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건설의 경기도 안산 ‘그랑시티 자이’ 아파트 조감도. 이 곳에는 30개동 7653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단일 규모로 국내에서 가장 큰 아파트 단지가 될 전망이다. <사진 : GS건설>
GS건설의 경기도 안산 ‘그랑시티 자이’ 아파트 조감도. 이 곳에는 30개동 7653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단일 규모로 국내에서 가장 큰 아파트 단지가 될 전망이다. <사진 : GS건설>

지난 14일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사동 GS건설의 ‘그랑시티 자이(Xi)’ 아파트 건설 현장. 기초 지반을 만들기 위해 땅을 파는 토목 공사와 아파트를 지탱하는 말뚝(파일)을 지하 암반까지 박는 파일 공사가 한창이었다. 항타기(말뚝박는 기계)가 지하 20m까지 구멍을 뚫어 암반까지 도달하면 크레인이 파일을 삽입했다. 아파트 1개동에 이런 파일이 600개나 들어간다. 바로 옆에선 굴착기가 평탄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랑시티 자이는 이제 막 착공에 들어가 공정률은 10%. 현장은 건설 자재, 운반로, 가설 건물, 펜스 등이 깔끔하게 정리돼 있었다.


도면보다 소비자 편리성 고려해 건축

이태승 GS건설 그랑시티 자이 현장 소장은 “GS건설의 강점은 건설 현장 직원들이 공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다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품질을 높이고 공사 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안전까지 챙길 수 있다”고 말했다.

GS건설의 그랑시티 자이에는 아파트 30개동(7653가구)이 들어선다. 단일 규모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아파트 단지다. 총사업비는 3조7000억원이고, 총면적은 22만㎡(약 6만6550평, 축구장 30개 넓이)에 달한다. 지난해 10월 1단계 사업(16개동)이, 올해 6월에는 2단계 사업(14개동)이 공사에 들어갔다. 분양률은 100%이고, 2020년 10월 완공 예정이다.

GS건설의 성장이 가파르다. GS건설은 2014년 흑자 전환 후 2015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 매출 10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에는 매출 11조355억원, 영업이익 142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4.4%, 17.1%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매출 5조3455억원, 영업이익 1449억원을 기록하며 호실적을 이어 가고 있다.


성장비결 1 | 건설 현장 권한 강화

GS건설의 경쟁력은 건설 현장에서 찾을 수 있다. GS건설은 본사에서 현장을 간섭하지 않는다. 본사에서 프로젝트를 따내고 공사가 시작되면 모든 권한은 현장 조직에 있다. 때문에 현장 직원들이 본사 눈치를 보지 않는다. 공사 자체에만 집중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효율성을 높여 공사 기간을 단축시키는 효과를 낸다.

본사와 건설 현장 조직 간 원활한 커뮤니케이션도 강점이다. 현장에서 공사 기간이 연장될 수 있다고 본사에 보고하면 본사는 그 이유가 타당하면 받아들인다. 무조건 정해진 기간에 공사를 마무리하라고 다그치지 않는다. 또 공사 도중 어려움이 생기면 본사가 바로 나서서 조치를 취한다. 안산 그랑시티 자이의 경우, 건설 현장이 해수호인 시화호와 가까워 바닷물에 의해 건설 자재가 부식될 우려가 제기됐었다. 그러자 GS건설 본사는 현장 곳곳에 바닷바람을 막을 수 있는 나무를 심어 부식 문제를 해결했다.

GS건설은 도면 그대로 공사하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소비자서비스(CS)팀을 두고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어떻게 건물(아파트 등)을 지으면 고객이 보다 편하게 생활할 수 있을지를 조사한다. 때문에 아파트 건설 도면을 고객이 원하는 방향으로 바꾸는 것은 GS건설에서는 흔한 일이다. 공사에 들어갔다 해도 마찬가지다. 모델하우스 등에 전문가를 두거나 주부 모니터단을 운영해 개선해야 할 부분을 찾으면 바로 건설 현장에 반영한다. 이를 위해 수시로 발생하는 도면 수정, 변경 사항을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는 ‘모바일 협업 시스템’을 도입했다. GS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소장은 물론 시공 담당 기사가 태블릿 PC를 들고 다니는 이유다.


성장비결 2 | 아파트 브랜드 ‘자이’급성장

GS건설은 업계 1등 아파트 브랜드 ‘자이(Xi)’를 바탕으로 성장했다. GS건설은 2002년 아파트 자이를 선보였다. 자이는 아파트 브랜드로는 후발 주자였지만 확고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구축하며 고급 브랜드로 올라섰다. 당시 브랜드 자이의 구상은 혁신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파트 브랜드에 건설사 이미지와는 전혀 관계없는 영문 상징어만 사용한 것은 전례가 없는 모험이었기 때문이다. 자이는 업계 최초로 홈 네트워크 시스템을 도입했고, 아파트의 개념을 단순 주거 공간에서 고급 라이프스타일 실현 공간으로 바꿔놨다.

