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민네이버 개발 파트, 카카오 개발 파트, 카카오 전사 해커톤 2회 연속 우승 /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심상민
네이버 개발 파트, 카카오 개발 파트, 카카오 전사 해커톤 2회 연속 우승 /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2015년 8월, 사명에서부터 ‘호갱(호구+고객) 취급받지 말자(No)’고 외치는 프롭테크(proptech·부동산+기술) 기업이 등장했다. 공급자가 주는 일방적 정보에 바보처럼 당하면 안 된다는, 어떤 단호한 결의가 느껴지는 회사 이름. 태생부터 고객 지향적일 수밖에 없는 이 업체에 수많은 이용자가 환호했다. 5년이 흐른 2020년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모바일 부동산 정보 앱(응용 프로그램)으로 주목받는 ‘호갱노노’ 이야기다.

호갱노노는 아파트 실거래가 정보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이용자 수로는 ‘직방’의 독주 체제가 여전하지만, 성장 속도로 줄 세우면 호갱노노가 단연 돋보인다. 앱 분석 업체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2019년 호갱노노의 안드로이드 기준 월간 이용자 수(MAU)는 1월 21만 명(5위)에서 12월 91만 명(2위)으로 11개월 만에 4.3배 급증했다. 지난해 말 구글플레이는 ‘2019년을 빛낸 일상생활 앱’으로 호갱노노를 선정했다.

호갱노노는 직방이 2018년 4월 지분 전량을 약 230억원에 사들인 뒤 폭풍 성장에 성공했다. 4월 21일 서울 서초동 본사에서 만난 심상민(38) 호갱노노 대표이사는 “직방과 호갱노노의 동거 2년은 매우 성공적이었다”며 “오롯이 서비스 품질 강화에만 집중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얻었다”고 했다. 심 대표는 조만간 타깃 광고 서비스 등을 선보여 수익성 강화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직방에 인수된 후 2년을 자평한다면.
“만족한다. 호갱노노는 처음부터 개발자 중심의 회사였고 지금도 그렇다. 18명의 임직원 가운데 11명이 개발자다. 직방은 우리가 서비스 개발에만 전력투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다. 덕분에 주간·월간 단위로 시스템을 업데이트하는 다른 앱과 달리 호갱노노는 하루에도 몇번씩 수정 사항을 배포한다. 연간 600회 이상 개선한다.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경영 관련 업무는 우리보다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직방이 맡아준다.”

사업적 시너지는 어떤가. 두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이 꽤 겹친다고 생각하는데.
“이쪽 사용자가 증가한 만큼 저쪽 사용자가 줄어드는 식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같은 시장에서 뛰지만 호갱노노와 직방의 서비스 콘셉트는 다르다. 예컨대 호갱노노는 앱에 접속하면 곧장 지도와 가격 정보부터 뜬다. 철저히 실거래가 정보 위주로 접근한다. 거기에 각종 분석 서비스가 따라붙는다. 직방은 평면도, 가상현실(VR) 정보 등의 콘텐츠에서 강점을 보인다. 두 회사가 잘하는 부분이 다르다. 주변 사람들에게 ‘호갱노노만 써달라’고 말하지 않는다. 실제로 많은 이가 집을 알아볼 때 한 가지 부동산 앱만 쓰지 않는다. 여러 서비스를 두루 활용하면서 가장 합리적인 결정에 다가가야 호갱이 되지 않는다. 그렇게 좋은 집 찾기에 성공한 사람은 부동산 정보 앱 시장을 또 찾는다. 경쟁사가 잘되면 호갱노노에도 좋은 일이라는 의미다.”

자신감의 다른 표현으로 들린다.
“정부가 2006년부터 공개하는 부동산 실거래가의 존재조차 모르는 사람이 수두룩하다는 사실을 알고 호갱노노 창업을 결심했다. 정체된 부동산 시장을 미약하게나마 바꾸겠다는 사명감으로 일해왔다. 지금은 많은 이가 실거래가 정도는 미리 파악한 다음 부동산 거래에 나서지 않나. 그런 분위기 조성에 호갱노노가 일조했다는 자부심을 느낀다. 자신감이기도 하다.”

