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킬리 인터랙티브의 게임형 디지털 치료제 ‘인데버Rx’. 아킬리 인터랙티브 홈페이지
아킬리 인터랙티브의 게임형 디지털 치료제 ‘인데버Rx’. 사진 아킬리 인터랙티브 홈페이지
박순우 메인스트리트인베스트먼트 대표 전 한빛소프트 해외 마케팅 상무, 전 더나인 부사장, 전 알리바바 게임담당 총괄이사, 전 LB인베스트먼트 중국법인 대표
박순우 메인스트리트인베스트먼트 대표 전 한빛소프트 해외 마케팅 상무, 전 더나인 부사장, 전 알리바바 게임담당 총괄이사, 전 LB인베스트먼트 중국법인 대표

코로나19로 인해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이 격리를 경험하게 되면서 디지털 진료, 디지털 헬스케어 등 비대면으로 가능한 건강 관리 방법들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비대면으로 진행하는 건강 관리는 거동이 불편해 병원에 내원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하다. 또 우울증, 불면증,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등 정신적이거나 만성적인 질병들은 바쁜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입장에선 따로 시간을 내 매번 병원을 방문하고 치료받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실제로 보건복지부에서 시행한 2021년도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정신질환을 진단받은 사람 중 12.1%만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으로 병원에 직접 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물리적인 치료법이나 약물을 사용하지 않고도 질병을 치료하는 ‘디지털 치료제’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디지털 치료제는 약물은 아니지만, 의약품과 같이 질병을 치료하고 건강을 향상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말한다. 다른 말로는 ‘디지털 테라퓨틱스(Digital Therapeutics)’로도 불리는데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게임, 애플리케이션(앱) 등을 이용해 환자를 치료하는 고도화된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를 뜻한다. 디지털 치료제는 일반의약품과 다르게 독성이나 부작용이 없다. 또한, 치료제를 복제하는 비용이 제로(0)에 가깝고, 제조, 운반, 보관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저렴한 비용으로 치료제를 대량으로 공급할 수 있고, 일반의약품과 동등하거나 더 뛰어난 치료 효과를 제공한다. 소수의 의사가 물리적, 시간적 한계를 뛰어넘어 비대면 진료와 치료를 통해 다수의 환자를 관리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도 장점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프레시던스 리서치(Precedence Research)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디지털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21년 32억달러(약 4조2460억원)에서 연평균 20% 성장해 2030년에는 173억달러(약 22조95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디지털 치료제 시장에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인증을 받는 등 선두에 선 기업이 있다. 바로 ‘아킬리 인터랙티브(Akili Interactive)’다.


세계 최초 게임형 디지털 치료제

2011년 미국 보스턴에서 설립된 아킬리 인터랙티브는 인지장애 관련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그중에서도 게임을 활용한 디지털 치료제를 주로 만들고 있다. 재미있고 매력적인 약을 만든다는 것이 이 회사의 비전이다. ‘약’이라는 것이 재미있고 매력적이라는 것이 어떻게 보면 모순되는 말이지만 아킬리 인터랙티브는 게임 형태를 이용함으로써 ADHD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디지털 치료제인 인데버Rx(EndeavorRx)를 개발했다. 

인데버Rx는 주로 8~12세 어린이들 중 주의력에 문제가 있거나 복합형 ADHD를 가지고 있는 어린이들에게 컴퓨터를 기반으로 주의력 기능을 개선하게 하는 게임형 디지털 치료제다. 특히 인데버Rx는 미국 FDA의 승인을 받은 세계 최초의 게임형 디지털 치료제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인데버Rx는 창의적이고 몰입감 있는 액션 비디오 게임을 제공함으로써, 환자들이 치료에 집중하고 몰입할 수 있도록 한다. 인데버Rx는 우리가 컴퓨터 게임이나, 모바일에서 흔히 봤던 게임 방식과 유사하다. 넥슨의 ‘카트라이더’나 닌텐도의 ‘마리오카트’와 유사한 레이싱 게임 방식을 취하고 있다. 우주선을 탄 우주인이 정해진 길을 따라 혹은 장애물을 피해서 목표 지점에 도달하는 것이 게임의 첫 번째 미션이다. 그리고 적절한 타이밍에 화면에서 날아오는 정해진 색의 원숭이 등의 몬스터를 눌러서 잡아야 하는 것이 게임의 두 번째 미션이다. 실제 게임 플레이 영상을 보면 한 번에 두 가지 행동을 게임에서 요구하기 때문에 상당히 난도가 있고 집중력을 요구함을 알 수 있다.

