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4일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국제협력관 컨벤션홀에서 정기택 홍릉강소특구  창업학교 교장이 교육을 진행 중이다. 사진 홍릉강소특구
6월 14일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국제협력관 컨벤션홀에서 정기택 홍릉강소특구 창업학교 교장이 교육을 진행 중이다. 사진 홍릉강소특구

“기업을 처음 시작하는 분들은 다른 건 몰라도 가슴 속에 ‘why’라는 단어 하나는 꼭 품고 계셔야만 합니다”

6월 14일 서울시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국제협력관 컨벤션홀에서 최치호 홍릉강소특구 단장이 교육을 진행 중이다. 사진 홍릉강소특구
6월 14일 서울시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국제협력관 컨벤션홀에서 최치호 홍릉강소특구 단장이 교육을 진행 중이다. 사진 홍릉강소특구


6월 14일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국제협력관 컨벤션홀에서 김용건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부대표이사는 “본인이 이 사업 아이템을 왜 골랐는지에 대한 명확한 이유와 비전을 반드시 갖고 있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이사는 이날 ‘홍릉 강소연구개발특구(홍릉강소특구)’의 GRaND-K 창업학교에서 진행하는 교육에 강사 자격으로 연단에 섰다. 강연을 듣기 위해 모인 100여 명의 창업자들이 넓은 강당을 가득 채웠다.

홍릉강소특구는 서울 동대문구 홍릉에 있는 KIST, 고려대, 경희대, 서울바이오허브 등이 파트너십을 맺고 지난 2020년 7월 출범한 메디클러스터(의료기술산업집적단지)다. 특구에 입주한 스타트업은 현재 200곳이 넘으며, 한국콜마, 대웅제약 등 제약사가 스타트업을 도울 ‘앵커 기업’으로 들어와 있다. 특구 지원을 위해 5년간 정부 예산 216억원이 투입된다. GRaND-K 창업학교는 홍릉강소특구가 지난 4월부터 운영을 시작한 창업 교육 프로그램이다. 

이날 오후 2시 30분부터 1시간 30분간 진행될 예정이었던 김 이사의 강연은 종료 예정 시간인 오후 4시를 넘어서까지 계속 이어졌다. 창업자들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김 이사는 4시 20분쯤 돼서야 강연을 마쳤다. 이후에도 그의 명함을 받고 조언 한마디라도 더 들으려는 창업자들이 길게 줄을 선 탓에, 김 이사는 오후 4시 30분이 넘어서야 강당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이날 만난 창업자들은 홍릉강소특구 교육 커리큘럼에 크게 만족했다. 지창대 리브라이블리 대표는 “원래는 회사 차원에서 운동 강사를 교육해 노인 복지관 등에 파견하는 서비스로 시작했다”며 “창업학교 교육을 받은 뒤엔 사업 목표를 단순 운동이 아닌 ‘근감소증 예방 및 치료’로 좁히게 됐다”고 말했다. 지 대표는 “홍릉강소특구 교육 덕분에 사업 모델의 윤곽이 뚜렷해지고 타깃 고객층도 확실해지면서 자신감이 커졌다”고 말했다.

앞으로 벤처캐피털(VC)·액셀러레이터(AC) 등이 참여하는 투자기관 멘토링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도 컸다. 이날 교육에 참여한 조성진 큐어버스 대표는 “현직에 있는 VC, AC 관계자를 직접 만나 사업에 대한 조언을 듣고 투자 유치도 가능하다는 게 홍릉강소특구의 핵심이라고 본다”며 “이만한 프로그램은 여태껏 국내에 없었다”고 말했다.

홍릉강소특구 측은 이러한 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해 현재까지 20여 개 VC·AC를 섭외했다. 더웰스인베스트먼트, 인포뱅크, 삼호그린투자, 아주IB투자 등 국내 유력 투자사들과 더불어 이스라엘 요즈마그룹 등 다양한 회사들이 홍릉강소특구를 지원하기 위해 나섰다.

