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F가 생산·판매하는 디스커버리 브랜드의 롱패딩 ‘레스터 벤치파카’. <사진 : F&F>
F&F가 생산·판매하는 디스커버리 브랜드의 롱패딩 ‘레스터 벤치파카’. <사진 : F&F>

‘디스커버리(Discovery)’. 글로벌 다큐멘터리 방송 ‘디스커버리 채널(Discovery Channel)’이 아니다. 국내 의류 업체 F&F가 2012년 디스커버리 채널에 대한 한국 라이선스(브랜드 사용 허가)를 획득해 생산·판매하는 아웃도어 브랜드다. 풀 네임은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Discovery Expedition‧이하 디스커버리)’. F&F의 성장은 ‘디스커버리 브랜드가 있고 없고’에 따라 달라진다. 2011년 2181억원이었던 F&F의 매출은 지난해 5605억원으로 15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무려 383% 성장했다.


‘디스커버리’ 활용… 브랜드 가치 단번에 높여

F&F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그 비결은 앞서 언급한 브랜드 디스커버리에 있다. F&F가 2012년 국내 아웃도어 시장에 진출했을 당시 시장은 포화상태였다. 삼성패션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아웃도어 시장 규모는 2010년 초부터 고성장을 기록, 2014년 정점(약 7조원)을 찍은 후 해마다 그 규모가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는 4조5000억원대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F&F 창업주인 김창수 대표는 고민했다. 의류 산업에 있어 브랜드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다. 브랜드는 디자인, 유통과 함께 패션 기업이 성장하기 위한 필수 요소 중 하나다. 기존 업체와 어떻게 차별화할 수 있을까. 김 대표는 단순히 해외 브랜드를 수입하거나 자체 브랜드를 개발하는 것과는 다른 방식을 원했다. 경쟁이 치열한 아웃도어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빠르게 확보하고 유지할 수 있는 그런 전략 말이다. 그때 ‘디스커버리 채널’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170개 국가에 42개 언어로 방송, 15억 명이 시청하는 글로벌 1위 다큐멘터리 전문 방송 디스커버리 채널이다. ‘지구 곳곳을 탐험하며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도전한다’는 콘셉트도 딱 맞아떨어졌다. 이후 디스커버리 채널의 한국 내 의류 라이선스를 따냈고, 2012년 8월 디스커버리 의류 제품을 시장에 선보였다. 김 대표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대자연과 탐험, 발견에 대한 판타지를 아웃도어에 적용, 브랜드 가치를 높인다면 시장에서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디스커버리 채널이 배낭 등 소품 위주의 패션 사업을 시도한 적은 있었지만 본격적인 의류 사업은 F&F가 한국에서 처음 시도했다. 한국 디스커버리 브랜드의 성공은 글로벌 본사(디스커버리 채널)를 움직이게 했다. 김 대표의 사업 능력에 관심을 보인 것이다. 김 대표는 “디스커버리 채널의 한국 내 의류 라이선스 계약은 2027년까지인데, 세계 시장으로 사업을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 본사와 논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 현재 디스커버리 의류 브랜드는 한국과 중국(현지 업체)만 만들고 있다. 한국과 달리 중국에선 디스커버리 브랜드가 이렇다 할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

F&F는 ‘라이프스타일 아웃도어’라는 새로운 콘셉트의 제품도 만들었다. 기존 기능성을 강조한 아웃도어와 달리 일상생활에서도 편하고 트렌디하게 입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든 것이다. 물론 기능성은 기본이다. 김 대표는 “한국에 히말라야 같은 산이 있는 것도 아닌데 비싼 패딩을 등산할 때만 입기에는 아깝다고 생각했다”며 “여행이나 캠핑 등으로 아웃도어의 개념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상에서 입을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 아웃도어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F&F가 선보인 디스커버리의 대표 라이프스타일 아웃도어 제품으로는 ‘항공점퍼’ ‘바람막이 재킷’ ‘래시가드(자외선 차단, 체온 보호 기능이 있는 수상 스포츠용 의류)’ ‘롱패딩’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롱패딩 ‘레스터 벤치파카’는 지난해 누적 기준 20만 장을 판매하며 단일 상품으로 역대 최다 판매량을 기록했다. 롱패딩은 종아리까지 덮는 길이의 긴 패딩을 말한다. 중·고등학생과 대학생 그리고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없어서 못 팔 정도였다.

