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메르세데스-벤츠
사진 메르세데스-벤츠

“차는 역시 벤츠지.” 자동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누군가 꼭 하는 말이다. 지난 130여 년간 내연기관 시대를 지배한 메르세데스-벤츠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 회사가 드디어 전기차를 내놓았다. 과연 메르세데스-벤츠의 첫 전기차는 느낌표일까, 물음표일까.

더 뉴 EQC 400의 첫인상은 둥글둥글하다. 후드와 도어 캐릭터 라인은 날카롭지만, 차량 형태나 곳곳의 디자인 요소가 부드러운 곡선을 추구한다. 플랫폼을 공유하는 GLC가 탄탄한 근육질 몸매라면, EQC는 한결 푸근한 인상이다.

앞모습은 고광택의 검정 패널이 거대한 삼각별 로고와 라디에이터 그릴을 감싸고 있으며, 좌우 헤드램프를 한 덩어리로 잇고 있다. 상대적으로 옆·뒷면은 다소 밋밋하다. 물방울 같은 매끄러운 형태에서 얇고 길게 이어진 리어램프만이 존재감을 뚜렷이 드러낸다.

애초 실내는 전기차 특유의 대담하고 미래 지향적인 이미지를 기대했다. 하지만 문을 연 후 두 눈을 의심했다. 메탈 도금 처리된 송풍구만 다를 뿐, 굉장히 익숙했다. 고급스러운 소재를 비롯해 전반적인 인테리어 구성과 핵심 디자인 요소가 기존 차량과 차이가 없다.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강하다’며 긍정적으로 해석하려 했으나, 뒷좌석에서 이내 또 실망했다.

EQC는 앞뒤 두 개의 전기모터가 네 바퀴를 굴린다. 사륜구동임에도 드라이브 샤프트가 없다. 그러나 뒷좌석 센터 터널은 불쑥 솟아 있다. 이는 배터리로 인해 상대적으로 줄어든 공간을 더 좁게 한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 아닌 기존 플랫폼을 사용한 결과다. 130여 년 자동차 장인도 전기차를 만드는 노하우는 아직 부족하다.

운전석으로 돌아와 본격적인 시승에 나섰다. 전기차답게 미끄러지듯 부드럽게 출발했다. EQC는 최고출력 408마력, 최대토크 77.4㎏·m의 강력한 성능을 자랑한다. 시작부터 최대토크를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의식해서 운전하지 않으면 금세 제한 속도를 넘는다.

운전 감각은 다른 전기차보다 이질적이다. 소리 없이 바깥 풍경만 훅하고 지나간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아도 EQC의 전기모터는 날카로운 굉음을 내지 않는다. 그저 낮고 가벼운 소리만 전한다. 바람을 가르는 풍절음이나 바닥에서 올라오는 노면 소음도 잘 잡아냈다. 그 정숙함은 여타 전기차와 차원이 다르다.

사실 EQC의 공차 중량은 2.4t에 달한다.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맞먹는 수준이다. 그러나 강력한 파워트레인 덕분에 부담스럽지 않다. 오히려 무게 중심이 낮아 고속에서는 더 없이 안정적이다. 급격한 방향 전환에도 흔들림 없이 자세를 잡아주며, 고속에서 묵직한 승차감은 평온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운전의 즐거움’에 취해 이리저리 달리다 보니 배터리가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전기차의 성능과 효율은 반비례 관계일 수밖에 없다. EQC는 국내 출시 당시 심각한 논란에 휩싸였다.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는 300㎞를 넘기지만, 영하 7도 이하 저온에서는 171㎞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환경부 전기차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최근 소프트웨어를 개선해 저온 주행 성능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판매량은 바닥이다.

EQC는 아직 삼각별이 어색하다. 브랜드 첫 전기차이기에 부족한 점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전기차 시대가 낯선 메르세데스-벤츠의 현재를 잘 드러낸다. 하지만 EQV를 필두로 EQS, EQA, EQB 등 새로운 전기차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삼각별의 전기차 시대는 이제 시작이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첫 전기차 ‘더 뉴 EQC’ 400. 사진 메르세데스–벤츠
메르세데스–벤츠의 첫 전기차 ‘더 뉴 EQC’ 400. 사진 메르세데스–벤츠
1 더 뉴 EQC 400 실내. 사진 메르세데스–벤츠2 충전 호스를 차량에 꽂아 충전하는 모습. 사진 메르세데스–벤츠3 더 뉴 EQC 400 뒷모습. 사진 메르세데스–벤츠
1 더 뉴 EQC 400 실내. 사진 메르세데스–벤츠
2 충전 호스를 차량에 꽂아 충전하는 모습. 사진 메르세데스–벤츠
3 더 뉴 EQC 400 뒷모습. 사진 메르세데스–벤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