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기 가평공유양조벤처센터 사업단장이 12월 20일 술지움 개관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박순욱 기자
박성기 가평공유양조벤처센터 사업단장이 12월 20일 술지움 개관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박순욱 기자
박순욱조선비즈 선임기자 서울대 독어독문학 학·석사, 전 조선비즈성장기업센터장,‘한국술열전’ 저자
박순욱조선비즈 선임기자 서울대 독어독문학 학·석사, 전 조선비즈성장기업센터장,‘한국술열전’ 저자

“오늘 개관한 가평공유양조벤처센터는 가평 지역 주민뿐 아니라 모든 이에게 문호를 개방하는 복합 양조 공간입니다. 맥주, 탁주, 약주, 소주, 과실주 등 모든 술을 만들 수 있어, 특히 전통주에 관심 있는 청년들이 꿈을 키울 수 있는 공간으로 키워가겠습니다(박성기 가평군신활력사업단장).”

양조 창업 교육과 발효 체험을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복합 양조 공간인 가평공유양조벤처센터 ‘술지움’이 12월 20일 개관했다. 중앙정부의 신활력플러스사업 일환으로 추진된 술지움에는 국비 등 40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술지움은 맥주 장비 5t, 탁약주 3.5t, 과실주 3.5t, 225L 오크통 28개, 500L 동증류기, 누룩방 등을 갖추고 있어 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양조 설비로서는 국내 최대 규모다. 

전국의 어느 양조장을 가더라도 술지움만큼 다양한 양조 설비를 두루 갖춘 곳은 없다. 왜냐면 탁주, 약주, 맥주, 와인, 증류주 등 다섯 주종을 모두 생산, 판매하는 양조장이나 대형 술 공장이 국내에는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전통주 창업을 준비하는 예비 창업자의 시각에서 볼 때 술지움은 ‘꿈의 양조 공간’으로 비칠 만하다. 양조장 창업을 하는 연령이 점점 낮아지는 요즘 추세를 감안할 때, 청년 예비 양조 창업자들이 가장 큰 혜택을 볼 것이란 기대도 있다. 

술지움 개관식 참석자들이 고두밥으로 술밥을 만들고 있다. 사진 박순욱 기자
술지움 개관식 참석자들이 고두밥으로 술밥을 만들고 있다. 사진 박순욱 기자

술지움은 크게 1층 양조공간과 2층 시음, 체험공간으로 나뉘어져 있다. 330㎡(약 100평) 규모의 1층 양조장은 맥주, 막걸리(약주 포함), 와인, 증류주 등 다섯 가지 주종 설비가 다 갖춰져 있다. 주종별로 독립된 공간으로 운영되는데, 볕이 좋은 창가에 맥주 설비가, 천장이 높은 곳엔 증류(다단식 상압방식의 동증류기) 설비가, 그 뒤편에 오크통과 과실주 설비가 갖춰져 있다. 

탁약주 설비는 별도의 공간에 두었고, 고두밥을 찌는 원료 처리실도 증기가 발효실로 들어오지 않도록 분리시켰다. 높은 온도의 증기가 스며들 경우, 발효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2층은 시음장, 체험장, 판매장, 양조 카페 등이 들어서게 된다. 술지움은 가평을 찾는 관광객, 양조에 관심 있는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는 공간이다. 2층 입구의 카페에서는 음료와 술을 마실 수 있고, 판매장(보틀숍)에서는 유명 한국 술과 기념품을 구입할 수 있다. 야외 테라스에서는 가평의 명소 조종천이 내려다 보이고, 산장 국민 관광지도 한눈에 들어온다. 가평으로 드라이브하거나 펜션이나 리조트를 찾는 사람들이 ‘덤’으로 잠시 머물렀다 갈 만한 곳이 이곳 술지움이다. 

박성기 단장은 “예비 양조인들에게는 ‘술 빚기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는 실습 공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이런 측면에서 술지움을 ‘사관학교(양조창업학교)’ 개념으로 운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술지움 운영이 가평을 넘어서서 대한민국 술 산업에도 긍정적 효과를 미칠 것으로 기대하는 이유다. 

