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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해·공 통합 방위산업(방산) 시스템을 구축하겠다.” 한화그룹이 2조원을 투자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다. 육상과 항공 부문 방산 사업을 펼치는 한화가 국내 1위 함정 건조업체 대우조선을 인수해 2030년 ‘글로벌 방산 톱 10’에 오른다는 구상이다. 한화는 지난 2008년 대우조선 인수를 추진했다가 자금 문제로 포기한 바 있다. 14년이 지난 현재 대우조선 인수 기회를 다시 잡았고, 이를 통해 글로벌 종합방산업체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재계에선 2015년 삼성그룹의 방산·화학 계열사를 인수한 김승연 한화 회장이 그룹 성장동력인 방산 사업 제2의 성장을 위해 인수합병(M&A) 승부수를 던졌다는 평가다.

대우조선 최대 주주(55.7%)인 산업은행은 “한화를 대우조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9월 26일 발표했다. 한화가 2조원 규모 대우조선 유상증자에 참여해 49.3% 지분을 확보해 최대 주주가 되는 것이다. 산업은행 지분은 28.2%로 줄어든다. 이번 매각은 한화를 인수 예정자로 정한 상태에서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투자자가 나타나면 최종 투자자를 변경할 수 있는 ‘스토킹 호스’ 방식으로 진행되지만, 사실상 한화의 대우조선 인수가 유력한 상황이다. 한화는 현장 실사 등을 거쳐 이르면 오는 11월 말 본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은 대우그룹 해체 이전 대우중공업으로 1999년 워크아웃(재무 개선 작업)에 들어간 지 23년 만에 새 주인을 찾게 됐다.

한화는 대우조선을 인수해 그룹 차세대 성장동력인 방산 사업을 키운다는 전략이다. 한화는 현재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의 방산 부문, 한화디펜스 등으로 분산된 그룹 방산 부문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통합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항공기 엔진, ㈜한화는 유도무기·탄약, 한화디펜스는 자주포·장갑차, 한화시스템은 방산전자 시스템 사업을 하고 있다. 한화는 여기에 잠수함·구축함 등을 제조하는 대우조선을 추가해 기존 육상과 항공은 물론 해양 방산까지 아우르는 ‘육·해·공 통합 방산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함정의 두뇌’ 역할을 하는 전투체계를 한국 해군 함정에 사실상 100% 공급하고 있는 한화시스템의 해양첨단 시스템 기술과 대우조선의 함정 양산 능력이 큰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는 또 한화솔루션 등이 진행하는 액화천연가스(LNG) 발전과 태양광·수소 등 에너지 사업에 대우조선의 LNG·원유 시추용 플랜트와 LNG 선박을 더해 에너지 생산에서 운송, 발전으로 이어지는 그룹 친환경 에너지 가치사슬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M&A 승부사’ 김승연 회장

김승연 회장의 M&A 승부사 기질도 엿보인다. 김 회장은 그룹 성장에 있어 중요한 시기마다 공격적으로 M&A를 펼쳤다. 1985년 정아그룹의 명성콘도를 시작으로 1986년 한양유통, 2000년 동양백화점 등을 인수하며 레저·유통 사업에 뛰어들었고, 재계 순위 10위권에 진입한 후에는 대한생명(2003년)을 인수하며 금융 사업을 강화했다. 중국 솔라펀파워홀딩스(2010년), 독일 큐셀(2012년)을 인수하며 태양광 사업도 강화했다. 2015년에는 2조원을 들여 삼성그룹과 빅딜(삼성테크윈·삼성토탈·삼성종합화학 등 방산·화학 부문 4개사 인수)을 진행했다. 김 회장은 이번 대우조선 인수를 바탕으로 한화의 글로벌 종합방산업체 도약을 이끈다는 계획이다.


9월 26일 ‘2022 울산포럼’에 참석한 최태원(가운데) SK그룹 회장. 사진 SK이노베이션
9월 26일 ‘2022 울산포럼’에 참석한 최태원(가운데) SK그룹 회장. 사진 SK이노베이션

‘2022 울산포럼’ 참석 최태원 SK 회장
“탄소 중립은 비용 아닌 새 사업 기회”

“선도자로서 탄소 문제 해결 방안을 만들면 전 세계 다른 곳에도 적용해 우리 사업 기회로 만들 수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9월 26일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2 울산포럼’에서 탄소 중립(net zero·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만큼 흡수량도 늘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늘어나지 않는 상태) 시대에 울산 제조업의 나아갈 방향을 묻는 참석자의 질문에 “탄소 문제는 비용이 아닌 기회로 접근해야 한다”며 이같이 답했다.

울산포럼은 SK와 울산상공회의소가 울산 지역의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성장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한 행사다.

이날 최 회장은 기업경영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갖는 의미도 설명했다. 그는 “환경은 사람과 자연과의 관계, 사회는 사람 그 자체, 거버넌스(지배구조)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라며 “결국 우리 사회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면 ESG 경영이 그렇게 어려운 일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일진머티리얼즈 동박 공장에서 직원들이 완성된 동박의 품질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일진머티리얼즈
말레이시아 일진머티리얼즈 동박 공장에서 직원들이 완성된 동박의 품질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일진머티리얼즈

롯데케미칼, 동박 4위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세계 배터리 소재 시장 공략 박차

롯데케미칼이 세계 4위 동박 제조업체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한다. 동박은 배터리의 핵심 소재 음극재를 감싸는 얇은 구리막을 뜻한다. 롯데케미칼은 이번 인수를 계기로 글로벌 전기차 소재 기업으로 한 단계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9월 27일 재계 및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일진머티리얼즈 경영권을 인수하기 위한 최종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인수 대상은 허재명 일진머티리얼즈 사장이 보유한 지분 53.3%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한 인수 금액은 2조5000억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일진머티리얼즈는 8월 19일 본입찰을 실시했으며 롯데케미칼이 단독으로 참여했다.

현재 세계 동박 시장에서 일진머티리얼즈는 13% 점유율로 4위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에선 SK넥실리스에 이어 2위다. 일진머티리얼즈는 지난해 매출 6888억원, 영업이익 699억원을 기록했다. 롯데케미칼은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후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동박 생산 설비 증설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 LG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 LG

구광모 회장 “기후 위기 문제에 책임 의식”
LG, 그룹 ESG 보고서 첫 발간

LG그룹이 9월 28일 ㈜LG,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유플러스 등 주요 계열사의 데이터를 총망라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보고서’를 발간했다. LG가 그룹 차원에서 ESG 보고서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최고경영자(CEO) 메시지를 통해 “전 세계가 당면한 기후 위기 문제에 책임 의식을 갖고 미래 세대와 공존하는 기업으로 발돋움할 것”이라며 “탄소 중립과 신재생에너지 전환, 제품 폐기물 순환 체계 구축 등을 위한 클린 테크(Clean Tech) 육성·투자 등을 지속해서 추진하겠다”고 했다.

LG는 ESG 경영의 큰 틀을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책임 있는 고객가치 실천’으로 정했다. 또한 △재무·비재무 성과를 균형 있게 창출하는 ESG 기반 강화 △글로벌 이슈의 공동 해결을 위한 LG 내·외부 이해관계자와 ESG 생태계 구축 △기후 위기와 탈탄소 경제 전환에 따른 사업 방식 변화 등 3대 전략을 세웠다.

박용선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