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쌍용건설 본사 전경. 사진 쌍용건설
서울 송파구 쌍용건설 본사 전경. 사진 쌍용건설
글로벌세아를 새 주인으로 맞을 예정인 쌍용건설이 건설 명가(名家)의 재건을 꿈꾼다. 과거 재계 5위권이던 쌍용그룹의 주력 계열사 중 하나였던 쌍용건설은 도급 순위(현재 시공능력 평가순위) 기준 건설 업계 7위까지 했던 전통 있는 건설사다. 글로벌세아의 인수가 마무리되면, 쌍용건설은 추가로 확보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국내외 업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최근 쌍용건설은 글로벌세아가 쌍용건설에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하고 조만간 기업 실사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글로벌세아는 섬유 및 의류 제조업에 주력하는 세아상역을 주요 자회사로 둔 지주사다. 양측은 이르면 오는 7월 말 주식매매계약(SPA)을 목표로 협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거래 대상은 두바이투자청(ICD)이 보유한 쌍용건설 지분이다. ICD는 지난 2015년 1월 쌍용건설 인수 당시 지분 94.13%를 확보하며 쌍용건설의 최대 주주가 됐다. 이후 잔여 지분을 확보하면서 지분율을 99.95%까지 높였다.


자금 수혈까지 챙긴 이례적 인수 조건 “재도약 발판”

건설 업계에서는 글로벌세아와 ICD의 합의 사항이 이례적이라고 평가한다. 글로벌세아는 ICD의 보유 지분을 인수하는 것과 별도로 인수 금액보다 큰 금액을 추가로 유상증자한다는 원칙에 합의했다. 글로벌세아가 쌍용건설이 발행하는 신주를 매입하면, 그만큼 쌍용건설은 추가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건설 업계 한 관계자는 “보통 한 기업의 매각이 이뤄지면, 매도하려는 사람은 이전에 인수한 금액보다 더 비싼 가격에 팔고자 하고 매수하려는 사람은 더 싼 가격에 사고자 한다”면서 “최근까지도 쌍용건설에 자금을 지원했던 ICD가 포트폴리오 재구성 과정에서 쌍용건설 지분을 매각하면서 쌍용건설의 미래까지 고민해준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했다. 이 과정에는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그룹 오너가 출신인 김 회장은 쌍용그룹이 해체된 이후에도 쌍용건설 경영을 맡아 직접 글로벌 수주전을 지휘하며 이끌고 있다. 중동과 싱가포르 등 주요 시장에서는 여전히 김 회장의 영향력이 상당한 상황이다. 김 회장이 쌍용건설이 재도약할 기틀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매각 과정에서도 큰 역할을 한 것이다.

이번 매각이 마무리되면, 쌍용건설의 재무구조는 한층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쌍용건설의 실적은 좋지 못한 편이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쌍용건설은 지난해 매출액 1조4016억원, 영업손실 1108억원, 당기순손실 116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3.22% 감소했다.

쌍용건설의 최대 주주가 민간 기업이 된 것에 대해서도 긍정적 평이 나온다. 쌍용건설은 1998년 쌍용그룹 해체 이후 줄곧 안정적인 수익처를 찾는 대주주를 맞이했다. 지난 2002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2015년 국부펀드인 ICD 등이다. 쌍용건설이 민간 기업을 대주주로 맞이한 건 쌍용그룹 시절 이후 약 24년 만이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공기업 성격의 대주주를 두면서 금융위기, 코로나19 상황 등의 외부 환경 변화에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웠다”면서 “글로벌세아의 인수가 마무리되면 과거보다 공격적인 시장 진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쌍용건설이 싱가포르에 지은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 쌍용건설
쌍용건설이 싱가포르에 지은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 사진 쌍용건설

