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브랜드의첫 전기차 ‘미니 일렉트릭’. 사진 미니
미니 브랜드의첫 전기차 ‘미니 일렉트릭’. 사진 미니

독일 BMW 산하 브랜드 미니(MINI)는 귀여운 디자인과 레이스용 작은 자동차(카트)를 모는 것 같은 느낌, 이른바 ‘고카트(go-kart) 필링’이라는 주행감으로 정체성이 매우 강한 브랜드다. 특히, 투박하지만 가속과 감속 반응이 즉각적이고 노면에 바짝 붙어 주행하는 것처럼 접지력이 좋은 미니의 주행 질감은 전 세계에 상당한 마니아층을 만들 정도다. 미니가 지향하는 고카트 필링을 생각하면 화석연료를 태워 차를 움직이는 내연기관차보다 가속 페달에 즉시 전력을 공급하는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가 더 적합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고 미니의 첫 전기차 ‘미니 일렉트릭’을 시승했다.

엔진보다 무거운 배터리를 장착했지만 미니 일렉트릭은 그동안 미니가 지향하는 주행감을 상당히 유지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최대 출력이 184마력, 최대 토크가 27.5㎏.m인데, 차체가 작아 주행 중 힘이 부족하다는 느낌은 없었다. 코너링 성능도 좋았다. 기존 내연기관 모델보다 무게중심이 낮다는 것은 코너링 성능을 높여주는 요소다. 다만 속도를 내면서 달릴 때 경쾌함이 다소 떨어지는 점은 아쉬웠다. 스티어링 휠은 이전 미니 모델과 마찬가지로 다소 뻑뻑했다. 미니 브랜드 관계자는 “전기차 특성에 맞춰 최적화한 ‘다이내믹 스태빌리티 컨트롤(DSC)’ 시스템을 적용해 가속 즉시 발휘되는 전기 모터의 높은 토크를 안정적으로 손실 없이 전달한다”고 설명했다.

미니 일렉트릭 옆모습(왼쪽)과 뒷모습(가운데), 내부. 사진 연선옥 기자
미니 일렉트릭 옆모습(왼쪽)과 뒷모습(가운데), 내부. 사진 연선옥 기자

디자인은 큰 틀에서는 그동안 미니 모델들의 디자인 유산을 계승하고 있다. 동시에 차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전기차로의 이행을 강조하기 위한 상징적인 요소를 곳곳에 심어 넣었다. 대부분의 완성차 브랜드는 짧으면 3~4년, 길면 6~7년 주기로 각 모델의 디자인을 바꾼다. 시시각각 달라지는 소비자 취향을 반영해 디자인에 변화를 주는 것인데, ‘세대 변경’이라고 표현할 만큼 완전히 다른 차로 변모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체성이 강한 일부 브랜드는 오랜 시간 유지해온 디자인을 거의 그대로 적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대표적인 예가 미니다. 미니는 날카로운 모서리 없이 둥글둥글한 라인과 동그란 헤드램프 등 귀여운 느낌의 디자인 요소, 연비를 고려한 작은 차체가 특징이다. 1959년 공개된 첫 모델과 60년이 지난 지금 모델이 크게 다르지 않다.

‘미니 쿠퍼 S’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미니 일렉트릭은 3도어 해치백 모델로, 차 길이(전장)가 3850㎜다. 기아의 경차 ‘레이(3595㎜)’보다 길고, 현대차의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코나(4205㎜)’보다는 짧다. 다만 높이(전고)가 1430㎜로 낮아 밖에서 봤을 때 차체가 훨씬 작다는 느낌이 든다.

전면에는 엔진 내부 열을 식혀주는 그릴을 없애는 대신 미니 고유의 육각 라인(검은 하이글로스 테두리)을 넣었고, 장난스러운 느낌의 원형 LED 헤드라이트가 적용됐다. 사이드미러는 노란색이다. 영국 국기 모양이 들어간 후면 램프와 독특한 디자인의 휠도 미니 브랜드의 정체성을 강조한다.

실내에도 귀엽고 동화 같은 느낌을 주는 디자인 요소가 많다. 스티어링 휠 뒤에 디지털 계기판은 타원형이고, 중앙 센터페시아(대시보드 중앙에서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있는 컨트롤 패널 보드)는 원형이다. 스타트 버튼은 센터페시아 아래 중앙에 큰 토글 스위치 형식이다. 시동을 켜면 주행 정보를 전면 유리창에 반사해 보여주는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올라온다. 실내 온도를 조절하는 공조 설정은 다이얼식이라 편했는데, 아래 토글 형식으로 있는 주차 후방 경고 설정이나 주행 모드 변경 버튼은 직관성이 좀 떨어진다.

미니 일렉트릭이 출시된 이후 소비자 사이에서는 “이 모델은 감성으로 타는 차”라는 말이 나왔는데, 이는 이중적인 평가다. 다른 브랜드는 주지 못하는 미니만의 감성을 즐기는 데 차별성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감성 외 다른 부분의 경쟁력은 없다는 뜻으로도 해석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니 일렉트릭은 지금까지 나온 다른 전기차와 비교해 주행 거리나 적재 공간의 경쟁력이 매우 떨어진다.

먼저 출시된 푸조의 소형 전기 해치백 ‘e-208’이 환경부에서 인증받은 1회 충전 거리가 244㎞인데, 32.6㎾h 리튬이온배터리가 탑재된 미니 일렉트릭은 이보다 더 짧은 159㎞다. 실제로는 서울에서 이천까지 왕복 140㎞ 구간을 시승하고 난 뒤에도 50㎞를 더 달릴 수 있다고 나왔지만, 다른 모델과 비교하면 주행 거리가 매우 짧다. 기온이 낮아져 주행 거리가 더 짧아지는 겨울에는 100㎞ 안팎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충전 속도가 빠른 것도 아니다. 급속 충전을 이용해도 80%까지 충전하는 데 35분이 걸린다.

내부 공간의 여유도 적다. 성인의 경우 뒷좌석에 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트렁크 기본 적재 공간은 211L 정도다. 장바구니나 책가방 두 개를 나란히 넣으면 꽉 찬다. 뒷좌석 등받이를 접으면 최대 731L까지 적재 공간이 확보된다고 하지만, 골프백은 싣기 어렵다. 사회 초년병의 첫 차로, 혹은 도심 주행용 세컨드 카로 소비층이 한정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미니 일렉트릭은 지난해 1월부터 지금까지 올해 연간 예상 판매의 90%인 700대가 계약됐다.

미니 일렉트릭은 ‘클래식’과 ‘일렉트릭’ 두 가지 트림으로 출시되며, 클래식 트림에는 후방 충돌 경고, 앞좌석 열선 시트, 후방 카메라 등 안전·편의사양과 애플 카플레이 무선 연결 기능이 기본 제공된다. 상위 트림인 일렉트릭에는 정면충돌 경고 기능, 보행자 접근 및 차선 이탈 경고 기능을 포함한 주행 보조와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 헤드업 디스플레이, 주차 보조 등 고급 편의 사양이 추가로 적용된다.

가격은 클래식 트림이 4560만원, 일렉트릭 트림이 4990만원이다. 클래식 트림의 경우 국고·지자체 보조금을 받으면 서울에서 3825만원(부가세 포함, 개별소비세 3.5% 적용)에 구입할 수 있다.

연선옥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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