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상열 연세대 사회학과, NHN 공공광고 파트장, 앱디스코 실장, 스마일게이트 플랫폼 전략팀장 / 사진 이민아 기자
전상열
연세대 사회학과, NHN 공공광고 파트장, 앱디스코 실장, 스마일게이트 플랫폼 전략팀장 / 사진 이민아 기자

이름난 맛집을 찾아갈 때 우리는 마음의 준비를 한다. 음식을 입에 넣기까지 얼마나 많이 기다려야 할지에 대한 걱정이다. 수많은 사람 사이에서 입장을 기다리는 시간은 지루하다 못해 괴롭기까지 하다. 꿈쩍 않고 대기하다 보면 ‘이럴 시간에 다른 일을 할 수도 있었을 텐데’ 하는 후회가 절로 든다. 식당 주인 입장에서는 줄지어 기다리는 지친 얼굴의 손님은 기쁨이자 부담이다. ‘얼마나 기다려야 해요?’라는 질문을 하루에 수십, 수백 번을 받다 보면 식당 직원들은 금세 지쳐버린다.

창업 5년째인 스타트업 ‘나우버스킹’은 모두가 불편한 이런 상황을 식당 앞에 태블릿 PC를 두는 것으로 해결했다. 손님은 줄을 서서 기다리는 대신 태블릿에 휴대전화 번호를 입력하면 된다. 스마트폰 메신저 앱 카카오톡으로 ‘다섯 팀 남았습니다. 식당 앞으로 와 주세요’라는 메시지를 받을 수 있다. 손님은 하염없이 대기 줄에 서 있을 필요가 없어 좋고, 식당 주인은 식당을 찾는 손님에 대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어 좋다. 단골손님을 파악할 수 있게 되고, 이렇게 쌓인 데이터를 쿠폰 이벤트 등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다.

나우버스킹의 대기 고객 관리 서비스인 ‘나우웨이팅’은 2017년 시작한 이래 현재까지 1500곳의 가게가 이용하고 있다. 지금까지 이 서비스에 번호를 입력한 손님은 500만 명이다. 식당 주인이 나우웨이팅 이용료로 내는 돈은 매달 3만5000원. 지난해까지는 많은 손님이 이용하는 가게일수록 더 많은 요금을 내는 과금 방식이었지만, 올해부터는 정액 요금제로 바꿨다. 전상열 나우버스킹 대표는 “더 많은 가게에서 나우웨이팅을 이용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도입했다”라고 했다.

전 대표는 6월 9~11일 스타트업 경제사절단으로 선발돼 문재인 대통령의 핀란드 순방에 동행했다. 핀란드를 찾은 53개 스타트업 대표 중 5명만 초대된 대통령 국빈 만찬에도 이름을 올렸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 이수진 야놀자 대표 등과 함께였다.

출국 5일 전인 6월 4일, 전 대표를 서울 강남구 나우버스킹 사무실에서 만났다. 전 대표는 “나우웨이팅을 출시하고 나서 살이 8㎏이나 쪘다”고 했다. 나우웨이팅의 고객군이 맛있기로 소문난 식당들인 탓이다.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해 먹으면서 주인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찐 ‘사업 살’이다. 그는 “대기하는 손님의 불편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우웨이팅의 본질은 자영업자를 위한 서비스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핀란드 대통령궁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초대된 한국 스타트업. 왼쪽부터 이수진 야놀자 대표, 전상열 나우버스킹 대표, 김봉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우아한형제들 대표), 양승찬 스타스테크 대표, 이정수 플리토 대표. 사진 나우버스킹
핀란드 대통령궁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초대된 한국 스타트업. 왼쪽부터 이수진 야놀자 대표, 전상열 나우버스킹 대표, 김봉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우아한형제들 대표), 양승찬 스타스테크 대표, 이정수 플리토 대표. 사진 나우버스킹

나우웨이팅이 자영업자를 위한 서비스라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첫째, 직원들의 피로도가 줄어든다는 점이다. 하루 종일 ‘얼마나 기다려야 해요?’라는 질문만 받다 보면, 사람인지라 퉁명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또 직원이 ‘10분 기다리면 됩니다’라고 했는데 20분을 기다리게 되면 손님들이 짜증을 낸다. 나우웨이팅을 쓰면 식당 직원들이 이런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할 필요가 없다. 나우웨이팅에서 예상 대기 시간을 알려주고 실시간으로 앞에 몇 팀이 남아 있는지 보여 주니, 손님들이 알아서 밖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돌아온다. 직원들은 음식 서빙과 청소 등 서비스에 집중할 수 있다.”

