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은 배송·물류 시스템 등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몸집을 키워나가고 있다. / 조선일보 DB

‘한국의 아마존이 될 수 있을까.’ ‘언제쯤 적자에서 벗어나 건전한 성장을 할 수 있을까.’ 쿠팡을 두고 국내 e커머스(전자상거래) 업계에서 나오는 말이다. 현재 쿠팡은 시장 확장(고객 확보)에 집중, 물류 시스템 등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몸집을 키워나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매년 50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내고 있다. 그동안 김범석 쿠팡 대표는 이를 ‘계획된 적자’라고 이야기해왔다.

쿠팡은 김 대표의 계획대로 2013년 1464억원에 불과하던 매출을 4년 만에 20배로 키웠다. 지난해 쿠팡의 매출은 2조6846억원이었다. 하지만 누적 적자 규모가 커졌다. 매출 규모를 급속히 키우기 시작한 2015년 5470억원의 적자를 낸 이후 3년 연속 5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누적 적자는 1조7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말 기준 한때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쿠팡 측은 올해 들어 미국법인(포워드벤처스)에서 증자로 자금을 유치해 자본잠식에서 벗어났다고 설명했다. 쿠팡의 감사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자본 총계는 마이너스 2446억원. 지난 2015년 소프트뱅크에서 유치한 투자금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를 다 써버린 셈이다. 쿠팡 관계자는 “회계감사가 완료된 후에 추가로 증자가 이뤄졌다”며 “이를 통해 확보한 현금이 현재 8130억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쿠팡은 미국 아마존의 초기 성장 전략처럼 적자를 기록하더라도 지속해서 성장하고 고객 유입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쿠팡은 아마존의 성장 방식을 그대로 따라하고 있다. 아마존은 창업 초기 수년간 적자 누적을 감수하면서 직매입과 저가 정책, 타사 대비 빠른 배송을 무기로 시장을 장악했다. 아마존은 창업 8년 만인 2002년 매출 39억달러(약 4조2000억원)와 함께 첫 흑자를 기록했다.

쿠팡 역시 플랫폼에 입점한 판매자에게 수수료를 받아 매출을 올리는 판매 중개 방식보다 직접 제품을 매입해 판매하는 직매입 위주의 사업을 펼치고 있다. 물류센터를 구축하고 배송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도 쏟아부었다. 품질을 높이고, 배송 시간을 줄여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그래야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 특히 자정 이전 제품을 주문한 고객이 다음 날 제품을 받을 수 있는 쿠팡의 물류 시스템 ‘로켓배송’은 고객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를 통해 쿠팡은 G마켓, 11번가, 위메프 등 온라인 판매 업체들 가운데서 매출액 규모 1위에 올랐다.

쿠팡이 적자를 내면서도 이렇게 투자를 하며 사업 규모를 키울 수 있는 것은 글로벌 투자자로부터 투자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쿠팡 측은 아직도 충분한 투자금이 있다고 말한다. 앞으로도 적자를 신경 쓰지 않고 몸집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쿠팡은 그동안 일본 소프트뱅크 등 글로벌 투자자로부터 1조6000억~1조8000억원을 유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블랙록, 피델리티 등 글로벌 투자회사로부터 4억달러(약 420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쿠팡의 성장 전략이 국내 시장에서 통하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아마존이 경쟁자가 많지 않았던 1990년대에 시장을 선점했던 것과 달리 현재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은 경쟁이 치열하다. 최근 네이버와 카카오 등 포털 업체가 온라인쇼핑에 뛰어들었고 신세계와 롯데 등 오프라인 유통 업체도 온라인쇼핑 부문 강화에 나섰다.

쿠팡이 언제까지 투자를 받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쿠팡의 적자 전략은 투자자들의 안정적인 자금 지원이 전제돼야만 한다. 쿠팡은 현재까지 투자 유치에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매년 5000억원이 넘게 발생하는 적자를 확보한 자금으로 계속 메워 나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투자 끊길 때는 수익성 따져야

아마존처럼 디지털 콘텐츠 같은 안정적인 캐시카우(현금창출원)를 확보해야 하는데, 쿠팡이 아직까지 강력한 수익원을 만들지 못하고 있는 점도 불안 요소다. 쿠팡은 현재 다른 업체의 물건을 배송하는 택배 사업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은 3600여 명의 배달 인력(쿠팡맨)을 고용하는 등 1조원 이상을 물류에 투자한 상태다. 쿠팡은 연내 수백 대의 전기차를 구매해 이르면 내년 4월쯤 택배 사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로켓배송을 유료화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로켓배송은 원가가 너무 높아 쿠팡 영업손실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그러나 곧바로 유료화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공짜로 배송하던 것을 돈을 받는다고 하면 소비자의 반발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쿠팡은 ‘아마존 프라임’과 같이 일정 금액의 연회비를 내면 로켓배송은 물론 다른 서비스를 함께 이용할 수 있는 패키지 형태로 서비스를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연회비를 받는 회원제 방식은 소비자의 충성도를 높여 우수한 유료 회원 확보에도 유리하다. 아마존은 이미 연 99달러를 내면 무료 배송과 음악·영화·책 등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유료 서비스 ‘아마존 프라임’을 제공하고 있다.

홍일유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쿠팡의 ‘적자 성장 전략’은 투자자들의 지원이 계속된다면 가능한 전략이다. 반대로 투자를 받지 못한다면 결국 쿠팡이 수익성을 따져야 할 시기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홍 교수는 “쿠팡이 그동안 적극 투자한 택배·물류 사업에서 결실을 내야 하고, 추후 쿠팡이 가진 온라인, 모바일 플랫폼에 어떤 비즈니스를 결합해 수익성을 낼 수 있을지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용선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