이후 자이는 GS건설의 성장을 견인했다. 자이를 앞세운 GS건설의 주택 부문 매출은 2002년 7800억원에서 8년 후인 2010년 2조3500억원으로 세 배 가까이 늘었다. GS건설의 전체 매출도 같은 기간 3조1000억원에서 8조4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자이의 경쟁력은 2015년 GS건설이 기록한 재건축 재개발 수주 성과에서도 나타났다. GS건설은 강남 재건축 시장의 향배를 가를 서초 무지개아파트를 수주하는 등 총 27개 프로젝트 시공사 선정에 참여해 27개를 모두 수주했다. 2015년 27전 27승 승률 100%라는 놀라운 성적이었다. 특히 서초 무지개아파트의 경우 경쟁사보다 비싼 공사비를 써내고도 수주해 자이 브랜드 파워를 확인할 수 있었다.

올해 초 완공한 서울 종로구 경희궁 자이도 GS건설의 자이 브랜드 파워를 잘 보여준다. 경희궁 자이는 반포 자이(2009년 완공)를 잇는 GS건설의 대표 아파트로 ‘자이 브랜드 자체가 프리미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을 정도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경희궁 자이는 입주도 하기 전에 이미 강북 최고가 아파트라는 명성을 얻었다. 실제 경희궁 자이는 입주를 앞두고 매매 가격이 서울 강북권에서 최초로 3.3㎡(1평)당 3000만원을 넘어섰다. 경희궁 자이의 이 같은 프리미엄은 종로구 전체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칠 만큼 파급력이 컸다. 정부의 11·3 부동산 대책 이후 올해 초까지 강남 3구 아파트 가격이 0.46% 떨어지는 가운데서도 종로구는 3.3㎡당 아파트 가격이 0.68% 올랐다. ‘4대문’이라는 뛰어난 입지뿐만 아니라 자이의 브랜드 파워가 어우러진 결과였다.

GS건설은 지난해 건축을 포함한 주택 부문에서 매출 4조813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GS건설 전체 매출의 43.6%에 달한다. GS건설의 핵심 사업은 크게 주택·건축, 플랜트, 인프라, 전력 부문으로 나뉜다.


GS건설은 지난해 3월 싱가포르에서 14억6000만달러 규모의 빌딩형 차량기지 공사 ‘T301 프로젝트’를 단독 수주했다. <사진 : GS건설>
GS건설은 지난해 3월 싱가포르에서 14억6000만달러 규모의 빌딩형 차량기지 공사 ‘T301 프로젝트’를 단독 수주했다. <사진 : GS건설>

성장비결 3 | 해외 시장 다변화

GS건설은 2013년 영업손실 9354억원을 기록했다. 창사 이래 처음 기록한 적자다. 저가 수주와 국제 유가 하락으로 인한 해외 플랜트 시장 악화가 주요 원인이었다.

GS건설은 재빠르게 재무구조 개선에 들어갔다. 동시에 수익성 위주의 수주 활동을 펼쳐나갔다.

우선 비핵심 자산을 매각했다. 2013년 서울 문정동 롯데마트 부지를 매각했고, 2014년에는 서울역 본사 사옥, 종로 그랑서울 빌딩, 2015년에는 삼성동 파르나스 호텔을 팔았다. 대규모 유상증자(2014년 5520억원 유입)도 단행했다.

해외 플랜트 부문 손실도 줄여 나갔다. 현재 GS건설의 저수익성 현장은 대부분 마무리된 상태다. 오경석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11월 기준 GS건설의 저수익성 현장은 쿠웨이트 와라 압력 유지 시설, 사우디아라비아 PP12 복합화력발전소 2기로 파악된다”며 “실질적인 공사는 완료됐고 예비공증서 승인 등이 남은 상황으로 추가 공사원가 투입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플랜트 부문 매출 총이익률은 올해 -10.2%에서 내년 -1.5%로 대폭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플랜트 손실 축소만으로도 GS건설 전체 이익률 회복 기여도가 상당하다. GS건설은 지난해 플랜트 부문에서만 영업손실 4561억원을 기록했다.

GS건설은 과거 중동 중심 수주에서 벗어나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등 해외 시장 다변화 전략도 펼치고 있다. GS건설은 지난해 3월 싱가포르 육상교통청(LTA)이 발주한 14억6000만달러(약 1조7000억원) 규모의 빌딩형 차량기지 공사 ‘T301 프로젝트’를 단독 수주했다. 싱가포르는 엄격한 유럽식 입찰·시공 관리 제도를 운영하고 있어 고도의 기술력과 사업 수행 경험을 가진 선진 건설 업체들의 각축장이라고 할 만큼 까다로운 시장이다.