인데버Rx의 임상에 참여한 638명의 ADHD 어린이 중 73%의 인지능력이 향상됐으며, 68%의 학부모가 두 달간의 인데버Rx 치료 후 ADHD 증상이 완화됐다는 결과가 나왔다. 또한 인데버Rx는 일반적인 주사제와 내복약에 비해, 치명적이고 심각한 부작용이 전혀 나오지 않은 점에서 의의가 있는 치료방식이다.


게임형 디지털 치료제인 ‘인데버Rx’를 이용하고 있는 어린이. 아킬리 인터랙티브 유튜브
게임형 디지털 치료제인 ‘인데버Rx’를 이용하고 있는 어린이. 사진 아킬리 인터랙티브 유튜브

 세 가지 핵심 기술 탑재된 ‘인데버Rx’

아킬리 인터랙티브의 핵심 기술은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 핵심 기술은 선택적 자극 관리 엔진(Selective Stimulus Management Engine)이다. 이 기술은 총 30번의 임상을 거쳐서 만들어졌을 정도로 꼼꼼하게 설계됐다. 뇌의 주의⋅제어와 관련한 신경 시스템을 대상으로 특정 감각을 자극하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환자 한 명 한 명마다 맞춤식으로 게임의 난이도를 설정해 주기도 한다.

두 번째 핵심 기술은 신체-뇌 트레이너(Body Brain Trainer)다. 이 기술은 뇌에 존재하는 주의력과 충동력 등에 관련된 신경 시스템을 대상으로 작동하도록 설계됐다. 모션캡처를 이용한 게임을 통해 신체와 뇌의 훈련을 동시에 하는 것이다. 개개인에게 맞게 이상적인 목표 심장 박동 수와 알맞은 행동을 하도록 유도하는 기능도 있다. 

세 번째 핵심 기술은 공간 탐색 엔진(Spatial Navigation Engine)이다. 이 기술은 뇌의 기억 등에 관한 공간을 탐색해 그 부분을 시간, 객체에 맞게 활용하는 기술이다. 이러한 특허받은 기술들을 이용해 아킬리 인터랙티브는 인데버Rx를 완성할 수 있었다. 


스팩 합병 통한 우회상장 추진

아킬리 인터랙티브는 미국 FDA의 승인을 준비하기 위해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총 1억4000만달러(약 1857억원)의 자본금을 투자 유치했다. FDA 승인을 받은 2020년 6월 이후에는 최초의 디지털 치료제 게임 개발에 대한 높은 평가를 받아 노이베르거 베르만 펀드(Neuberger Berman Funds)가 주도한 시리즈디(SeriesD) 라운드 투자유치를 진행했다. 유전학과 의약품에 관련된 회사에 주로 투자하는 암젠 벤처스, 353년 역사를 자랑하는 과학 기술 기업 독일 머크 산하의 벤처캐피털(VC)인 M벤처스, 미래에셋캐피탈, 데이브 바즈키(Dave Baszucki) 로블록스 최고경영자(CEO) 등이 투자자로 참여했다. 1억1000만달러(약 1459억원)를 투자 유치했다. 이 회사의 현재 기업 가치는 4억1000만달러(약 5440억원)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1월에는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와 합병을 통해 우회상장하겠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아킬리 인터랙티브는 전 세계 1억 명 이상이 감염된 코로나19로 인해 장기간의 기억, 인지적인 증상에 영향을 받은 사람들을 위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또 아킬리 인터랙티브의 다음 목표는 기존에 ADHD에만 효과가 있던 디지털 치료제를 자폐증, 우울증 등 다른 병에도 적용할 수 있는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이다.


plus point

국내 디지털 치료제는 언제 나오나

국내에서는 아직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인증을 받은 디지털 치료제는 없다. 

하지만 뇌 손상 후 시야 장애를 개선하는 ‘뉴냅비전’을 개발 중인 뉴냅스, 폐에 문제가 있는 환자들이 집에서도 재활할 수 있는 ‘레드필숨튼’을 개발 중인 라이프시맨틱스, 수면 패턴을 개선하는 치료제 ‘필로우Rx’를 개발 중인 웰트, 불면증 치료제 ‘솜즈’를 개발 중인 에임메드, 범불안장애 치료제 ‘엥자이렉스’를 개발 중인 하이 등 여러 기업이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박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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