그 결과 디스커버리의 매출은 2013년 339억원에서 2014년 1006억원으로 196.4% 증가했고, 2016년에는 2120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힘입어 F&F의 매출은 2016년 4389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대비 18.6% 증가한 수치다. 특히 F&F는 2006년부터 2013년까지 이렇다 할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면서 매출이 2000억원 수준으로 정체돼 있는 상황이었다.


MLB는 미국 프로야구(MLB) 각 구단의 로고와 심벌이 새겨진 스포츠 의류, 야구 모자를 판매하고 있다. <사진 : F&F>
MLB는 미국 프로야구(MLB) 각 구단의 로고와 심벌이 새겨진 스포츠 의류, 야구 모자를 판매하고 있다. <사진 : F&F>

높은 수익성, 작년 영업이익률 17.5%

디스커버리로 구축한 F&F의 강력한 브랜드 파워는 정상가 판매율 상승으로 이어졌다. 일반적으로 의류 브랜드는 시장에 처음 출시했을 때 정가에 판매하다가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나고 판매가 잘 이뤄지지 않으면 할인 판매를 하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F&F의 경우 재고 상품이 별로 없어 정상가 판매율이 높다. 이는 높은 수익성을 낼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F&F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17.5%에 달했다. 2016년에도 10.4%를 기록했다. 10%의 영업이익률만 해도 일반 의류 업체와 비교해 두 배가량 높은 수치다.

F&F의 또 다른 라이선스 브랜드인 MLB 역시 할인 판매를 거의 하지 않는 야구 모자가 매출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MLB 의류 마진이 10%대 초반이라면 모자 마진은 10%대 후반으로 추정된다. F&F가 ‘강력한 브랜드 파워→정상가 판매율 상승(낮은 할인율)→높은 수익성’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는 얘기다. MLB는 미국 프로야구(MLB) 각 구단의 로고와 심벌이 새겨진 스포츠 의류, 야구 모자를 판매하고 있다.

F&F의 선택과 집중 전략도 돋보인다. F&F는 부진한 사업은 과감히 구조조정하며 성장했다. 대표적인 경우가 여성복 사업. F&F는 2016년 4월 이탈리아 베네통그룹에 베네통코리아 지분 40%를 전량 매각했다. ‘유나이티드 컬러스 오브 베네통’ ‘시슬리’ 등 15년간 국내 여성복 시장에서 내실을 다진 두 브랜드 사업을 접은 것이다.

같은 해 F&F는 라이선스 브랜드 ‘레노마 스포츠’의 생산도 중단했다. 골프웨어 브랜드 ‘레노마 스포츠’는 당시 F&F 내 유일한 적자 브랜드였다. 3년간 매출 정체 상태를 보이며 회사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13년 14.9%에서 2015년 9.4%까지 떨어졌다. 계약 기간이 2년 이상 남았지만 수익성이 낮아 빠르게 정리했다.

반면 성장 가능성이 큰 아웃도어·스포츠 브랜드(디스커버리·MLB) 사업은 강화했다. F&F는 지난해 초 MLB의 면세점 매장을 새롭게 열었다. 백화점, 거리 매장에 이은 유통 채널 다양화 차원에서 이뤄진 결정이었다. F&F는 현재 전국에 15개의 MLB 면세점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MLB는 지난해 중국 관광객에게 큰 인기를 끌면서 40%가량의 매출 성장세를 기록했다. MLB의 총매출 중 면세점 비율은 약 27%다.


성장하는 아시아 스포츠 시장 공략

F&F는 지속 성장을 위해 해외 시장에도 진출했다. F&F는 지난해 9월 중국을 제외한 홍콩·마카오·대만·싱가포르·필리핀·태국·베트남·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9개국에서 MLB 라이선스를 확보했다. 이후 12월 홍콩 몽콕에 MLB 1호점을 열었고, 올해 2월에는 홍콩 타임스스퀘어 2호점을 오픈했다. F&F는 올해 안으로 홍콩 등 아시아 9개국에 10여 개 매장을 열 계획이다. 목표 연매출은 330억원이다.

