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웅성균관대 경영학, 대우증권 / 사진 심플프로젝트컴퍼니
김기웅
성균관대 경영학, 대우증권 / 사진 심플프로젝트컴퍼니

여러 사업자가 주방 설비와 기기가 갖춰진 공간을 함께 사용하는 공유주방이 등장하면서 요식업 창업 문턱이 낮아졌다. 요식업 창업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초기 투자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기 때문에 공유주방에서의 창업은 매력적일 수 있다. 하지만 국내 최초 공유주방인 ‘위쿡’은 입점 문턱을 높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위쿡 운영사 심플프로젝트컴퍼니의 김기웅 대표는 11월 24일 ‘이코노미조선’과 화상 인터뷰에서 위쿡에서 요식업 창업을 하겠다는 이들에게 일단 “다른 일을 하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공유주방에 들어온 푸드 메이커(요식업 스타트업·사업자)가 망하면 위쿡도 망하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위쿡 공유주방을 이용하는 푸드 메이커는 현재 400여 개로 국내 최고 수준이다. 이들과 한배를 탄 김 대표에게 공유주방에서의 요식업 창업에 관해 물었다.


요식업 창업 문턱을 낮추는 게 공유주방의 핵심 아닌가.
“위쿡은 식당 주인을 양산하는 것을 지양한다. 오히려 ‘식당을 차리지 말라’고 강조한다. 위쿡은 국내 최초 공유주방 스타트업이자, 국내 최초 키친 인큐베이팅(kitchen incubating) 스타트업이기도 하다. 요식업은 장사가 아닌 사업이다. 기업가 정신을 가진 사람이 요식업을 해야 한다는 게 위쿡의 철학이며, 기업화가 가능한 푸드 메이커를 인큐베이팅하는 게 위쿡의 핵심 사업이다. 위쿡을 시작하고 처음 미국 출장을 갔을 때 가장 놀랐던 점은 현지 외식 업자 대부분이 기업가 정신을 말한다는 점이었다. 그들은 작은 식당 하나를 운영하더라도 사업으로 보고, 기업처럼 운영한다.”

포화상태인 요식업 시장에서 활약할 신생 기업을 육성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요식업은 콘텐츠 사업과 비슷하다고 본다. 최근 하나의 탄탄한 브랜드가 음식점업과 식품제조·가공업을 넘나드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는 콘텐츠 사업 전략인 ‘원소스멀티유즈(one source multi use)’가 아닌가. 위쿡도 인큐베이팅한 푸드 메이커의 제품을 유통하는 데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한다. 가령, ‘맵데이’는 처음에 배달형 공유주방에서 배달 음식점으로 시작해 제조·유통형 공유주방으로 옮겨 시제품 생산을 진행했고, 현재 온라인 오픈마켓에서 가정간편식(HMR) 제품을 판매 중이다.”

인큐베이팅 성공 사례를 더 소개하자면.
“식당형 공유주방인 ‘부타이’와 ‘단상’이 성업 중이다. 부타이도 단상도 ‘무대’라는 뜻이다. 인큐베이팅한 푸드 메이커의 데뷔 무대라는 의미다. 부타이와 단상은 엄브렐러 브랜드(umbrella brand)라서 입점한 푸드 메이커에 따라 다른 메뉴가 제공된다. 현재 단상에서 낮에는 육회 비빔밥, 밤에는 내추럴 와인과 한식 기반의 스몰 플레이트를 판매하고 있다. 제조형 공유주방을 이용하는 팀에 사업 계획부터 연구·개발(R&D), 브랜딩, 위생 관리, 전문가 연결을 비롯해 펀딩 플랫폼 ‘와디즈’와 제휴를 통해 시제품 출시까지 사업화 일체를 지원한다. 제조형 공유주방에 입점한 단백질 바를 만드는 ‘솔직단백’이라는 푸드 메이커는 위쿡의 인큐베이팅을 통해 매달 수천만원대 매출을 올리는 브랜드로 성장했다.”