그러나 술지움 운영에 대해 우려 섞인 시선도 만만치 않다. 우선 술지움이 정식 양조장 면허를 받기 전에는 이곳에서 만든 술은 상업 판매를 할 수 없다. 주류 면허를 취득하지 않은 곳에서 만든 술은 일반 판매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술지움은 양조장 면허가 없다. 

따라서 예비 창업자들이 이곳에서 술을 만들었더라도 판매 자체가 안 된다면, 과연 이곳에서 술을 빚겠다는 사람이 많을까도 의문이다. 웬만한 상업 양조장보다 더 큰 술지움 양조 설비 규모도 문제다. “공유 양조 설비치고는 지나치게 크다”는 지적도 있다. 

12월 20일 개관한 가평공유양조벤처센터 술지움. 사진 박순욱 기자
12월 20일 개관한 가평공유양조벤처센터 술지움. 사진 박순욱 기자

그럼 술지움도 양조장 면허를 받으면 되지 않나,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그게 그리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네 개 주종(약주는 막걸리에 포함시킬 경우) 양조 방법이 확연히 달라, 주종별로 양조장 면허를 따로 받아야 한다. 무슨 이야기인가 하면, 막걸리 양조장 허가를 받은 사람은 맥주 제조는 할 수 없다. 그럼 막걸리와 맥주, 둘 다 생산할 수 있는 사람이 양조장 대표를 맡으면 되는데, 실제로 그런 능력자는 흔하지 않다. 때문에 네다섯 개 주종 모두를 생산하는 종합 주류 면허는 국내에 거의 사례가 없다. 게다가 술지움 위치가 경기북부(가평)에 치우쳐 있기 때문에 선뜻 양조장을 하겠다는 사람을 구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전문성이 없는 가평군청 공무원을 양조장 대표로 앉힐 수도 없는 노릇이다. 

기평 잣막걸리로 유명한 (주)우리술 대표인 박성기 단장의 근심도 여기에 있다. “정식 양조장 면허를 취득하지 않으면, 이곳에서 만드는 술은 팔 수 없기 때문에, 술지움에서 체험용으로 술을 빚은 사람 혹은 단체는 만든 술을 다 가져가야 한다. 문제는 술지움을 찾는 관광객들이 가평의 특산품인 잣이 들어간 맥주라든지, 이곳만의 특징이 있는 술을 현장에서 맛볼 수 없다면, 과연 이곳의 매력을 느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있다. 하지만 상업 양조장 허가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일반인과 예비 창업자에게 술빚기 체험을 병행하면서 양조장을 지속 가능하게 운영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 향후 전문가들 의견을 많이 들어 운영 방안을 정하려고 한다.”

40억원이라는 큰 예산이 투입돼 준공은 했지만, 향후 운영에 적지 않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보여, 이를 해결하는 게 과제다. 양조 설비를 지속적으로 가동하려면, 주종별로 전문 인력이 상주해야 하고, 다양한 술 원료 조달과 술 생산 후 남는 찌꺼기 처리 등을 담당하는 인력도 필요하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체험 프로그램 역시 전문 인력을 그때그때 모셔와야 한다. 술빚기 프로그램이 지속적으로 운영되지 못할 경우, 고가의 장비가 장기간 방치될 우려도 있다. 양조 설비의 경우, 양조 과정에 필연적으로 생기게 되는 불순물 등의 찌꺼기를 제때 제거하지 않고 장기간 방치할 경우, 장비 자체를 못 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술지움은 앞으로 한국전통주연구소, 가양주연구소 등 전통주 연구기관들과 협업해서, 다양한 활용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술지움 개관 행사에 참석한 한국전통주연구소 박록담 소장은 “술지움이 지역 경제 기여에 그치지 않고, 한국 전통주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위해서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술빚기 체험 정도를 넘어서, 외부 교육기관과도 적극적 협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가양주연구소 류인수 소장 역시 “최근 젊은 양조장 창업자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에 있는 만큼, 청년들의 눈높이에 맞는 양조 설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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