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한 챗봇 상담 서비스가 ‘콜센터 대란’ 빈자리를 메우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한 챗봇 상담 서비스가 ‘콜센터 대란’ 빈자리를 메우고 있다.

대학생 최진영(25)씨는 사용하던 스마트폰이 고장 나서 삼성전자서비스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콜센터 상담원이 많이 줄어 전화 상담 진행이 어려웠다. 수리법을 찾아 인터넷 검색을 이어 가던 최씨 눈에 들어온 건 ‘챗봇(chatbot·사용자와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구현된 프로그램) 상담 서비스’였다.

삼성전자 인공지능(AI) 로봇 ‘써비’가 메신저창에서 대화하면서 문의 사항에 답변한다. 기존 전화 상담이나 자동응답시스템(ARS) 상담엔 없던 직관적인 사진과 영상으로 답변해줘 만족도가 높았다. 최씨는 ‘챗봇’을 통해 고장 난 스마트폰을 어떻게 고쳐야 할지 의문을 해결했다.

고객 상담 서비스 방식으로 챗봇을 도입하는 공공기관과 민간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3월 9일 서울시 구로구의 한 콜센터에서 코로나19 집단 감염 사태가 발생하며 기존과 같은 상담 인력 운영이 어려워지면서다. 반면 언택트(untact·비대면) 서비스가 부상하며 상담 수요는 급증했다. 상담원과 한 번 연결하려면 30분 넘게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이어지자, 대안으로 챗봇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처럼 챗봇 도입이 늘어난 데는 기술 발전도 한몫했다. 과거의 챗봇은 특정한 명령어를 입력하면 정해진 답변을 기계적으로 송출하는 방식이 대부분이었다. 챗봇과 고객 간에 상호 대화가 이뤄진다기보다는 ‘보이는 ARS’에 가까워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어려웠다. 그러나 최근 AI 기술을 접목한 챗봇이 속속 개발되며 ‘상담원과 대화하는 것처럼’ 질 높은 서비스가 가능해졌다.

국내 챗봇 서비스의 선두 주자는 네이버와 카카오다. 네이버는 자회사인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NBP)’을 중심으로 챗봇 AI와 엔진을 개발하고 있다. 자사의 방대한 검색 데이터를 바탕으로 2018년 6월 ‘클로바 챗봇 빌더’를 개발했다. 이 챗봇 빌더를 사용하면 개발자가 아닌 일반 사용자도 쉽고 빠르게 챗봇을 만들고 서비스할 수 있다. 네이버는 현재 라인 메신저와 네이버톡톡 등에 챗봇을 활용하고 있다. 네이버톡톡 챗봇은 간단한 반복 질문을 자동으로 해결해주고, 스스로 추가 답변을 세팅할 수 있는 챗봇 에디터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사업자의 경우 24시간 답변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고객 응대의 질을 높일 수 있게 됐다.

카카오는 2018년 자사의 인터넷 전문은행 카카오뱅크의 고객센터 역할을 하는 상담 챗봇을 출시했다. 기본적인 상담 업무를 할 뿐만 아니라 금융 용어를 설명해주고 예・적금, 대출 상환 금액, 해외 송금 환율 등의 계산기까지 탑재해 호평받았다. 카카오 관계자는 “사업 초기에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데이터를 확보하고 꾸준히 기능을 고도화했다”며 “이젠 온라인 고객 상담의 35%를 챗봇으로 해결한다”라고 했다.

카카오도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챗봇 개발 플랫폼 ‘카카오 i 오픈빌더’를 2018년 8월에 내놨다. 주로 기업 고객이 활용하는 ‘카카오톡 채널’에서 특히 활용도가 높아, 2019년 말 기준으로 약 1만7000개의 카카오톡 챗봇이 운용되고 있다. 24시간 고객 상담이 가능한 ‘상담 챗봇’, 원격으로 음료수를 주문·결제하는 ‘챗봇 주문’, 쇼핑몰 구매·배송 내역을 조회하고 상품 검색과 구매까지 할 수 있는 ‘챗봇 쇼핑’이 대표적이다.


왼쪽부터 지난 3월 10일 대한항공이 운영 개시한 카카오톡을 이용한 챗봇(chatbot) 상담 서비스 ‘대한이’, 삼성전자 챗봇 서비스로 스마트폰 상담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 연합뉴스·조강휘 인턴기자
왼쪽부터 지난 3월 10일 대한항공이 운영 개시한 카카오톡을 이용한 챗봇(chatbot) 상담 서비스 ‘대한이’, 삼성전자 챗봇 서비스로 스마트폰 상담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 연합뉴스·조강휘 인턴기자

다양한 챗봇 솔루션 등장

그러나 챗봇 개발 플랫폼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과 부족한 상담 인력을 대신할 정도의 고도의 챗봇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자칫하면 똑똑하지 못한 챗봇이 고객 불만을 더 키울 위험성도 있다. 삼성전자와 같은 대기업은 대화 기능에 동영상 가이드까지 제공하는 자체 챗봇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지만, 대부분의 기업이나 공공기관은 닿기 어려운 영역이다. 이에 챗봇 서비스를 개발하는 정보기술(IT) 기업을 찾아 ‘맞춤형 챗봇’을 의뢰하는 수요도 많아지고 있다.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챗봇 사업을 시작한 한국 1세대 챗봇 업체 와이즈넛은 최근 서울시 대표 안내 콜센터 120 다산콜센터 ‘서울톡’과 인천국제공항공사 ‘에어봇’, 신한은행 ‘쏠메이트 오로라’ 등 대화형 AI 챗봇 구축을 완료했다. 강용성 와이즈넛 대표는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 금융권, 대기업, 교육계, 공공기관 등 많은 기업과 기관의 챗봇 도입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며 “현재까지 10여 건의 챗봇 공급 계약을 했다”고 말했다.

AI·데이터 전문 기업 솔트룩스는 정해진 질문에 답변만 할 수 있던 기존 챗봇의 한계를 뛰어넘어 지식 기반의 심층 대화가 가능한 3세대 AI 챗봇 서비스 ‘톡봇(TalkBot)’을 개발해 출시했다. 이 기술은 대화에 필요한 다양한 내용을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고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질문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해 이에 맞는 답을 할 수 있다. 질문과 답변에 관한 정보가 쌓일수록 챗봇 대화의 정확도가 더욱 높아진다.

또한 하나의 챗봇을 개발하면 카카오톡, 라인, 페이스북 등 다양한 채널에서 동시에 사용할 수 있다. 또 개별적으로 개발된 챗봇을 하나의 그룹으로 묶어 사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축적된 상담 내용을 재활용할 수 있어 유사한 챗봇을 다시 개발하지 않아도 돼 비용 절감과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다.

서정연 서강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사태로 사람들이 언택트 서비스에 익숙해졌다”라며 “사람들이 챗봇 서비스를 쓰면서 챗봇 프로그램에 익숙해지고 사용을 편하게 느끼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챗봇이 더욱 활성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