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용인에 있는 실내 스카이다이빙 시설에서 체험하고 있는 ‘이코노미조선’ 기자. 사진 독자 제공
경기 용인에 있는 실내 스카이다이빙 시설에서 체험하고 있는 ‘이코노미조선’ 기자. 사진 독자 제공

9월 14일 오전 11시 30분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플라이스테이션’. 높은 건물을 찾아볼 수 없는 외진 곳에 위치한 5층짜리 흰색 신축 건물에 들어서자 ‘실내 스카이다이빙(높은 상공에서 자유낙하해 지상 가까이에서 낙하산을 펴고 착지하는 운동)’이라는 문구가 보였다. ‘윈드 타워’라고 불리는 지름 3m, 높이 20m 규모의 원통 안에서 열 살 남짓의 어린이가 성인 남성과 함께 날아다니고 있었다. 윈드 타워를 둘러싸고 비슷한 나이대의 어린이 한 무리와 이를 지켜보는 부모들의 시선이 날고 있는 어린이를 쫓았다.

이곳은 2019년 1월 문을 연 실내 스카이다이빙 시설이다. 하늘 높이 올라가 비행기에서 뛰어내려야만 즐길 수 있는 스카이다이빙을 실내에서 체험할 수 있는 장소다. 하늘에서 땅으로 떨어지면서 하늘을 나는 진짜 스카이다이빙과는 달리, 실내 스카이다이빙은 바닥에서 천장으로 몰아치는 바람의 힘으로 난다. 윈드 타워에 들어가면, 바닥에서 나오는 강풍을 타고 몸이 하늘로 솟구치게 된다.

‘이코노미조선’ 기자도 이날 실내 스카이다이빙 체험을 했다. ‘무섭지 않겠느냐’는 주변의 만류에 겁먹은 채 이곳을 찾았지만, 막상 가니 어린이들도 타고 있어 안심하고 도전했다. 체험 시간 2분에 이용요금은 7만6000원(주말·공휴일 기준). 실제 스카이다이빙은 비용이 50만~80만원 정도 들고, 낙하산을 펴지 않는 자유낙하 시간은 1분 정도다.

오후 12시 30분으로 비행을 예약하자 30분 전인 12시에 코치가 크게 이름을 불렀다. 올바른 비행 자세와 비행 중 의사소통을 위한 수신호를 알려줬다. 비행 자세를 허투루 하면 제대로 날지 못하고 바닥에 가라앉기 때문이다. 비행 중 강풍 때문에 시끄러운 윈드 타워 안에서 비행을 도와주는 전문 코치를 따라 자세를 취해야 하므로 수신호를 배워야 한다.

몸을 보호하기 위한 고글과 귀마개, 헬멧을 착용하고 윈드 타워로 들어갔다. 시속 158㎞의 바람이 부는 바닥을 향해 코치의 손을 잡고 엎드렸다. 몸이 붕 떴고, 사람 키 높이 정도로 날았다. 볼살이 바람에 휘날려 입이 자동으로 벌어져, 입술을 앙다물어야 했다. 9월 초 한국에 상륙해 강풍으로 일부 지방에 큰 피해를 준 태풍 ‘링링’의 진행 속도가 시속 35㎞였다. 2분 동안 온몸으로 강풍에 맞서며 올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것은 어려웠다. 코치와 함께 20m 높이의 윈드 타워를 오르락내리락하며 날아다니는 것을 마지막으로 체험은 끝났다.

이처럼 실외 활동을 실내에서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시설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생겨나고 있다. 스카이다이빙을 비롯한 서핑·스노보드 등 야외 스포츠와 VR(Virtual Reality·가상현실)을 이용한 현실감 있는 탈 거리가 대표적이다. 날씨에 제약받지 않는다는 점, 서울 강남·신촌 등 젊은층이 많이 찾는 번화가나 서울 근교에 있다는 점이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실내 액티비티 같은 경우 배드민턴이나 수영 정도였는데 최근 소비자가 자신만의 취미를 갖는 것에 관심을 두기 시작하면서 흔하지 않은 실내 레저 활동을 찾아 나서고 있다”면서 “이 같은 소비자의 요구와 접근성 좋은 장소에 있다는 장점이 맞아떨어져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초보자도 쉽게 즐기는 인공 파도 서핑

바다에 가지 않고 겨울에도 마음껏 파도를 탈 수 있는 시설도 있다. 실내에서 인공 파도를 일으켜 서핑할 수 있도록 하는 시설인 경기도 일산의 ‘플로우 하우스’는 2015년 문을 연 아시아 최초의 실내 서핑 시설이다. 플로우 하우스에서는 실제 파도 대신 기계가 만들어내는 시속 27㎞의 인공 파도를 타며 서핑을 즐긴다. 2018년 용인에도 매장을 냈다.