앱 화면을 구성할 때 기준이 있나.
“작은 모바일 화면 속 정보가 사용자에게 직관적으로 읽힐 수 있는지 늘 점검한다. 꼭 필요한 정보가 가까운 곳에 있고 이용자는 그걸 곧바로 인식해 쓸 수 있는 기술. 스스로는 예술을 한다는 자세로 임한다. 단 하나의 정보도 그냥 노출하는 법이 없다. 가령 공원 면적을 표시할 때 ‘몇 ㎡’로 알려주면 읽는 사람으로선 와닿지 않는다. ‘여의도의 몇 배’ ‘축구장의 몇 배’로 표현하는 게 낫다. 인구 이동 정보도 예전에는 엑셀 형태로 제공했는데 읽기 힘들다는 의견이 많아 화살표로 표시한다. 아파트 단지 인근 학원가 정보도 호갱노노가 가장 먼저 제공했다. 철저히 사용자 관점에서 고민한 결과물이다.”

반대로 이용자들이 자주 불만을 제기하는 부분도 있나.
“아무래도 ‘이야기’ 카테고리에 대한 고민이 크다. 호갱노노 사용자는 모든 매물에 자신의 경험과 의견을 쓸 수 있다. 매일 수천 개의 글이 전국 아파트 단지에 등록된다. 댓글까지 합치면 1만 개 이상이다. 지금까지 쌓인 이야기는 130만 개를 웃돈다. 솔직한 리뷰가 많다는 건 분명 장점이다. 그런데 그 공간에서 사용자끼리 싸우는 경우가 있어 난감하다. 살아보지 않은 남의 단지에 찾아가 조롱하는 글을 쓰는 사람도 있다. 그런 걸 중재하는 게 굉장히 어렵다는 걸 느낀다. 이 분야 전문가를 채용하고 원활한 운영 방안을 계속 고민 중이다.”

지금까지는 투자로 성장했다. 이제 수익화를 고민해야 할 텐데.
“열심히 준비해왔다. 상반기 중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하는데,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타깃 광고다. 현재 포털 사이트의 부동산 카테고리에 광고를 내는 중개업자는 자신이 등록한 광고를 몇 명이 봤는지 알 수 없다. 광고 효과를 모르는 상태에서 내라는 광고료를 무조건 내는 것이다. 우리는 중개업자가 특정 매물에 관심 있는 사람에게 맞춤 광고를 하도록 할 방침이다. 비용은 사용자가 실제 광고를 본 실적에 따라 결정한다. 다른 하나는 매물 가격을 집주인이 직접 정해서 올리는 서비스다. 현재 구조에서는 중개업자가 집값 설정에 개입하는 경우가 많지 않나. 이 과정에서 종종 발생하는 집주인과 중개업자 간의 갈등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집주인이 직접 올린다고 해서 중개업자를 건너뛴다는 뜻은 아니다. 아직 구체적으로 밝히긴 어렵지만, 시장에 신선한 충격을 줄 서비스들이다.”

직방이 원하는 손익분기점(BEP) 돌파 시점은 언제인가.
“놀랍게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대화가 없다. (직방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줘서 좋다. 운영비 측면에서 큰 부담이 없는 호갱노노의 특성도 긴 호흡 유지를 가능케 한 요인이라고 본다. 우리 전체 인력이 18명이라고 하지 않았나. 이 숫자도 최근 많이 늘린 거다. 지난해 TV에 광고 낼 때 구성원은 10명이었다. 앞으로도 인원은 크게 늘릴 생각이 없다. 투자자들에게도 말했다. 적은 인원으로 탄탄한 서비스를 만들겠다고. 재밌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2017년에 23억원을 투자받았다. 이후 2018년 직방에 인수될 때까지 쓴 돈이 2억원 정도였다. 사람 적고 운영비·마케팅비 많이 안 쓰니까 투자금이 엄청나게 남은 것이다.”

투자자가 좋아하겠다.
“좋아할 수밖에(웃음). 서비스 규모에 비해 오래 버틸 수 있는 회사 구조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