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훈 건국대 국제무역학과, 전 CJ프레시웨이 MD, 한국막걸리협회 초대 사무국장 / 이승훈 백곰막걸리 대표가 인기 전통주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박순욱 조선비즈 선임기자
이승훈 건국대 국제무역학과, 전 CJ프레시웨이 MD, 한국막걸리협회 초대 사무국장 / 이승훈 백곰막걸리 대표가 인기 전통주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박순욱 조선비즈 선임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2020년 내내 극성을 부렸음에도 불구하고 전통주 시장은 위축되지 않았다. 작년 11월 마지막 주부터 사회적 거리 두기 시행으로 영업시간을 밤 9시로 제한받은 전통주점은 매출이 줄었지만, 홈술(집에서 술 마시기) 트렌드 확대로 온라인을 통한 전통주 판매는 오히려 늘었다. 술 구독 서비스 같은 정보기술(IT) 기반의 새로운 플랫폼이 자리를 잡아간 ‘원년’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작년에 전통주점에서 가장 많이 팔린 술은 어떤 제품일까. 300여 종의 전통주을 취급하고 있는 국내 최대 전통주 전문점인 백곰막걸리에서 작년 한 해 가장 많이 팔린 술(금액 기준)은 양산 이화백주(막걸리)였다. 약주 부문에서는 제주 명인 오메기맑은술이 가장 많이 팔렸으며, 증류식 소주(리큐르 포함) 중에서는 서울의밤이 판매 1위를 차지했다. 이화백주는 3년 연속 막걸리 부문 1위와 술 전체 종합 1위 자리를 지켰다. 백곰막걸리는 전년도의 전통주 판매 순위를 매년 초에 발표한다.

2020년은 코로나19가 1년 내내 전국을 강타했고, 전통주점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외식을 자제하자는 사회적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법인카드 사용자, 40대 이상 장년층 방문이 줄었다. 반면 20대 젊은 고객은 오히려 늘었다. 백곰막걸리 이승훈 대표는 “2020년은 가격대가 비교적 저렴한 술이 상대적으로 많이 팔린 것이 예년과 다른 점”이라고 말했다.

백곰막걸리 판매 순위가 실제 전국의 전통주 판매 순위와 일치하지는 않는다. 가령 국내 막걸리 판매 1위인 장수막걸리는 백곰막걸리에서는 아예 취급하지 않는다. ‘무감미료 막걸리’로 요즘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느린마을막걸리 역시 판매하지 않는다. 다만 가장 많은 전통주를 취급하는 백곰막걸리의 판매 순위를 통해 전통주 트렌드를 어느 정도 가늠해볼 수 있다.


작년에 가장 많이 팔린 막걸리는.
“양산 이화백주와 울산 복순도가 손막걸리가 1·2위를 차지했다. 이들 막걸리는 탄산이 들어간 ‘스파클링 막걸리’이며 나머지 막걸리는 탄산이 도드라지지 않는다. 경남 양산의 이화백주는 그해 도정한 햅쌀과 천연 효모인 누룩으로 발효해 저온 숙성시킨 프리미엄 탄산 탁주다. 탁주와 스파클링이 만난 맛이라고 할 수 있다. 스파클링 막걸리의 원조인 복순도가 손 막걸리는 탄산이 강해 청량미가 도드라지며, 단맛보다는 산미가 강해 여름 풋사과를 먹는 듯한 느낌이다. 주목할 술은 3위를 차지한 서울 나루 생막걸리다. 2019년 하반기에 출시한 신생 막걸리로서, 무감미료 막걸리이면서 대중적인 6도, 프리미엄 막걸리보다는 저렴한 가격 등으로 ‘틈새시장’ 공략에 성공한 경우다.”

약주 부문 1위를 차지한 제주 명인 오메기맑은술은 어떤 술인가.
“오메기는 좁쌀을 일컫는 제주 방언으로, 좁쌀을 누룩과 함께 발효시켜 윗부분의 맑은 술만을 떠내 숙성시킨 술이다. 일체의 첨가물 없이 빚은 술로서, 달콤한 맛과 천연의 과일 향이 나는 약주다. 이 술의 정체성은 산미(신맛)에 있다. 습한 제주도에서 발효 과정을 거친 술은 육지 술보다 전체적으로 신맛이 강하다. 그러나 오메기맑은술은 이전보다는 신맛을 줄여 술안주와 무난하게 먹도록 했다. 단맛과 신맛이 적절하다는 평이 많다. 신맛을 꺼리지 않는 술꾼이 좋아하는 술이기도 하다.”

코로나19 영향인지 소주 부문에서도 착한 가격대 제품이 많이 팔렸다.
“증류식 소주 부문에서는 지난해에 서울의밤(1위), 이강주 25도(2위), 화요 25도(3위), 일품안동소주 17도(4위), 삼해소주 45도(5위), 명인 안동소주 22도(6위)등의 순으로 많이 판매됐다. 서울의밤은 2019년 6위에서 지난해 1위로 점프했다. 매실원주 증류액에 진원료인 노간주 열매(주니퍼베리)를 첨가해 실시한 ‘한국의 진’ 마케팅도 주효했다. 화요·일품진로 등 고가 소주 시장을 겨냥했다. 알코올 도수 25도, 375mL이면서도 화요보다 가격은 40%가량 낮게 책정했다. 레몬을 넣은 칵테일로도 인기다.”

주점의 코로나19 피해는 어느 정도인가.
“최근 밤 10시로 영업 제한이 다소 완화됐지만, 영업시간 제한이 주점으로서는 치명적이다. 밤 9시까지 영업을 제한한 이후 매출이 이전 대비 80% 정도 줄었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영업시간 제한을 하기 전에는 매출이 별로 줄지 않았다. 그런데 9시까지로 제한하자마자 80%가 빠졌다. 백곰막걸리가 평소에는 월 1억5000만원 정도 매출이 발생하는데 지난해 12월의 경우 영업시간을 제한하자 월 매출이 3000만원에 그쳤다. 한 달 인건비인 4000만원에도 못 미쳤다. 80%인 1억2000만원이 줄어든 것이다.”

자영업자에게 영업시간 제한이 미치는 영향은.
“급여 생활자의 경우 회사의 부도나 해고 등으로 급여를 못 받게 될 수는 있겠지만, 돈을 내놔야 하거나 뺏기는 경우는 거의 없다. 반면 자영업은 영업시간을 줄이거나 매출이 거의 없더라도 인건비·임대료 등 고정 지출이 적지 않다. 영업시간 제한은 그래서 자영업자에게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확산의 주범이라는 아무런 증거도 없이 식당은 피해를 강요당하고 있다.”

박순욱 조선비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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