F&F의 해외 진출 방식은 해외 법인을 설립해 직접 브랜드(MLB) 판매 사업을 하는 형태다. 이런 방식은 매장 운영비용을 비롯해 재고 리스크를 지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신규 브랜드를 시장에 내놨을 때 손익분기점을 달성하기까지 2~3년이란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MLB의 경우 사업성과가 단기간 내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에선 1년 내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현재 국내 MLB 면세점의 매출 중 중국 관광객이 차지하는 비율이 약 90%에 달한다. 중화권 시장에서 MLB 브랜드 인지도가 높고, 이는 F&F의 MLB 아시아 사업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둘째, 아시아 시장의 1인당 평균소득이 증가하면서 야구 등 스포츠 활동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스포츠 브랜드의 성장으로 연결된다. 특히 나이키·아디다스 등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에서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F&F 역시 이런 시장 트렌드에 발맞춰 호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은지 KB증권 연구원은 “F&F의 아시아 사업(MLB)은 초기 비용 상승이 수반되나 빠른 속도로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국내 시장으로 한정됐던 매출원을 해외로 다변화시켰다는 점에서 F&F의 지속 성장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Plus Point

김창수 F&F 대표
“‘일상 속의 도전’을 표현할 아웃도어 브랜드 만들고 싶었다”

박용선 기자

“디스커버리는 지적이고 활동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는 탐험가를 위한 브랜드다. 세상은 넓고 당신이 모르는 재미있는 일은 많다. 그래서 디스커버리는 새로운 모험과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호기심과 도전은 언제나 흥분되고 삶을 즐겁게 하기 때문이다.”

디스커버리의 캐치프레이즈이자 김창수 F&F 대표가 강조하는 내용이다. 김 대표는 여기에 F&F의 성장 비결이 있다고 말한다. 바로 삶을 즐겁게 하는 모험과 도전이다. 그리고 그 도전과 모험은 일상생활에 있고, 이를 위한 의류 브랜드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는 것이다. 기존 아웃도어 브랜드처럼 등산복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현재와 같은 성장을 이뤄내지는 못했을 것이란 얘기다.

김 대표는 이런 디스커버리의 콘셉트를 ‘테크니컬 라이프스타일 (아웃도어) 브랜드’라고 표현했다. 일상에서 편하게 입으면서, 패션성과 기능성까지 두루 갖춘 옷이라는 것이다. 이어진 김 대표의 설명이다. “기존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 상당수는 ‘역경을 뚫고 정상을 정복’하는 콘셉트를 앞세웠다. 하지만 우리는 ‘즐거운 발견, 도전이 가득한 야외에서 입는 편안한 옷’에 집중했다.”

김 대표는 “패션 전문가가 아닌 소비자가 원하는 옷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패션 업계에선 뉴욕이나 파리 등 국제 패션쇼에 참가해 다음 시즌 패션 트렌드를 파악한다. 그러나 F&F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소비자 트렌드를 직접 읽고, 제품을 기획·생산한다. 김 대표가 정보기술 분야 전문가를 영입하고, 그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김 대표는 “유행은 더 이상 몇몇 패션 전문가에 의해 만들어지지 않는다”며 “SNS 공간에 표출된 다양한 소비자 욕구를 정밀 분석하면 지금, 그리고 앞으로 유행의 방향을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브랜드를 만드는 데 두 가지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첫째, 브랜드의 핵심 가치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를 가져야 한다. 둘째, 시대에 따라 이 핵심 가치를 표현하는 방법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항상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브랜드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브랜드의 핵심 가치는 신뢰와 변화

김 대표는 1992년부터 패션 업계에 뛰어들었다. 그가 처음 전개한 브랜드는 ‘베네통’이었다. 문화와 철학을 전달하는 독특한 마케팅 기법으로 사업을 시작한 후 3년 만에 네 배의 매출을 올렸다. 이후 여성 캐주얼, 유니섹스, 스포츠 캐주얼, 골프웨어 등 다양한 패션 분야에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며 패션 업계를 이끌었다.

김 대표는 최근 위기라고 여겨지는 국내 패션 산업과 관련해선 “한국 패션 시장은 이미 40조원을 넘어섰다”며 “위기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국민소득 대비 이렇게 옷에 많은 돈을 쓰는 나라는 없다. 롱패딩 유행처럼 뉴스에 나올 정도의 ‘패션 현상’이 있는 나라도 한국뿐이다. 패션을 좋아하고 유행에 민감한 사람이 많은 나라에서 살아 있는 패션이 나온다. 그래서 10년 뒤 세계 패션의 메카는 서울이 될 것이다.”

박용선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