GS건설 관계자는 “까다롭기로 유명한 싱가포르 건설 시장에서 환경, 안전, 공정 등 3박자를 고루 갖춘 탁월한 시공 관리 능력을 인정받았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GS건설은 T301 프로젝트 수주에 앞서 2015년 5월 싱가포르 건설청이 주관하는 기업 단위 환경인증제도에서 최고 등급을 획득했다. 7월에는 C911 차량기지 프로젝트를 계약 준공일에 맞춰 완료했다. 이는 싱가포르 전체 지하철 프로젝트 중 유일하게 공사 기간 연장 없이, 오히려 6개월 단축한 사례다. 9월에는 육상교통청이 주관하는 안전경진대회에서 C925 차량기지 프로젝트가 대상을 수상했다.

GS건설은 지난해 12월에는 아프리카 남부에 위치한 보츠와나에서 5억6000만달러(약 6600억원) 규모의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보츠와나는 대부분의 전력을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부터 수입하고 있어 이번 프로젝트가 안정적인 전력 수급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른 아프리카 개발도상국도 상황이 비슷한 만큼 GS건설은 아프리카 인프라 건설 시장을 적극 개척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Plus Point

임병용 GS건설 사장
해외시장 질적 성장 통해 경영 정상화 이끌어

박용선 기자

GS건설은 2013년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위기에 빠졌다. 당시 구원투수로 등장한 인물이 임병용 GS건설 사장이다. 그는 2013년 6월 최고경영자(CEO)에 올랐다.

취임 직후 임 사장은 발 빠른 조직 개편을 통해 위기를 정면 돌파했다. GS건설은 총괄(대표이사 3명) 체제에서 임병용 사장 단독 체제로 전환해 신속한 의사 결정을 위한 조직으로 변경했다. 현재는 허창수 GS그룹 회장과 각자 대표를 맡고 있다.

임 사장은 시장의 신뢰 회복을 위해 회사의 경영 방침을 선별 수주와 강한 수행력으로 정하고, 본격적인 경영 정상화 작업에 나섰다. GS건설은 태국, 베트남 등 아시아 지역부터 아랍에미리트(UAE), 이라크, 쿠웨이트 등 중동 지역에 이르기까지 주요 해외 사업 지역에 임원을 전진 배치해 양질의 수주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동시에 프로젝트 수행까지 밀착 관리해 철저한 수익성 위주의 경영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이 같은 노력은 임 사장 취임 9개월 만에 실적 개선으로 가시화됐다. 2014년 2분기 실적 발표에서 6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이다. GS건설은 이후 분기 흑자를 지속적으로 기록하며 경영 정상화에 속도를 냈다. 지난해에는 영업이익 1429억원을 기록했다.

임 사장은 해외 시장에서 양적 확대가 아닌 질적 성장에 초점을 둔 수주 전략을 펼쳤다. 2014년 이라크 카르발라 정유 프로젝트에 현대건설, SK건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리스크를 최소화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UAE 원유 처리 플랜트 공사는 중동 플랜트 프로젝트에서 원가 리스크가 큰 파이프라인 설치 공사를 UAE 현지 업체인 돋살(Dodsal)에 맡길 수 있도록 컨소시엄을 구성해 수주에 성공하는 동시에 수익성도 높였다.

임 사장은 전략형 CEO로 통한다.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임 사장은 공인회계사 시험과 사법고시에 합격한 후, 1991년 LG 구조조정본부 상임변호사로 입사했다. 이후 LG텔레콤 마케팅 이사, GS 사업지원팀장, GS 부사장, GS 사장을 거쳤다. 2004년 GS홀딩스 출범 후에는 그룹 사업 방향을 설정하고 미래 사업을 발굴하는 역할도 했다.


신뢰 바탕으로 한 동지애 중시

임 사장은 현장 경영도 중요시한다. 그는 ‘현장 없는 전략은 없다’고 강조한다. 2014년 열린 시무식은 그가 얼마나 현장을 중요시하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새해 벽두에 열린 시무식에서 임 사장은 직원들과 3시간에 걸쳐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 특히 임 사장은 ‘우리는 동지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신뢰를 바탕으로 한 동지애가 조직 성공의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임 사장의 이 같은 동지론은 GS건설이 위기를 극복하는 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고, 현재는 GS건설의 끈끈한 조직 문화로 자리 잡았다.

올해 경영 방침은 생산성 향상과 미래 성장 동력 확보다. 임 사장은 2017년 신년사를 통해 “GS건설의 생산성 향상 주체는 바로 우리다”며 “효율적인 의사 결정 시스템과 적극적인 소통 문화를 가지고 있는 기업이 지속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용선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