업역 다른 두 회사의 결합 ‘윈윈’ 기대

건설 업계에서는 주력 업종이 다른 글로벌세아와 쌍용건설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세아그룹은 세계 최대 의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제조업자개별생산(ODM) 수출 업체 세아상역을 기반으로 의류, 플랜트, 제지 등 여러 사업 분야에 걸쳐 10여 개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그룹 건설 계열사 간 시너지가 예상된다. 글로벌세아는 국내외 오일 및 가스 시설, 발전소, 신재생 에너지 EPC(설계·조달·시공) 사업에 강점이 있는 세아STX엔테크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STX엔테크는 세아상역이 2018년 STX중공업의 플랜트 사업 부문을 인수해 설립한 회사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주택 시장에서 경험을 쌓아온 쌍용건설이 글로벌세아의 주력 사업인 유통, 제조 분야에서 맡을 부분이 있을 것”이라며 “S-Oil 온산 프로젝트 EPC 경험 등 쌍용건설도 세아STX엔테크가 해온 분야에 경험이 있어 상호 보완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쌍용건설이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였던 해외 사업 영역도 확대될 전망이다. 쌍용건설은 그동안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와 두바이 에미리트 타워스 호텔, 두바이 로열 아틀란티스 호텔&레지던스 등 해외 랜드마크 공사를 잇달아 성공시켰지만, 대부분 시공을 맡는 데 머물렀다.

반면, 글로벌세아의 경우 미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이라크, 중남미 등 10여 개국에 현지 법인을 거느린 상태다. 글로벌세아는 수출 기업으로, 미국을 비롯해 중남미에 탄탄한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코스타리카 원사 생산 법인의 생산 규모를 세 배로 증설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등 자회사들을 내세워 해외 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쌍용건설은 글로벌세아의 그룹 투자 경험을 기반으로 해외에서 디벨로퍼로서의 사업 영역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쌍용건설이 해외에서 강세를 보이던 초고층 빌딩 시공 경험 등을 바탕으로 글로벌세아와 개발 사업을 진행할 수도 있다”면서 “글로벌세아도 쌓아온 쌍용건설의 네트워킹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plus point

쌍용건설 재도약 발판 마련한 김석준 회장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 쌍용건설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 사진 쌍용건설

쌍용건설이 글로벌세아의 지분 인수를 계기로 재도약 발판을 마련하면서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 30여 년간 법정관리 졸업과 해외 랜드마크 건물 시공 등 쌍용건설의 희로애락을 함께한 산증인이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1983년 불과 29세의 나이로 쌍용건설 사장 자리에 올랐다. 김 회장은 김성곤 쌍용그룹 창업자의 둘째 아들로, 고려대 상과대학 졸업 전인 1977년 쌍용그룹 기획조정실에 입사하면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졸업 후인 1979년부터는 쌍용그룹 해외 지사에서 근무하며 해외 경험을 쌓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쌍용건설의 글로벌 수주전을 직접 지휘하기도 했다. 

김 회장이 쌍용건설과 연을 맺은 건 이사로 입사한 1982년이다. 그는 입사 6개월 만에 29세의 나이로 쌍용건설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했고, 이후 쌍용건설 대표이사 회장(1992년), 쌍용자동차 대표이사 회장 및 쌍용그룹 총괄부회장(1994년) 등을 맡으며 승승장구했다. 

김 회장은 쌍용건설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계기로 워크아웃(법정관리)에 들어가자 사비까지 털어가며 회사를 살리는 데 집중했다. 김 회장은 사재를 출연하고, 자택을 담보로 대출받은 20억원을 모두 유상증자에 넣었다. 결국 쌍용건설은 2004년 워크아웃을 졸업할 수 있었다. 

잇따른 인수합병(M&A)에 실패한 쌍용건설을 살린 것도 김 회장이다. 그는 7전8기 끝에 2015년 ICD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하며 쌍용건설의 M&A를 성공시켰다. 이번 글로벌세아의 지분 인수 과정에서도 김 회장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건설에 대한 김 회장의 애착은 해외 수주 영업으로까지 이어졌다. 김 회장은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와 두바이 에미리트 타워스 호텔, 두바이 로열 아틀란티스 호텔&레지던스 등 굵직한 공사를 따왔다. 쌍용건설이 해외 건설 명가로 발돋움할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김송이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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