손님이 번호를 입력하는 방식이니 데이터가 쌓이겠다.
“그렇다. 누적된 고객 데이터로 단골손님을 파악할 수 있다. 사람이 많이 찾는 맛집은 단골을 알아보기 쉽지 않다. 데이터 속 단골손님들을 VIP로 대접해 쿠폰을 발행하는 등 더 많이 오도록 유도할 수 있다. 또 가게를 자주 찾던 손님인데 갑자기 6개월 이상 방문하지 않는 경우, 재방문을 유도하는 쿠폰을 발행할 수도 있다. 또, 카카오톡을 이용하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가게에서는 고객과의 지속적인 소통 채널을 만들 수 있다.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맛집인 고기리막국수는 이런 소통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곳이다. 나우웨이팅을 이용했던 1만 명의 고객이 고기리막국수 계정을 친구로 추가해 소식을 받아보고 있다. 이것이 좀 더 발전하면, 하루 평균 고객 수를 파악할 수 있게 되니 식자재를 얼마나 준비해야 할지도 예측할 수 있다. 계절별 인기 메뉴, 시간대별 인기 메뉴 등의 통계 정보도 확인이 가능하다. 식당 주인 입장에서는 ‘우리 가게 빅데이터’를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IT 관련 경력을 쌓았는데, 어떻게 자영업자 대상 서비스로 눈을 돌렸나.
“특별히 ‘자영업자 관련 아이템으로 대박 내겠다’며 시작한 건 아니다. 인터넷상 배달 수요를 오프라인으로 전달하는 배달의민족 같은 서비스가 잘되는 것을 보고, 그다음에 잘될 만한 것은 무엇일까를 고민하다 찾은 것이 자영업자 관련 온라인 서비스였다. 오프라인에서 고객 데이터를 수집해 자영업자의 불편을 해결해주는 분야라고 생각했다. 사실 창업 초기에는 대중교통 관련 아이템을 생각했다. 그런데 대중교통은 이미 국가 차원에서 데이터를 관리하고 있어 개선의 여지가 많지 않았다.”

자영업자 대상 서비스를 개발할 때 어려움은 없었나.
“물론 있었다. 서비스 초기에 가게 사장들과 의견 차이도 꽤 있었다. 어떤 사장은 ‘나는 대기 번호 대신 손님의 이름을 불러주고 싶으니 휴대전화 번호와 함께 이름을 입력하게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IT 서비스를 운영하는 관점에서는 이름을 입력하면 개인 정보 보호 관련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고, 서비스 효율도 떨어지니 ‘하지 않는 게 낫겠다’고 설득했다. 하지만 그는 ‘이름을 불러주면 손님이 더 친근하게 느낀다’고 주장했고, 서비스에 결국 손님의 이름을 넣을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자영업자들의 불편을 해결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우리 목적이기 때문에, 그들의 목소리를 최대한 존중한다.”

‘자영업자를 존중해야 한다’는 원칙은 어떻게 갖게 됐나.
“‘식당의 모든 구성 요소에는 주인의 의도와 목적이 있다’는 점을 여실히 느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식당 입구에 놓인 ‘어서 오세요’라고 쓰인 발판을 보면서, ‘별로 예쁘지도 않고 촌스러운 발판은 왜 두는 거야’라고 생각할 수 있지 않나. 그런데 사실 알고 보면 이 발판은 렌털 업체가 매일 교체해주며, 식당의 위생 관리를 위한 것이다. 이런 건 식당 주인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기 전까지는 전혀 몰랐던 부분이었다.”

나우웨이팅은 맛집 외에도 대기 줄이 긴 모든 매장에서 쓸 수 있는 서비스 같다.
“물론이다. 고객사 중엔 볼링장도 있고, 새마을금고, 삼성전자 지점도 있다. 백화점에 입점한 식당에도 도입돼 있다. 줄 서서 기다리는 대신 쇼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인천공항 출입국 사무소에도 나우웨이팅이 설치돼 있다. 공항 측에서 공항에 상주하는 항공사 직원들의 출근에 필요하다며 계약하러 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