서핑 경험이 없는 초보자도 전문가의 강습을 받아 쉽게 즐길 수 있다. 이용 금액은 2시간에 6만원(1시간 4만원)으로, 추가 비용을 내지 않고 전문가의 교육을 받을 수도 있다. 서핑복으로 갈아입고 안전교육을 받은 후 6~7명이 한 조가 돼 돌아가며 강습을 받는다. 코치는 초보자를 위해 보드에 올라서는 방법을 알려주고 파도에 익숙해질 때까지 줄을 잡고 연습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곳에서 만난 대학생 김소정(24)씨는 “파도에 맞서 흔들리는 중에 정면을 바라보기 위해 다리는 물론 온몸에 힘을 줘야 했다”면서 “초반 30분 동안은 파도에 휩쓸려 이내 물속에 처박히기 일쑤였지만, 바닥이 푹신해 아프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강습 후반부에 이르자 짧은 시간이라도 줄에 의지하지 않고 파도를 탈 수 있을 만큼 금세 실력이 늘었다”고 했다.


강남역 한복판에서 롤러코스터…VR 시설

놀이공원의 롤러코스터를 실내에서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VR 시설도 입소문을 타고 있다. 이런 VR 시설에는 안대처럼 눈에 둘러쓰는 VR 기기 그리고 움직이는 의자가 있다. VR 기기를 쓰면 롤러코스터에 탄 사람의 1인칭 시점으로 만들어진 영상이 재생된다. 기기를 착용한 후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면 실제로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아래를 내려다볼 수도, 양옆을 둘러볼 수도 있다. 움직이는 의자는 VR 기기의 화면 변화에 맞춰 실제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현실감을 더해주는 역할을 한다.

9월 18일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근처 VR 시설인 ‘콩 VR 테마파크’를 찾았다. 이곳에서 가상현실 롤러코스터 체험 프로그램인 ‘VR 롤러코스터’를 이용해봤다. 체험 시간 3~4분에 가격은 5000원이었다. 이용권을 구입한 후 직원 안내에 따라 움직이는 의자에 올랐다. 이 의자는 실제 롤러코스터 차량 모양이었다. VR 기기를 착용하자 눈앞에 롤러코스터 승강장 풍경이 펼쳐졌다.

영상에서 열차가 출발하자 선로 진행 방향에 따라 의자가 움직였다. 롤러코스터 속도가 빨라질수록 얼굴 앞에서 부는 바람이 강해졌다. 특히 열차가 높은 곳을 향해 올라가는 코스 초반부는 실제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긴장됐다. 다만, 열차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을 향해 내닫는 부분에서는 아쉬움이 있었다. 의자의 움직임이나 바람 세기가 실제 롤러코스터의 역동성을 그대로 재현하지는 못했다.

이 밖에 스노보딩, 암벽등반을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시설도 있다. 서울 강남구 언주역 인근에 있는 실내 스노보드 파크 ‘박봉레’에선 무더운 여름에도 스노보드를 탈 수 있다. 이용 요금은 평일 낮 기준 3만원이다. 이 시설에 실제 눈은 없다. 하지만 특수 소재(브러시) 바닥에 물을 뿌리는 것으로 눈 위에서 보드를 타는 느낌을 재현한다.

경기 고양·하남의 쇼핑몰인 스타필드 내에 위치한 ‘스포츠 몬스터’는 실내에 도입한 암벽등반과 집라인으로 인기다. 이용 요금은 2시간에 2만5000원으로 암벽등반과 집라인뿐 아니라 양궁, 농구, 사격 등 다양한 운동을 실내에서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