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정 김앤장 변호사 고려대 법학, 사법시험 39회, 사법연수원 29기, 전 서울지방법원 판사, 전 특허법원 판사 / 사진 김앤장법률사무소
박민정 김앤장 변호사
고려대 법학, 사법시험 39회, 사법연수원 29기, 전 서울지방법원 판사, 전 특허법원 판사 / 사진 김앤장법률사무소

젤 레졸루션 7 노박(GEL-RESOLUTION 7 NOVAK), 코트 FF 노박(COURT FF NOVAK). 테니스 애호가라면 한번쯤은 들어봤을 듯한 이 상표명은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아식스코리아(이하 아식스)가 2018년 3월 출시한 남성용 ‘노박 테니스화’ 시리즈다. 2019년 US오픈 때 노박 조코비치가 직접 젤 레솔루션 시리즈를 신어 화제가 됐고, 아식스 역시 노박의 활동적인 느낌을 담아 상품을 적극 홍보했다.

그런데 NOVAK과 동일한 이름의 (테니스화) 상표권을 보유한 A씨가 나타났다. 그는 실제 2011년 3월에 이미 NOVAK이라는 상표명에 대한 등록을 마친 상태였다. 상표권자이자 스포츠용품 제조판매 업자인 A씨(법무법인 한남)는 2019년 8월 아식스를 상대로 “NOVAK 표시 사용은 (자신의) 상표권 침해”라며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처럼 타인의 등록상표와 유사한 표장을 이용한 경우, 상표권 침해에 해당될까, 안 될까.


상표 “외양 비슷하지만 ‘사용 태양’ 달라”

‘상표권 침해’가 성립되려면 상표 사용자가 출처표시로서 해당 상표를 사용해야 한다. 출처표시는 상표를 봤을 때 ‘이게 어디 제품이구나’라고 인지하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면 실제 출처표시로 사용되고 있는지 여부를 따지려면 대법 판례에 따라 단순히 상표가 유사하거나 동일하다는 외양뿐만 아니라 △표장과 상품과 관계 △해당 표장의 사용 태양(상품 등에 표시된 위치나 크기 등) △상표의 주지, 저명 △사용자 의도와 사용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실질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이에 아식스를 대리한 김앤장법률사무소(이하 김앤장)는 해당 제품의 실제 ‘사용 태양’을 구체적인 증거 자료를 통해 반박했다. 단순히 NOVAK이라는 이름만 사용한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상품 홍보 과정에서 노박 조코비치 선수와 협약하에 이뤄졌고 소비자들에게도 이 점을 적극 알렸다는 점을 피력한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노박 조코비치 선수와 아식스 간 협업계약서를 제출했고 그 무렵 배포된 기사 등도 모았다. 아식스가 당시 오프라인 매장과 인스타그램 등 온라인에서 해당 제품을 홍보한 자료도 최대한 수집했다. 또 나이키 등 다른 제품을 예로 들며, 스포츠용품 업계 거래 관행상 글로벌 스포츠 스타들과 일반적으로 이뤄지는 계약 형태라는 점을 부각했다.

사건을 맡은 박민정(사법연수원 29기) 변호사는 “매장에 노박 선수 사진이 크게 걸려 있는 모습 등 증거를 통해 소비자들이 딱 봤을때 ‘아 노박 조코비치 선수 이름 걸고 하는구나’를 알아볼 수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면서 “해당 상표를 아식스가 출처표시로 사용하지 않고 상호 간 협업하에 이뤄진 마케팅 차원의 일환이었다는 우리 측 주장을 1심 재판부가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아식스코리아의 NOVAK 테니스화 제품의 광고 이미지. 사진 아식스코리아
아식스코리아의 NOVAK 테니스화 제품의 광고 이미지. 사진 아식스코리아

헬로키티가 한몫한 ‘항소심 승소’

항소심은 만만치 않았다. A씨 측은 대법 판례상 특정 상표가 제품 자체 기능이나 내용을 설명하기 위한 것(설명적 사용)일 때 “상표로 사용된 것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NOVAK 상표는 기능이나 내용과는 상관없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A씨 측은 “특정 상품과 이름이 동일한 사람과 협업계약을 체결하기만 한다면 그 어떤 상표도 상표권 침해 가능성을 회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냐”라며 “대기업이기만 하면 아무나 유명한 사람의 이름을 가져다 써도 되냐”고 따졌다.