홍릉강소특구가 출범 후 3년째를 맞이하면서 성과를 내는 곳이 등장하고 있다. 표적항암제 특화 제약사인 ‘시프트바이오’는 최근 100억원을 투자받은 데 이어 미국 제약사 루터스바이오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원격의료 회사인 ‘하이케어넷’은 미국 노인 대상 의료보험 사업인 메디케어 시범 운용 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다음은 정기택 교장과의 일문일답.

홍릉강소특구는 어떻게 구상하게 됐나.
“시작은 2003년부터 시작된 ‘홍릉 포럼’이란 이름의 모임이라고 볼 수 있다. 경희대, 고려대 등 홍릉에 있는 17개 대학에 국책기관장들이 1년에 한두 번씩 모여 국가적 이슈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이 포럼에 참여한 사람들 사이에서 유의미한 국책과제를 만들어보자는 얘기가 나왔다. 그게 홍릉강소특구의 시작이다.”

산업 클러스터도 여러 형태가 있는데, 홍릉강소특구만의 콘셉트는 어떤 거였나.
“클러스터는 우선 스타트업 등 기업이 입점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여기에 대학 쪽 인프라와 연구진 등을 투입해 ‘산·학·연’ 시스템을 구축한다. 홍릉강소특구는 여기에 ‘병원’과 ‘주거’를 더했다. 바이오·헬스 산업에서 병원은 임상 등 분야에서 대체할 수 없는 역할을 한다. 또 특구 주변에 주거단지를 건설해 기업 직원들, 지방과 해외에서 올라온 연구원들 보금자리를 마련하고자 했다. 산·학·연·병(병원)에 주거 기능까지 갖춘 도시형 클러스터를 생각한 결과가 홍릉강소특구다. 현재 SH가 주거단지 건설을 확정지은 상태다.”

홍릉강소특구를 바이오·헬스 클러스터로 만들자고 정한 이유가 있나.
“국내 교육 특성상 바이오·헬스 쪽에 인재풀이 쌓이면서 산업적으로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봤다. 바이오·헬스 산업은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의료 산업’이다. 그리고 한국에서 제일 똑똑한 학생들이 공식처럼 의대로 진학하기 시작한 게 20년이 좀 넘었다. 과거 한강의 기적을 일으킨 것도 한국에서 가장 똑똑한 인재인데, 지금은 그들이 의료 쪽으로 가고 있으니 의료 산업만큼 성장 가능성이 큰 분야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홍릉강소특구 입점 기업을 보면 제약보단 디지털 의료기기 쪽이 더 많은 것 같다.
“전략적으로 좋은 흐름이라 본다. 아무것도 없는 제로베이스 상태에서 신약 하나를 만들어 출시하려면 정말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 디지털 의료기기 쪽이 더 많은 건 냉정한 선택과 집중의 결과라고 본다. 디지털 의료기기라면 한국이 이른 시간 안에 전 세계 넘버 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홍릉강소특구도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인력 양성도 필요하지 않나.
“좋은 질문이다. 현재 홍릉강소특구가 ‘첨단 기술 비즈니스 학과’라는 석·박사 과정 인력 양성 사업을 수주한 상태다. 경희대와 고려대에서 함께 진행하는 공동학위 과정이고, 6년간 79억원을 지원받는다. 210명 정도 학생을 뽑아 가르칠 계획인데, 800만원 수준인 1년 학비를 모두 지원해준다. 전례 없는 초대형 인력 양성 사업이라 보면 된다.”

홍릉강소특구의 미래상은 무엇인가.
“인력 양성, 산업 진흥, 일자리 창출 등 산업과 기술과 인력을 모두 성장시키는 종합 클러스터로 거듭날 수 있도록 특구를 키우는 게 내가 그리는 미래상이다. 사람을 키워서 기술을 만들고, 연구시설과 병원 등을 통해 발전시키면, 특구가 섭외한 VC·AC가 돈을 대는 선순환 구조가 작동해야 한다.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 유니콘·데카콘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