인큐베이팅 사업의 수익 구조는 어떠한가.
“인큐베이팅 대상 푸드 메이커 매출의 일정 부분을 수수료로 받는 구조다. 공유주방에 들어온 푸드 메이커 매출이 0원이면 위쿡 매출도 0원이다. 최소한의 고정 수수료도 받지 않는다. 그래서 푸드 메이커 사장님들께 항상 이야기한다. ‘사장님이 망하면 위쿡도 망한다’고. 배달형 공유주방의 경우 매출이 낮은 푸드 메이커에 더 높은 수수료율을 적용한다. 빨리 매출을 높이거나 빨리 사업을 접으라는 거다. 푸드 메이커는 공유주방에서 적은 실패 비용을 내고 망하거나, 빠른 검증 과정을 거친 후에 공유주방을 나가 공장화로 가야 한다. 위쿡은 공유주방을 떠난 홀로서기를 하는 푸드 메이커를 대상으로 지분 투자를 하거나 총판사 역할을 하면서 수익 모델을 다각화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수익이 날까.
“앞으로 위쿡의 핵심 사업은 두 가지가 될 것이다. 하나는 액셀러레이터(accelerator·투자육성 회사)로서 경쟁력이 높은 푸드 메이커를 성장시키고 배출하는 사업이다. 다른 하나는 요식업 비즈니스 플랫폼이다. 현재 요식업을 하고 있거나 창업할 때 필요한 정보와 서비스 전부를 제공하는 것이다. 가령, 음식점을 창업하려는 사람이 인테리어업자를 찾을 때를 가정해보자. 지인에게 추천을 받거나 황학동 주방가구 거리에서 발품을 팔아야 한다. 설비뿐만 아니라 신메뉴 개발부터 메뉴판 하나 바꾸는 데도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를 찾는 일이 간단치 않다. 위쿡이 푸드 메이커를 검증하는 것처럼 요식업 사업 전반에 필요한 리소스를 제공하는 파트너를 검증해서 푸드 메이커와 연결하는 플랫폼을 만들려는 것이다. 일정 부분은 현재도 하고 있다. 인큐베이팅 대상 푸드 메이커에 브랜딩이나 온라인 오픈마켓 운영 방법, 위생 관리 등과 관련된 파트너를 연결해주고 있다. 향후 3년 내 요식업을 하거나 창업을 하려는 사람이 네이버에서 검색하지 않고 위쿡을 찾게 하는 게 목표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배달형 공유주방 ‘위쿡 딜리버리’, 식당형 공유주방 ‘부타이’, 위쿡이 인큐베이팅한 HMR 브랜드 ‘맵데이’의 제품. 사진 심플프로젝트컴퍼니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배달형 공유주방 ‘위쿡 딜리버리’, 식당형 공유주방 ‘부타이’, 위쿡이 인큐베이팅한 HMR 브랜드 ‘맵데이’의 제품. 사진 심플프로젝트컴퍼니

해외 진출 계획은.
“이르면 연내 일본에 진출할 계획이다. 일본은 배달 음식의 불모지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일본인이 배달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일본에 진출했다 철수한 경험이 있는 ‘배달의민족’도 일본 재진출 계획을 밝혔다. 현재 일본에서 우버이츠에 업체 등록을 하려면 대기 업체 수가 많아서 반년이나 걸린다고 한다. 배달 음식 시장의 경우 한국보다 해외에서 성장 가능성이 더 큰 상황이다.”

김 대표는 7년간 근무하던 증권사를 나와 도시락 전문점을 창업한 경험이 있다. 일본의 장기 불황 속에서도 HMR인 도시락 판매가 꾸준히 성장한 사례를 분석한 보고서를 본 것이 계기였다. 매출은 나쁘지 않았지만, 영업이익률이 저조했다. 배달 기사 인건비 등 고정비가 문제였다. 김 대표는 “당시에 위쿡 같은 업체가 있었다면 시행착오를 확실히 줄였을 것”이라며 “지금 다시 도시락 전문점 사업을 한다면 배달 판매를 하지 않고 공장화 단계로 갔을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의 도시락 전문점 사업 실패는 위쿡 창업의 밑거름이 됐다.

공유주방 입점이 쉽지 않을 것 같다.
“배달형 공유주방 입점이 특히 어렵다. 공유주방에 입점한 푸드 메이커를 위쿡이 지원하는 형식이기 때문에 실패할 가능성이 큰 푸드 메이커가 들어오면 위쿡이 손해를 본다. 그래서 위쿡 영업팀은 ‘요식업 대신 다른 사업을 하라’라는 말을 많이 한다.”

어떤 창업자에게 위쿡을 추천하나.
“스타트업에 투자할 때 대표를 본다는 말을 많이 한다. 이처럼 위쿡도 인큐베이팅할 푸드 메이커를 정할 때 창업자의 의지를 본다. 단순히 음식점을 운영하겠다는 게 아니라, 사업으로 보고 확장해나갈 역량을 지닌 창업자여야 한다. 사실 아이템은 중요하지 않다. 위쿡이 요리법을 만들어 줄 수도 있다. 요식업 경험이 전혀 없었던 푸드 메이커가 성공한 사례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