이에 김앤장은 일단 ‘상표적 사용이 아니다’라고 인정한 대법 판례를 최대한 모았다. 이른바 대장금-헬로키티 사건과 EBS 교재 사건이 대표적이다.

헬로키티 사건은 국내에서 헬로키티 캐릭터를 상품화할 수 있는 독점권을 부여받은 회사가 자신이 운영하는 홈페이지에서 헬로키티 캐릭터가 부착·표시된 상품의 이미지 바로 아래 상품 이름 앞에 대장금, 주몽이라는 표장을 표시한 사건이다. 등록상표인 대장금과 주몽의 상표권자인 방송사 등의 상표권을 침해하는지 여부가 문제가 됐는데, 대법은 해당 표장이 “상표로서 사용됐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부착된 표식은 대장금, 주몽을 형상화한 것임을 안내·설명하기 위한 것일 뿐 상품의 식별표지로서 사용됐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EBS 교재 사건은 학원 교재에 EBS 상표를 임의로 부착한 데 대해 대법이 “전체적으로 교재의 출처가 학원으로 인식된다면 학원 교재에 EBS 표시를 한다고 해도 상표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사건이다.

즉 두 사건 모두 △해당 표장이 상표로서 사용됐다고 볼 수 없고 △이에 따라 출처표시로 사용됐다고 볼 수 없는 사례들로, 김앤장은 이 사건에서 NOVAK 역시 상품의 식별표지로 사용된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특히 김앤장은 무엇보다 소비자들이 NOVAK 테니스화를 A씨 측 제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 소비자들이 노박 조코비치 선수와 협업에 의한 제품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블로그 댓글 등 수많은 인터넷 증거를 수집했다. 박 변호사는 “당시 아식스뿐만 아니라 아디다스도 노박 선수와 협업 제품을 홍보하고 있었다. A씨 측 주장대로라면 NOVAK이라는 동일한 상표에 따라 혼동돼야 하는데, 소비자들은 너무나 확연하게 ‘이건 아디다스 운동화, 이건 아식스 운동화’를 구분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결국 항소심 재판부도 “보통 운동화가 아니라 테니스화를 구매하려는 수요자라면 NOVAK이라는 표시에서 당연히 노박 조코비치를 떠올릴 것으로 보이는 점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상품 출처에 관해 오인·혼동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A씨는 기간 내 상고이유서를 제출하지 않아 사실상 상고를 포기했다.


“글로벌 기업·유명인 상표 판단 사례 드물어”

박 변호사는 특허법원 판사로 퇴직하기 전까지 13년간 서울중앙지법 등에서 판사로 재직했다. 이후 김앤장에 합류해 국내외 기업의 민형사 송무와 특허·상표 등의 지식재산권 및 영업비밀, 부정경쟁과 관련해 수준 높은 법률 자문을 하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에 매우 많은 부정경쟁법 상표 사건이 있지만 ‘상표로 사용되지 않았다’ ‘상표적 사용이 아니다’라고 판례로 인정된 경우가 손에 꼽힐 정도로 매우 적다”면서 “특히 유명인과 협업계약하에 사용된 상표가 과연 상표적 사용인지 아닌지 판단한 사례는 거의 없다. 영미 계통뿐만 아니라 일본 측 판례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사례는 △이미 최근 유명인 사이에서 자신의 이름과 관련된 상표를 등록하는 추세가 강해졌다는 점 △상표만 같아선 안 되고 사용 제품(이 사건 테니스화)도 동일해야 하는 등 모든 조건이 맞아야 소송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찾기 어려운 경우로 꼽혔다.

박 변호사는 “글로벌 기업의 경우 유명인과 계약 시 말그대로 ‘글로벌리’하게 계약한다. 즉, 특정 국가의 어떤 상표가 있고 그것이 동일한지 등을 일일이 검색하고 계약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상표권 리스크’가 늘 있기 마련인데 이번 판결로 상표권 침해 판단에 대한 기준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는 점에서 기업 입장에서 관련 리스크가 상당히 줄었다고 봐야 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미호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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