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8일, 일본 스즈키자동차의 스즈키 오사무(鈴木修·89) 회장이 쇼코지(聖光寺)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나가노(長野)현 치노(茅野)에 있는 쇼코지는 도요타자동차가 교통안전을 기원하기 위해 1970년 지은 사찰로, 이 날은 1년에 한 번 열리는 대법회일이었다. 사찰 인근의 휴양지인 다테시나산(山) 기슭에서는 일명 ‘다테시나 회의’라 이름 붙은 행사도 처음 열렸다. 원래 대법회는 도요타의 사장 등 고위 임원, 도요타 그룹 계열사나 판매점 수장이 모여 교통안전을 기원하는 도요타 내부 행사이지만, 올해는 스바루·스즈키·마쓰다 등 경쟁사의 CEO까지 집결했다.

회의 시작과 함께 도요타의 도요다 아키오(豊田章男·63) 사장이 말을 꺼냈다. “오늘은 마쓰다·스바루·스즈키도 와 있습니다. 도요타가 더 많은 이익을 못 내더라도 우리가 모두 함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웃음). 세 회사 사장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이 부분에선 더 경쟁하고 싶다’ ‘이 부분에서는 더 협조하고 싶다’는 게 있으면 꼭 말씀해 주세요.”

이후 한 달여가 지난 8월 28일, 도요타와 스즈키는 자본 제휴를 발표했다. 도요타는 이미 다이하쓰와 히노를 자회사로 두고 있고, 스바루·마쓰다와도 자본 제휴하고 있는 상태다. 여기에 스즈키까지 제휴하면서 연간 판매 1600만 대의 ‘도요타 연합군’이 탄생하게 됐다. 도요타가 1조1000억원(960억엔)을 출자해 스즈키 주식 5%를 갖고, 스즈키는 도요타 주식의 0.2%를 갖기로 했다.

자동차 업계에 제휴가 잇따르는 이유는 간단하다. 차량 전동화나 자율주행 기술의 진전 등으로 ‘100년에 한 번’ 온다는 변혁의 물결이 시장을 때리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의 자율주행 전문 자회사인 웨이모 등 IT 업계의 존재감도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 ‘제조업 맹주’였던 자동차 산업에서 어떤 업체도 지금의 변화에 혼자 대응할 자신이 없는 게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제휴를 통한 ‘나카마 즈쿠리(동료 만들기)’가 가속화하고 있다. 도요타 연합군, 혹은 ‘팀 도요타’에 담긴 큰 그림을 세 가지로 분석했다.


1│핵심·첨단기술을 공유
날로 커지는 연구개발비의 통합·효율화

도요타 연합에 스즈키가 들어간 것은 연구개발비 부담을 나누기 위해서다. 안전·환경·연비 규제가 갈수록 엄격해지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 더 많은 연구개발비를 써야 한다. 또 자동차가 점점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바뀌고 있고 가까운 미래에는 자율주행차량이 도입될 것이기 때문에 관련 기술 개발에 큰돈이 필요하다.

도요타의 작년 연구개발비는 11조6000억원(1조488억엔)으로 자동차 회사 가운데 폴크스바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그렇지만 충분치 않다.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전기차·자율주행 기술에 집중 투자하려면 다른 부문 개발비를 줄여야 한다. 게다가 스즈키·스바루·마쓰다 등은 작년 기준 연구개발비가 각각 1조원에서 2조원 사이다. 미래에 대비할 여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따라서 핵심 기술은 도요타가 개발해 공유함으로써 ‘규모의 경제’를 노리고, 또 도요타 이외 회사의 강점은 그 강점을 가진 회사가 집중 개발해 공유하겠다는 것이다. 도요타는 또 하이브리드 기술을 다른 회사에 줄 수 있다. 스즈키는 작은 차를 싸게 만드는 데 탁월하고, 마쓰다는 내연기관의 연비·성능 향상에 강하다. 스바루는 사륜구동 기술에 능하다.

팀 도요타에는 자동차 회사만이 아니라 부품 업체도 포함된다. 도요타 그리고 관련 부품 회사인 덴소·아이신의 연구개발비를 합치면 2018년 19조3000억원에 달했다. 여기에 도요타와 자본 제휴 관계인 자동차 3사까지 더하면 23조6000억원이다. 현대·기아차, 현대모비스 연구개발비 합계의 4.5배다.


2│차량 설계·생산의 차세대 이행
미국 도요타에서 스바루 만들고, 인도 스즈키에서 도요타 만든다

도요타는 이미 2012년에 TNGA(Toyota New Global Architecture)라는 레고블록형 설계 방식을 도입했다. 소형차, 대형차, 세단, SUV 할 것 없이 차량의 공통된 기능을 규격화해 개발 비용과 기간을 줄이는 방법이다. 이 기술이 무르익으면, 고급 기술과 좋은 부품을 쓰고도 차량 가격을 올리지 않을 수 있다. 그만큼 가격 경쟁력이 올라가면 판매가 늘어나는 선순환이 일어난다.

이미 도요타의 자회사인 다이하쓰는 DNGA(Daihatsu New Global Architecture)라는 레고블록형 설계 방식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이름만 다를 뿐 도요타 설계 방식이 확산되는 것이다. 도요타 설계 방식의 특징은 한 번 방식을 정하고 개발비를 투입할 때는 비용이 많이 들지만, 이후에 차종을 확대하거나 생산량을 조절하고 다변화할수록 추가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도요타의 레고블록형 설계 방식을 도요타 연합으로 확대한다면, 연합 전체의 개발비와 개발 기간, 생산 비용이 크게 줄어든다.

개발·생산이 규격화되기 때문에 미국 도요타 공장에서 스바루 차종을 생산하거나 인도 스즈키 공장에서 도요타 차종을 생산하는 게 지금의 같은 회사 내 공장에서 차종 변경하는 것보다 더 간단해진다.


3│자율주행·차량공유 시대 살아남기
도요타 연합 “업계에서 2·3곳만 살아남더라도 그중 하나는 우리”

현재 연간 1억 대 내외인 글로벌 신차 판매량이 앞으로 15~20년 내에 절반 이하로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차량공유나 자율주행 기술의 보급에 따라 차량 한 대당 사용률이 올라가면서, 그만큼 신차 수요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신뢰할 만한 품질에 저렴하게 차를 만들어낼 수 있는 업체만 살아남는다는 것.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2~3개 업체가 각각 연간 1500만 대에서 2000만 대 이상을 만들며 시장을 나눠 갖는다고 예측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스즈키 오사무 회장은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인터뷰에서 자본 제휴를 결단한 이유를 “100년의 대변혁기를 맞아 미래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원석 에디터

  • 목록
  • 인쇄
  • 스크랩
  • PDF 다운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