부분의 SaaS 기업과 동일하게 스티비 역시 월 사용료를 기반으로 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이메일 구독자 수 2000명 이하의 뉴스레터는 월 2회까지 무료로 배송해준다. 이후 2001~5000명은 월 2만9000원, 5001~1만 명은 월 3만9000원, 1만1~2만5000명은 9만9000명 등으로 사용량에 따라 추가 과금된다.”

어떤 기업들이 주 고객층인가.
“스타트업이나 비영리단체 고객이 많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별도의 전문 인력 없이도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스타트업은 MZ 세대(밀레니얼+Z세대: 1981~2004년생)의 충성고객을 만들기 위해 새로운 마케팅 시도를 많이 하며, 비영리단체는 일반 기업보다도 고객과 ‘신뢰’를 형성해야 할 필요성이 더 크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LG U+, SKT, 한화테크윈, CJ ENM, 네이버 등 전사 차원에서는 아니더라도 특정 부서에서 스티비를 사용하고 있는 대기업도 많다.”

앞으로의 목표는.
“앞서 말했듯이, ‘도구’ 역할에 집중할 것이다. 해외에는 ‘서브스택’ 같은 뉴스레터 플랫폼이 아예 네이버 뉴스처럼 글을 한곳에 모아서 보여주는 플랫폼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가져가고 있고, 모닝브루도 광고 수익 비중이 높다. 그러나 스티비는 우선 도구로서의 본래 목표에 충실하며 기업이 독자적으로 고객과 소통할 수 있는 믿음직스러운 ‘입’이 되고자 한다.”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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